후려치는 안녕
전우진 지음 / 북다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간만에 참 재밌는 소설을 만났다.

교훈도 있고.

여운도 있는.


교회의 부조리를 밝히는 스토리인가도 싶다가 한편으론

이중성을 가진 목사와 기독교인이 되길 거부한 웃픈 초능력자 간의

엎치락 뒷치락 펼치는 영화 대본같은 요소를 숨긴 

환타지 소설인가도 싶었다.

그러다 펼쳐놓은 얘기들이 마무리로 접어 들때 쯤

예전 소설 '향수'에서 읽었던 장면과 비슷한 플롯 등장해

대중이 미쳐돌아가는 장면이 비현실적으로 끼어들면서

다시 이게 무슨 장치인가 싶었다가 

이내 냉정하게 마무리짓는 작가의 균형감있는 마무리에서 

확실히 잘쓴 소설임을 반복하며 읽어갔던거 같다.


진실을 부르는 따귀란 묘한 초능력을 가진 자,

어릴 적 자신을 낳고 산후휴유증처럼 돌아가신 모친 탓에

아버지에게 모진 구박과 천대를 받으며 자라던 손병삼.

그가 스토리의 중심이고 초능력자다.

구체적으로 그 초능력이란 

그에게 세차게 뺨을 맞으면 맞은 사람은 

순식간에 가면을 벗고 회개모드에 빠진다는 것.

눈물을 흘리며 동시에 자신의 모든 잘못을 읊조리게 된다.

보통 어떤 식으로든 초능력이 있다면 

현실에선 그 능력을 쓰고 싶어질 수 있을텐데

주인공 병삼은 자신의 초능력으로 살아가진 않는다.

단순한 성격이고 고민이 적으며

자신만의 공간을 좋아해 택기기사로 운전석을 택했던 그.

구수한 사투리를 써가며 독립적인 생활을 즐긴다.

그러다, 마음에 내키면 모르는 사람에게 한번씩 손을 휘둘러

정리 불가능할 주변의 불란들을 종식시킨다. 

그냥 지나가는 행인처럼 굴다가 말이다.


그 능력으로 인연이 된 2명의 사회친구들이 있다.

한명은 진짜 학교 친구였던 정일심.

또한명은 정의로운듯 사기치던 여자 트레이너 보라.

이 2명은 다 각자 개인사 자체도

책의 배경을 풍부하게 만들어 주면서,

결론에 이르러선 병삼이 중심으로 해결되기 어려워진

복잡하던 논란들도 하나둘 제자리를 찾게 크게 돕는다.


어쨌든, 초능력을 가진 병삼은 참 특이한 인물이다.

돈에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유유자적하고

악의없는 선의가 때론 악의처럼 보여 

어이없는 웃음도 유발하는 독특한 캐릭터니까.

정의의 사도가 되겠다고 굳이 마음먹지도 않으며

남의 불행에 크게 동요되지도 않는 보통의 딱 우리다.

그러나 나설 줄도 아는 인물이란게

내가 읽고 있는 책이 가상의 소설임을 또 일깨워 주고.

소설 속에서 어쩌면 가장 선악구분이 모호한 인물일 수 있다.

어쩌다 그런 스스로 주변만 맴돌던 그가 중심이 되어가고

사소한 악처럼도 보이던 그가 선으로 비춰져 가는건

단순한 그의 성격이 한몫했다고 본다.

당하더라도 정신을 크게 차리지도 않고 앙심을 품지 않는 그,

선한 이들의 호의를 받더라도 크게 고마워 않는 그.

그만이 그려갈 수 있는 스토리 자체일지도.

그냥 자신의 천성으로 살아갈 뿐

그냥저냥 흘러가는데 어쩌다보니 점점 정의로워 보인다.


50 언저리인 그가 의사결정에 좌충우돌하고 

아이같은 의사결정을 보였기에,

진정한 부처의 모습은 동자승에게서 찾을 수 있다는 말처럼

천진무구함에 약간의 세상때 몇방울을 묻친

그의 모습과 결정 안에서 독자는 그를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

분명 저자가 의도한 바이겠지만.


다른 2명의 인물도 짧게 소개해본다.


정일심.

절에 버려진 아이로써 영험한 지네를 먹고 살아나

소림무술을 익히고 조직폭력배가 됐다가

교회의 분위기에 정을 느끼고 목사가 된 인물.

쓰면서도 참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영화같은 삶처럼 살아간 또하나의 소설속의 주요인물이다.

어찌보면 가장 많고 다사다난한 불행을 겪은 사람은

정일심이 최고일지 모른다.

그렇기에 가장 마지막까지

소설의 스토리를 이끌 수 있는 자격이 

그에게 주어졌는지 모르겠고.


보라는

태권도 4단 실력의 반 사기꾼 같은 인물인데

병삼 때문에 타의로 개과천선하여

그들의 그룹에 끼게 되 조연같아 보였지만

결국 이 소설을 끝을 맺는 인물은

결정적으로 보라였기도 했다.


소설 스토리의 2/3까진

병삼의 초능력이 어떻게 큰 역할을 할지

크게 예측하기는 힘들다. 

그저 재미를 쫓으며 읽을 수 밖에 없는 구조지만,

당하는 쪽이 계속 밀리는 묘한 스토리로 인해

재미는 점점 의구심으로 바뀌다

결국 종잡을 수 없는 스토리구조는 깨끗이 마무리 되어간다.


일단 재밌고 특이한 건 책에 대사체가 없다.

따옴표도 그 흔한 등장인물별 줄구분도 없다.

저자의 친필원고 초고를 먼저 읽는 기분으로 읽어도 좋을 듯 싶은.

그냥 소재만 보고 어떨 것이다 예측하지 말고

저자가 공들여 펼쳐놓은 재밌는 한국식 판타지를 느껴보기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