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산의 미화원
장수정 지음 / 로에스미디어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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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주.

이 소설 속 여주인공의 이름.

읽기 전 부터 너무 궁금했다.

알듯 모를 듯 다가온 산과 불륜녀를 결합시킨 스토리 설정이란게 뭘까.

산이란 자연, 그를 통한 몸과 인간성 회복 그리고 건전함의 이미지는

불륜이란 인간스러운 선택문제에까지 어떻게 연결된다는 거지?

어떤 선한 영향을 주는 걸로 작가가 풀어낼 수 있는지가

알듯말듯 묘한 느낌으로 읽고 알아보고 싶다고

순수한 궁금증처럼 다가온 거 같다. 그냥 읽고 싶어지게.


남편에게 한주가 불륜사실을 걸리고 뛰쳐나와 집 근처를 배외하다 

의류수거함에서 헛옷들까지 주섬주섬 챙겨입기도 하고,

너무 더러운 숙박업소에서 겨우 하루만을 나보기도 하는 등

집나온 성인 이한주의 신세는 집없는 길고양이 같이 변해버렸다.

그러다, 죽을 결심을 하고 오른 한밤중 산 속 어두운 정상에서

어떤 남자와 우연히 만나고 그 산 안에서 직업을 구하게 된 한주는

다시 시작해 볼 수 있는 작은 경제적 여지를 우연처럼 접하게 됐다.

책 제목대로 산 속의 미화원이 된거다.

뭐 국립공원 같은 산을 한두번 가 봤다면

산의 입구쪽 관리소나 중간중간 휴계소 같은 곳에

공용화장실들이 있는 건 봤을 것이다.

책 속에선 구조대와 더 관계는 있지만

바로 그런 화장실 청소를 하는 일자리를 얻게 된 것이었다.


이후 스토리는 산속에서 계속 진행되는데

이 책만의 장점처럼 느껴지는 부분부터 말해보자면

매순간 유머스러운 언어적 터치였다.

작가란 한 사람이 대사의 모든 주고받음을 써내는 건데

그 인물들의 개성과 면면이 다 살아있는 대화들을 만들어 내면서

이한주란 인물의 개성을 잘 살린 수많은 독백과 대화들이 존재한다.

그녀 스스로 웃기려 드는건 아닌데

보고 있는 독자의 시선에선 무척 위트있는 인물이었다.

작가의 의도이고 글솜씨라 보이지만.

자주 억지논리를 부리고, 

대상 안가리고 마음가는 상대들과 성관계를 맺고

여리지만 무조건 의지하려고 하진 않고,

미숙한 어른인 듯 아이처럼 살아가는 이한주란 여자.

그 여자가 만들어가는 여러 대화들 속에는 

작가가 만든 슬프고 재밌는 위트적 요소들이 가득차 있다.


결론까지 도달하기는데 너무 속도감 있고 재밌게 흘러갔다.

하지만, 정말 산속에서 뭔가가 바뀌는 의미만은 없던거 같다.

그저 도시와 떨어진 산속에서 마저도 

사람이 살아가는 희노애락 속이었다는 그 사실이 깨달음이었을까. 

한주에게 어떤 깨달음과 자유를 준거인지는 잘 모르겠다.

책에 느닷없이 권총이 한주에게 주어지는데

이또한 이유있게 등장시켜 놓은 작가적 상상같고

그 최종사용과 뒷처리도 참 대단하다 느꼈다.


소재는 불륜녀와 산이 매개가 됐겠지만

관계로써의 기와 결은 한주와 구조대 대장과의

인연과 그 끝이 장식을 하고 있다고 보인다.

막고 싶은 선택이지만 그 선택을 막는게 답은 아니었던 걸까.

그냥 그 선택을 존중해 주듯 시작 속 이 2명의 모습은

결말에 도달해서는 그 처지가 바뀐 상태로 마무리가 되어갈 때

세세한 설명이 아닌 저자가 주는 그 상황적 모습안에서

나 스스로의 해석을 덧대가며 결말을 이해해 보기도 했다.


유쾌한 듯 음미해 볼 부분이 많던 책이었다.

어떤 소설을 읽더라도 책을 쓴 작가의 심정을

이해해보며 상상해보듯 읽어나가는 편인데,

이 책 또한 실제 작가의 생각은 뭘지 교류하듯 읽으며

한장한장 읽는게 행복했고 탐험 같았다.

좋은 소설이며 재밌는 책이다.


끝으로, 책이 아닌

실제 한주같은 인물이 주변에 있다면?...

과연 책처럼 위트있게 전개될 수 있을까?

책 안에는 가장 현실적인 인물은

한주의 남편이지 않을까.

상상속 세계 안 가장 현실을 반영한 배치같았던 인물.

그래서 딱딱하고 재미는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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