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어린 시절을 말하다 - 내면아이의 상처를 껴안는 화해의 심리학
우르술라 누버 지음, 김하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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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음미하면서 읽게 되는 책이었다.

독일출신의 저자가 말하는 모든 뉘앙스들은 

결국 번역가의 감성을 거쳐 한국말로 번역되었음에,

매 문체마다 그걸 감안하면서 행간을 느끼며 한줄씩 읽어 나갔다.

큰 의미를 부여해 일부러 만든 행동은 아니었던거 같다.

그저, 일리있는 논리전개와 맥락을 더 잘 이해해 보고 싶었고

간단하게 기술됐으나 여러 임상경험들이나 사례들도 

좀더 유심히 읽고 나서야, 저자의 의견개진이 담긴 

맥락마다의 속뜻들도 더 잘 이해해 볼 수 있으리라 느꼈다.

꽤나 간단명료함 깊은 맛처럼 느껴지는 문장들이기도 했지만 

의미가 큰 문장들이 워낙 많아, 휙휙 넘어가 버리는 대신 

촘촘히 읽어나가는게 맞겠다 싶어 최종적으론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느린 독서였다.


우르술라 누버, 이 책의 저자는 독일인이다.


심리학을 대중적 시각에서 꾸준히 관심을 갖다보면

너무 많이 접하는 용어는 내면아이에 관한 부분들이다.

이 책도 결국엔 그 컨셉에 큰 주제가 맞춰진 책이 맞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런 컨셉의 책들은

서술의 편의성을 위해서라도 내면아이란 말 자체를,

중복적으로 사용하며 그 단어 자체를 

책 전체를 통해 거의 계속 언급하는 편이다.

그러나 이 책에선, 분명 내면아이에 관한 내용부분을 다루지만

특별히 꼭 집어 내면아이란 용어를 빈번히 드러내 사용하진 않는다.

너무도 다양하고,

너무도 각자 다른 사정을 고려한 듯,

각자의 내면아이가 지닌 특유의 상황을 면면히 서술해 보거나

그로인해 빚어졌을 아동기 패턴, 성인기 패턴 등에 대해

그 내용 자체로 접근해 가면서 마치 영화장면처럼

독자 스스로 어떤 형태가 자신의 내면아이인지

떠올려 볼 수 있는 소스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느꼈다.


그렇기에, 어려운 책이 아님에도

읽다보면 멈춰야 할 부분들을 필히 만나게 됐다.

쉽게 책이 주는 답을 맞다며 넘어가는 책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찾아봐야 할 무언가를 계속 생각나게 한다.


결국, 그 내면아이란 걸 좀더 어른스러운 용어로 바꾼다면

부정적인 신념체계라 부르는게 맞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부정적인 신념체계는 너무 많은 모습을 하고 있기에

자신이 자신을 알아내는게 너무나도 어려운 과정으로 설명된다.

분노, 불안, 슬픔, 자기비하, 불신 등이 뒤섞인

부정적 신념체계를 부지불식간에 고착화 시켜왔다면 말이다.

더 마음아픈 것은, 이 부정적인 신념체계란 자체를

살아가는 동안 매우 드라마틱한 계기가 없다면

20살이 되어도, 30살이 되어도 바꾸기 힘들고,

자신의 아이를 갖고 반면교사처럼 보게 될 위치에 서 볼 지라도 

스스로에겐 반면교사가 되지도 못할 확률이 크고

결국 차세대 아이를 위해서도 긍정적인 상호 변화는 어렵다는 결론.

40대, 50대, 60대 순으로 차츰 누적되듯 흘러가는 나이가 

한 인간의 고착된 신념체계를 자연치유적으로 바꿔주진 않는다는 것.


책의 후반으로 넘어가면 제시되는

궁극적으로 귀결되는 부정적 신념체계 극복 팁이라면,

오래 지속됐을 내면아의의 문제점으로부터의 탈출은

정신적 독립성 획득으로 귀결되며 마무리 된다.


두껍다고 할 순 없는 책이지만

어느 책보다 두껍게 느껴지는 무게감인 건

이 책이 그만큼 잘 쓴 책이란 반증 같기도 했고,

건조한 느낌의 문체였기에 더 믿음도 가면서

순수한 통찰의 울림 같아 오래 남을 내용들을 얻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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