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2 - 진실이 때론 거짓보다 위험하다 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2
천위안 지음, 이정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흔히 책은 독자를 상대로 말한다.

얘기를 들려주고 공감대를 형성해 가면서.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책을 덮는 순간

우연히 한번 더 눈길을 준 책의 제목을 보면서,

들려주고 싶은 대상 한명이 더 

추가돼 있는 책같단 생각이 들었다.

다름 아닌 그 추가된 한명은 '조조'. 

책의 주된 소재이면서 내용 자체의 주인공인 조조 말이다.

번역서이기에 어쩌면 제목 속 

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한다는 그 문장은,

한국 출판사 자체 내에서 국내용으로 창조해 낸 

순수 이 책만을 위한 급조된 제목일 수도 있다.

만일 그렇다해도, 이젠 읽을 수 없을

조조란 인물도 독자가 될 수 있겠단 

이 느낌은 유지되도 괜찮겠단 생각은 여전하다.

책을 다 읽은 후의 감상평으로써만은 아닌,

책제목이 말하는 조조에게 말하다란 그 의미처럼

이미 세상에 없는 옛사람 조조 스스로에게도 이 책은 

심리학이란게 정립된 후대가 전하는 

많은 걸 알고 싶어했던 그에게 좋은 답변이 

되어 줄 수 있겠다 싶기에 억측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누구보다 인재에 대한 욕심이 많았고 조언을 새겨 듣는 듯 해도 

자신의 주된 의지를 바꾸려는 이와 자신의 최종 결정이 반할 땐

그 누구라도 손에 사정을 두지 않았던 조조란 인물.

그런 그에게 현대적으로 정립된 심리학 이론을 통한 재해석은

그의 여러 행동과 결정을 분석해 보는 기초를 제공해 주고 있으니까.


비록 1권을 읽지 못하고 이 2권부터 읽게 됐지만,

많이 알려진 삼국지를 기반으로 특히 이야기 속

하이라이트에 속하는 많은 부분들 위주로 차용한 내용들이라

전체를 따라가는데 무리가 없었고 끊기는 느낌도 없었다.

그렇기에 2권만이라도 반쪽짜리 독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유명한 제갈공명이나 관우, 장비, 조자룡 등은

이 책에서 만큼은 조연일 뿐이다.

왜냐면, 오로지 조조를 중심으로 살펴보게 되는 심리 분석 위주라

주요 등장인물들이라도 결국 다 조조의 주변인물들에 해당될 뿐.

어쨌거나 결국, 삼국지 전편을 아우르는 스토리와 함께

조조를 중심으로 돌아보는 삼국지를 느껴본 독서가 되버리는 구성.


그리고, 조조 한명에 관한 분석 못지않게

조조와 연관됐던 인연과 사람들에 대한 분석들이 

조조를 돌아보는 귀중한 자료로 쓰이는 바,

결국, 조조란 한 인물의 분석에만 좁게 그치지 않고

관계로써 조조와 관련된 모든 인간 네트워크를 

심리학적으로 들여다 보는 구조라 넓은 시야를 가진 책 같기도 했다.


단편적으로 알던 조조를 심리학적으로 반복적으로 들여다보니

피상적으로 왜 저런 결정을 내렸을까 의아했던 소설 속 그의 모습만이 아닌,

누군가에게 2중 3중 속아 피치 못하게 당시 무모한 결정으로 

내몰리듯 흘러간 측면도 그의 결정 속에서 느껴보기도 했고,

중국 특유의 잔인한 처벌 방식 등도 해당 시대에서 

존재 가능했던 이유들 또한 본인만이 느꼈을 만한 

심리적인 결정으로써 꽤 합리적으로 들여다 볼 저자의 견해들도 좋았다.

꼭 결과가 타당해서가 아니라, 잔인하거나 비이성적인 결정으로만 보이던

당시의 결정권자로써의 조조 속마음과 상황들을 유추가능하게 해 주니까.


특히, 노쇠해지고 자신이 떠날 날이 다가온 조조가

후계자와 관련된 혼란을 우려해 자신의 아들이 아닌

2인자 같았던 가신을 처형하는 장면에선,

그가 수없이 저질렀던 아주 많은 예방조치로써의 처형들과 다른

큰 틀의 백년지대계로써의 안목이 책 안에서 꽤 느껴지게

상세히 재해석 됐는데 이는 세종대왕과 그의 치세를 배려한 

태종 이방원의 외척 민씨 형제를 정리하던 모습과 매우 닮아 보이기도 했다.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란 한국과 중국 역사 속 2명이 보인

비슷했던 과한 결정들로 생각되던 부분들이 

조조의 이야기를 읽어 감으로써 결합돼

해석을 풍부하게 느껴보는 느낌도 받았다.


너무나 유명한 적벽대전이 남동풍의 제갈량을

신의 경지로 회자되게 하는 지상 최고의 이야기꺼리였던 반면,

100만 대군을 그 들러리로 희생시킨 바보처럼 보이던

조조의 희생양스러운 모습도 이 책 저자의 해석으로 

다른 측면에선 첩보전 속 불가피했던 피하기 어려웠을 측면으로 읽혀졌고,

어떤 장수와도 그렇게 낭패를 보이지 않던 조조가

마초와의 싸움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던 엎지락 뒤치락하던 과정도

오랜만에 삼국지가 아닌 이 책을 통해 다시 읽어보니

다른 재미와 재해석의 부분들을 만나게 해주었다.


매 이야기들마다 끝엔 5~6줄 정도의 정리같은 해석을 달아놨지만

오히려 본문을 읽지 않고 이것만 본다면 

무용지물일 수 있을 계륵같은 문장이란 생각도 들었다.

결국 진짜 이야기는 본문에 다 담겨 있는거니까.


삼국지 총 분량을 조조 평전같은 구성이라 해도

단 몇권에 담을 수 있을까란 생각도 들었지만

2권에 충분히 정리 가능한 구성으로 기획됐단 느낌도 받았고,

그게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이 책이

이탁오라는 유명 중국 역사가의 책을 기반으로

심리학자인 저자가 해석을 다는 식의 가공의 가공을 거쳤기에

오히려 독창성과 개성을 둘다 살릴 수 있었다고 판단됐다.


생각보다 아주 쉽게 읽혔고, 심리학을 잘 활용한 좋은 구성의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