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더 받는 당신이 있다 - 상처받지 않는 힘
김신영 지음 / 대한출판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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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형식이지만 그 결론만이 주가 아닌 

에필로그처럼 실린 은퇴한 교장선생님의 

섬이야기부터 시작해 보는게 어떨까 싶다.


현역에서 물러나 섬에 내려와 있는 어떤 교장을

예전 자신의 상담학생이었던 20대 여성이 찾아온다.

생각보다 덤덤한 듯한 만남 같아도 벅찬 해후가 된 그 자리.

학생은 묻는다, 현역에 계셨다면 더 좋을 분이

왜 조기은퇴해서 이 곳에 와 계신지.

교장 선생님의 대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우연히 논문 하나를 접하게 됐는데 

정상적 은퇴로 물러난 교육자들은

생각보다 일찍 유명을 달리하더란 것, 

그래서 미련없이 조기은퇴 후 

좀더 길고 행복한 지금의 선택을 찾아 내려왔다고.

순간 둘은 어이없게 웃음을 공유한 것 같은데

내가 그리 상상한 건지 실제 웃음이 터졌는진 헷갈린다.

그리고 이어지는 예전 일에 대한 제자의 감사.

만약 선생님이 그때 자신에게

세상을 다르게 느껴볼 수 있는 자아정체성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현재의 자신은 없었을거라며 전해보는 진정어린 감사.


과연, 그 사연은 무엇이었고, 

책이 전하는 주제는 무엇이었을까?


누구나 자아는 있지만, 

각자의 그 내구성과 인식은 저마다 다르다.

올바른 자아가 형성된 사람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살지 않는다.

그렇기에 스스로 나뭇가지가 되지 않고

창문 안에서 창문 밖 흔들리는 나무가지를 보듯

자신의 일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건강하고 필요한 자아정체성의 확립으로 

이어진 삶이 가능해지기에.


그렇다면 자아존중감을 뜻하는 자존감이 아닌

굳이 자아정체성을 최종 단계로 꼽은 이유는 무얼까?

그것은 자아존중감엔 양면성이 있기 때문이다.

자아가 자아존중까지 가는 것도 

좀더 나아간 자아의 진보이긴 하나,

그 자아존중감이 자신에게나 타인 모두에게 

긍정적인지 아님 자신에게만 일방적으로 이기적 작용할지는

모두 자아존중감이 있고 없고의 그 상태유무는 아니기 때문에

변별력이 필요한 올바른 자아존중감의 상태가 요구된다는 것.

바로 이 양면성을 가질 수 있는 자아존중감이란 게 

바르게 형성되고 이걸 바탕으로 형성될 수 있는게

최종적인 자아정체성이란 것이다.

이를 가장 국가적으로 완성한 민족은

유태인이라 중요하게 부언되었고.



유태인의 탈무드는 너무 유명한 책이다.

하지만, 탈무드는 그리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데

이야기마다 여러 관점에서 해석을 달리해보는

종합적 의견이 중첩돼 정리된 책이기 때문.

유대인들은 이런 과정을 실생활 속에서

국가가 아닌 가정의 단위로 완성시켜 가는데

이때 매우 고무적인 사실은,

부모들이 자녀의 탄생을 신의 탄생처럼 여겨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기존 자녀를 가진 부모들로부터

자신의 길을 배워보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이다.

이미 부모가 된 커플들이 예비부모들의 멘토가 되어주는 것.

이후 국가는 일정시기가 되면

심리상담가를 파견해 그 과정을 점검한다.

통제의 개념이 아닌, 한 인간과 가정이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게 시스템적으로 푸시해주는 구조.


책은 소설 형식으로,

답이 없을거 같은 학교내에서의 갈등을 

교장의 시각과 학생의 시각 모두에서 다루어 보면서,

앞서 말한 여중생의 고민을 해결해 나아가는 

상담실 속 과정을 스토리로써 구성해 

자아의 여러 발달측면을 이해하게 돕는다.


이 여중생은, 폐지를 줍던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 하에

정신분열을 앓는 어머니와 동생이란 존재의 보호자가 되고,

어린 자신의 숨겨왔던 그간의 처지가 일순간

동급생들과의 갈등과 고민거리로 부상되어 상담실을 찾는다.

이후, 이를 해결해주려는 교장선생님과

막다른 길이라 여긴 이 학생간의 

해결과정은 소설이란 형식으로 보여지고.


최종결론 쯤 이르렀을 때의 스토리는 꽤 감동적이다.

아이는 자신의 집으로 그간 자신이

실제 집안 사정을 숨기고 뻔뻔하게 

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등의 이유로

밉게 여기는 10명의 동급생을 초대한다.

그 친구들에게 단순히 비빔밥 식사를 같이해 본 자리.

그 자리에서 와준 친구들에게 아이는 

자신의 남은 가족들을 소개 해준다.

'이 분이 내 어머니야, 보시다시피 그래'

'얜 내 동생인데 어머니랑 같은 병을 앓고 있고.'

아이들의 분위기는 동생의 소개쯤에서 더 얼어붙는다.

이 분위기는 이후 어떻게 이어졌을꺼라 상상이 되는가?

아이 몇몇은 울음을 터뜨린다.

그 울음의 의미는 상세히 음미되진 않는다.

다만, 이후 이 아이와 그 친구들간엔

단순 오해가 풀렸다는 정도가 아닌 

존경의 흐름이 생기게 됐다.

자신들이 이런 환경하였다면 그리 못했을 거 같다는

동급생이지만 무언의 존경심 같은게 공유되었다.


그냥 텍스트로 전달되는 자아존중감이나 자아정체성과 달리

진정한 의미를 다른 시선으로 이해해 볼 수 있게 하는 구성같다.

좋은 개념들을 단순 이해가 아닌 현심감 있게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한 좋은 발상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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