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 2022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최설 지음 / 마시멜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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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수.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이다.

중학생 나이에 다시금 들어와

불치의 시한부 진단을 받았지만,

운좋게 신약처방을 받고서 

희망없던 그는 결국 살아남는다.


대부분 소설로써 실려있다.

하지만, 어느 부분에서의 어떤 것들은

소설의 줄거리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다만, 저자의 자전적 소설이기에

자신의 일이지만 마치 제3자의 일인 듯

우회적으로 여러가지 지난 일들을 회상하면서,

독자 스스로 이해하고 판단하게 만든

마무리 소감을 실어 놓음으로써 이를 통한

전후 사정을 어렴풋이 알아볼 수 있게 했다.


책의 제목이 방학인 건,

중학교 나이에 시작된 주인공의 투병생활이 

어느새 거의 성인기에 접어들 때까지 이어지면서,

그의 동생이 그런 형의 기간들을 

방학이라 표현하는 그 부분에서 

책제목도 정확히 이해될 수 있다.


어찌보면 저자가 말했듯

이 책이 한권의 소설로 

좀더 다듬어져 재탄생 할 수 있었던 건,

저자가 어찌됐건 소멸이 아닌

소생으로 다시 이 자리에 섰고,

현재의 결과물로써가 아닌

이보다 더 좋은 글을 들고

독자들을 찾을 것이라는

희망섞인 장담을 해줄 수 있는

성인이 됐음이 바탕이 됐을 것이라 느꼈다.


줄거리 속 주인공은 어찌보면 꽤나 밉상이다.

세상을 염세적으로 보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하루하루를

그 나이 그 감성에 맞게 단순하게 보며,

호의도 마냥 반갑지만은 않고

실망은 보다 삐뚠 마음을 가져도 되는

유발점이나 되는 듯 분석되는

실망의 과정과 가정사를 거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 듯 보여주니까.   


그냥 책만의 분위기만 따르자면

예절이나 밝은 희망 같은 건,

건강한 신체였을 때나 가능한 정의다.

먼저 같은 병으로써 같은 병원에서

생을 마감한 주인공 아버지는

명언은 아니지만 명언같기도 한

또는 유언같기도 한 이 말을 해줌으로써

이를 깊이 각인한 건수를 빌어 

밉상처럼 보이는 그 많은 그의 행동들이

누군가를 향한 솔직한 감정표현임을

부담스럽지 않게 인정해 볼 수 있게

책은 많은 부분 보여준다.


그러다, 종교적 인내심인지

아님 내추럴 본 인내심인지 모를

수녀님의 등장에서 부터,

조금씩 똑같은 반복같은 병원 속 생활에

다른 기대가 가능하게 된다.

순수한 듯 농담인 듯 다가서는 수녀의 모습은 

건수의 성장기 속 필요했을 어른의 모습이었다.

거기에 정말, 말 그대로 

동병상련의 또다른 등장인물인 

3살위 소녀 강희와의 관계 속에선,

그저 폐쇄병동 같은 한 곳에서의 생활을

좀더 입체적으로 느끼게 만들어주고

실제 주인공이 그런 경험을 했음도

이 소설이 가진 플롯 안에서 보여준다.

그러고보면 자판기 할머니도 그러했고.


2차 약도 듣지않는 슈퍼 보균자.

그런 이들에게 신약은 

어찌보면 하늘에서 내려준 동아줄.

게다가 그 약을 사먹을 수 있게

성당을 다니면 준다던 6만원의 보조도 

이를 도와줄 수 있을거 같아 희망인데,

6만원을 주냐 안주냐로만

의심하던 건수의 내면과 반하여,

1알에 6만원이라는 비보험의 현실이

자신의 상황을 정리하며 바라보는

건수의 공격성에 순간 스스로 

입을 다물게하는 멍함으로 다가선다.


책의 목차는 날짜다.

즉, 병원에서 머물렀던 날짜들.

일기같은 그 날의 기록이 아닌

일수들의 집합만이 지난 시간들을 모은다.

그 기간들은 건수와 최설에겐 방학이었다.


저자가 처음 이 책을 썼을 땐

김건수란 이름은 없는 책을 썼다 한다.

지금은 이렇게 그 소년의 이름을 지어줬지만.

아마 이름없는 그저 기록으로

남게 될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렇게 살아남음으써

그 실존의 경험을 투영한 소설 속 소년에게

최설은 건수라는 이름을 주었다

자신이 투영된 무명씨에게

결국 김건수라는 이름을 선사해 준

저자의 다음 작품도 꼭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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