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싶지 않았는데 못하게 되었다
정변 지음 / 유노북스 / 2020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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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트가 넘치는 만화책이었다.

재밌는 대사엔 그 자체로써 미소지어졌고,

심각한 상황들도 만화 속에선 웃음을 주니

책 전체가 입가의 웃음을 걷어가는 부분이 없다.

만화책이라 쉽게 진도가 나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속도가 나지않아 꽤 오랜기간 읽었다.

오랜만에 그림과 글을 같이 읽어보며 

만화가 나름의 집중력을 요한다는 것도 느껴봤다.

주인공 예민희의 삶을 들여다보자.

연예도 했고 헤어짐도 겪었던 보통의 여성의 삶.

충격적으로 다가온 굉장한 헤어짐도 없었다.

결혼을 해야할 나이에 아직 미혼이고

마냥 감정적이거나 순수한 나이도 아니다.

그렇다고 세상물정 다 아는듯 

야무지거나 야멸찬 삶도 아니다.

이런 주인공의 삶자체와 주변관계를 보여주는 만화.

책에서 다른 부분보다 좀더 재밌었고 

미소짓게 만드는 컷들이 있었다.

결혼을 해야하는 이유로 장점과 단점을 정리할 때

혼자 피자와 콜라를 시켜 행복해져 

급하게 먹으려 들떠있을 때 콜라뚜껑이 안 따짐.

결국 그 1.5리터 콜라는 냉장고에 넣어둔 채

누가 열어줄 사람이 왔을 때나 개봉가능해졌고.

이게 결혼 못한 여자의 단점 중 하나였는데 

반대로 이럴 때, 남편이 있다면 

열어줬을텐데가 장점으로 그려진다.

혼자 아플때 남편이 있다면 자신이 아픈걸 

걱정하고 간호해주는 상상은 장점인데,

이 장면에서 주인공 독백으로 

'이 맛에 내가 아프지'란 대사가

재미도 있었고 만화적 묘사의 맛이 있었다.

아파서 누워있는 주인공이 미소지으며

아픈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만화적 대사에.

마지막으로, 건강이 재산이라면

자신은 재산이 없는거와 같다는 

주인공의 살아온 역사를 보면서도 웃음.

우유 한번에 마시기 장기가 있었는데

상한 우유를 마시고 유유를 끊었었다는 회상.

그런데 그렇게 우유를 끊고나선

키가 부쩍부쩍 자랐다는 아이러니.

이렇게 책 전반에 그림과 대사의 

반어적 표현들이 재미를 주는 스타일의 만화다.

이 책의 제목을 읽고 결론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그 결론을 말해줘도 될까. 

결말이 명확할 필요가 없이 흐름자체를 타는 책이라

결말을 말해도 책의 내용을 지배하진 않기에 말이다.

책에선 이런 결말이다.

결혼, 못하거나 안하거나 

그런 비슷한 이유를 가진 사람들은

여기도 있고 저기도 있다로 위로 아닌 위로.

왜 위로인가 하면, 동병상련의 처지의 

비슷한 사람들을 본다는 것이 위로가 되리란 설명.

마지막 챕터도 위트있었다.

어찌보면 한권의 만화책이건만,

책의 마지막은 앞에 나왔던 상황 중 하나를

주인공이 아닌 상대방 남자의 시선으로

재구성해보면서 비로써 모든 스토리를 끝마친다.

여자의 시선으로만 회상해 봤던 관계를

남자의 시선으로 재구성 해 본 부록 컷.

여담으로, 만화이긴 하지만 

오빠의 결혼을 계기로 이젠 독립하라며 

집에서 추방되는 초반 스토리는,

잘 공감은 안되던데 나만 그러한지도 궁금.

만화를 만화로써 잘 음미하며 읽었던거 같다.

단순히 만화속 그림들보다 글의 위트가 

더 기억에 남을 듯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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