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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개의 시간
카예 블레그바드 지음, 위서현 옮김 / 콤마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 책을 읽는 도중엔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관해
되도록 아님 절대 미리 알아선
안된다고 생각하며 읽게 된다면 매우 좋고,
다 읽고 난 다음엔 반드시 이해를 위해서
책의 집필의도를 알고 넘어가야 한다는 점이
바로 가장 큰 특징이다.
이 특징이란 건 사실 궁극적으로,
그림책으로써 그림 위주의 짧은 글에
상징적이고 대표적인 블랙독과 사람간의
반려동물식의 유대관계식으로 설명해 나가지만,
실은 우울증의 병리적 특징을 이해시키는 책이란 것이다.
헌데 왜 굳이 이 이유를
읽기 전에 알면 안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또한, 책의 마지막엔 친절힌 해설이 첨부되어 있다.
그냥 보통의 그림책처럼 읽기를 마치고
마지막에 들어있는 몇페이지 정도의 해설자 설명을
읽게 되는 순간부터 최종적으로 가장
이 책을 잘 읽었다고 할 수 있는 구조를 지닌 책.
블랙독이란 개념은 이 책이 처음 선보인 건 아니다.
이미 블랙독이란 주제로 우울증을 다룬
다룬 책들이 나온 케이스가 있다.
아쉽게도 난 그 책을 자세히 읽어보진 못했고
궁금하여 대강 접해볼 기회정도는 있었다.
그러나, 만약 우울증을 블랙독으로 설명한 책으로써
어떤 책이 더 좋은가 묻는다면
난 활자로 채워진 책보단 우선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영국의 처칠 수상이 자신의 우울증을
블랙독으로 비유한 것을 탁월한 비유로 받아들여
이것을 소재로 쓴 심리학 책이 등장했다고 보면 좋을거 같은데,
그렇다고 처칠이 어떤 심오한 이론을 만든 그런 분야는 아니다.
그저 우울증을 블랙독으로 비유한 그 지적사유가
오늘날에도 훌륭한 언어유희처럼 이용된다고 보면 좋겠다.
그런 블랙독의 메타포로 시작된 이 책의 내용은
과연 어떨지 독자로써 조금은 전달할 필요가 있을듯 한데,
우울증에 관한 궁금증으로 목적을 두고 읽게 됐던
아님, 그냥 독특한 성인용 그림책처럼 받아들여 읽게됐던 간에
이 책은 분명 여운을 남길 수 있는 소지가 매우 많다.
뭐야 하며 읽은 사람에게나,
과연 뭔가 어떻게 얘기해놨을까 읽었던 사람들 모두에게.
먼저 읽은 사람으로써 이해를 돕기 위해 약간의 기록을 남겨본다.
책은 거의 한 반려견과 그 주인과의 만남과 동행
그리고 그 끝을 모른 마지막까지 전부를 보여주듯 다룬다.
헌데 그 블랙독은 주인과 항상 대치중이다.
그래서 그 주인은 물리거나 거리를 두거나 조심한다.
그리고, 그 개는 주인에게 운이 좋다면 어떤 예술적 영감을 주기도 했고
반대로 생활속 작업들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러다 또다른 블랙독을 가진 주인을 만나게 되면
마치 비슷한 처지의 사람으로써 배우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그리고, 블랙독을 다스리기 위해
150달러를 내고 방법을 배우기도 하는데
그 시간들은 매우 소중하다고 느끼기도 하다.
이런 식의 내용들만 놓고 보면 이 책은 딱 반려견 일지처럼도 보인다.
하지만, 맨 마지막에 나와있는 우울증과 블랙독의 비유를
정확히 인지하고 책을 보게 되면 모든 건
우화적 스토리에서 심리와 인지적 테스트 문구처럼 전환된다.
누군가는 태어날 때부터 우울증 인자를 가지고 태어나고
그 우울증 인자가 예술적 소양으로써 발휘되기도 하며,
심하거나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게 됐을 때
심리학자나 의사 등을 통해 관리를 받게 될 경우도 있을 것이고,
자신만 있는 증상처럼 느끼던 우울증이
다른 누군가에게서도 느끼게 된다면
그 관조적 상황이 동병상련의 동질감과
치료적 효과까지도 나타낼 수 있다는 식의
구구절절한 설명으로 치환될 수 있는 것이다.
단순한 그림 한장과 은유적 설명엔
이와 같은 깊은 뜻이 들어있는 것이다.
난 가끔 시집을 읽는다.
좋아하지 않지만 그 함축성에 끌린다.
그리고 가끔 내가 시를 아주 좋아하지 않음에
시인이란 직업과 그 창작물들에 미안함이 생긴다.
매번 가까이 두진 않지만 그 위대한 함축성에 말이다.
열마디 백마디 말보다 이런 그림책에서 느끼는게 많을 수 있다.
우울증에 관해 목적을 두고 읽는 책이 아닌
좋은 시집을 읽는 마음으로 한번 읽어보면 어떨까.
한권을 다 읽는데 얼마간의 시간이면 충분하니
이 또한 얼마나 경제적이라 생각하며 행복해질 수 있으니.
아나운서였던 위서현 씨가 이 책의 해설을 담당했다.
그 이름을 기억하는데 심리학자란 새로운 이직직업으로써
정신적 성숙을 이루며 제2의 인생을 살고있을
그녀의 선택과 과정도 느껴볼 수 있었던 건
이 책에서 얻은 또다른 기쁨이었다. 좋은 책과 좋은 해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