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먹을 감정 날려버리기
마이클 베넷.사라 베넷 지음, 박지혜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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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은 저자가 특이하다.
저자가 아닌 저자들이라고 불러야 할 복수저작인데
정신과 의사인 아버지와 그 딸이 공동집필자로 나와있다.
그런데 딸의 직업이 한번 주목해 볼 만하다.
코메디 작가.
한국에선 개그란 단어가 코메디의 사용빈도 보다 높아졌지만
코메디란 말 자체가 한국에서 완전히 의미소통 불가능한 단어는 아닐터.
정신과 의사와 코메디 대본을 쓰는 딸의 조합이라.
가히 한국에선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조합이다.
앞서, 그냥 정신과적인 전문지식과
딸의 문학적 소양이 결합한 책이라 봐줘도 되겠지만,
책을 읽다보면 아버지의 바탕지식 못지않게
그 지식 위에 유머러스하게 꼬는 듯 직설적인 표현이
딱 딸의 직업적 능력에서 발휘됐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상당수다.
그렇다면 웃기고 재밌느냐 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재미있다 없다가 아니라 빗대어 직설적으로 설명하는 코메디적 기교가
거북하지 않게 책에 전체적으로 녹아있다 보는게 정확하겠다.
이 책의 서문엔 전달하고자 했을 가장 핵심다운 의미들이 잘 표현되어 있다.
심리치료를 받거나 어떤 답을 원하고 기대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정작 그런 기대를 말아야 한다는 직언에서 이 책의 컨셉이 출발.
그걸 처음부터 알려준다, 포기해야 한다고.
왜냐면 그런 답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그리고 그 답을 찾으려는 자체가 치료의 대상일 수 있다고.
정신과 의사가 자신이 해줄 수 있는게 없다는
양심고백조로 받아들이겠는가 아님,
세상에 어떤 해답이 존재할거라고 기대하는 걸 깨는게
진정한 치료라는 서문의 가이드를 우선 받아들이겠는가.
난 0.5 대 9.5로 봐 주어야할 아픈 진실이라 느꼈다.
내가 어떻게든 해드릴테니 오세요란
그 직업적 아이러니를 완전 포기하진 않았겠지만
거의 오픈된 영업비밀의 진실이라 보고,
그 오픈된 진실을 진실의 눈과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는 수순이 맞다고 느꼈다.
가족 때문에 힘든 이들,
사랑하는 이 때문에 힘든 사람들,
직장 대인관계로 인해 호소하는 사람들 등등.
몇개의 큰 파트로 나눠진
책의 중요 부분들에 등장하는 공통된 느낌들은
포기하라, 그리고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 어쩔수 없이
공유될 거리에 있다면 스스로를 보호하고
자애를 가지고 상대와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심리적 안정성과 거리를 유지하라는 조언을 주는 듯 하다.
포기는 곧 기대의 포기다.
내가 이렇게 하면 나아지겠지,
언젠가는 내 뜻을 상대가 알아줄거야 라는
순진한 생각은 순진함을 넘은 치료의 대상 그 자체라는 말.
책을 읽다보면 인정해야 할 부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마음이 아플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면, 스스로 알을 깨고 나와야하는
데미안의 문구처럼 해야하는게 쉽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맞다는데 절대적으로 동의.
쉽지 않다도 그냥 쉽지 않다가 아닌 매우매우 어렵다 쪽으로.
그리고 느끼게 될 것 중 하나는,
전 세계의 문화가 다르고 언어가 다른 사람들이
비슷한 문제로 아파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그 사실도 놀랍다.
물이 풍족한 지역에 사는 사람이 어찌 가뭄을 이해하겠으며
추워 껴안고 자야하는 지역의 사람들이 어찌
땀이 줄줄 나는 열대지방의 습함을 글로써 이해할 수 있겠는가.
아무 것도 연결돼 있지 않아도
사람이 살아가는 그 마음의 케미스트리 어딘가엔 공통점이 있는거 같다.
책의 표지엔 샌드백을 걷어차는 그림이 들어있다.
당신은 당신의 의표를 찌를 준비가 되어있는가.
그럼 책의 표지처럼 자신의 아픈 부위를
맨발로 걷어차 보는 느낌을 받아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프트 샌드백이 아닌 하드백은
자신의 발등뼈에 금이 가게 할 수도 있듯,
천천히 책의 조언을 습득해 나가길 기원한다.
거기에, 이 책이 지닌 독특한 서양식 건조한 코메디적 문구는
길들여질 시간도 필요할 수 있다.
매우 좋은 메세지를 지닌 책이다,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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