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로 태어나서 - 닭, 돼지, 개와 인간의 경계에서 기록하다 한승태 노동에세이
한승태 지음 / 시대의창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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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예상한 내용들이 있었다.
마음을 다잡고 읽어야 할 비참함을 읽으며 봐야할 지 모르기에
약간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책읽기를 준비했다고 스스로 본다.
하지만, 어느 정도 다루는 내용으로 인해 꼭 예상밖이라고 할 순 없지만
저자의 위트있는 글솜씨는 예상 밖이었다.
딱딱하고 불행한 가축들의 다큐를 하나 보게될 거 같은 느낌에서
누군가의 일기를 보고 있는 느낌쪽으로 조금 이동됐다.
닭, 돼지, 개들의 사육실태를 고발이 다라기 보단
그 속에 섞인 사람의 생활도 같이 읽어볼 수 있는 독특한 에세이.
성인 주먹 2개만한 쥐들이 사람도 안피한다는 돼지 우리안에서의
그렇게 익숙해진 그런 쥐들의 모습을 얘기하면서도
만약 그런 쥐가 숙소에 나타났다면 기겁을 했을거란
얘기는 현실감과 상상의 사이를 넘나드는
저자의 글솜씨가 묘한 웃음을 자아내는 부분이기도 했다.
책의 본론으로 돌아가보자면 이 책을 읽고
누구나 비건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란
고민을 한번쯤 하게 될거 같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특히, 어느새 다이어트 대중식품으로
보편화 된 닭가슴살을 떠올려 봤을 땐
앞으로 어찌 닭을 쉬이 먹게 되겠는가란 생각을
이 책을 본다면 한번 해보는게 인간상식 같다.
닭이 닭을 밟고 올라서서 아귀다툼으로 살아가는 닭 케이지나
폐사한 닭들의 이야기까지 여러가지가
육식을 조금이라도 하는 사람에겐 고역의 될 진실같다.
저자가 책을 쓴 의도가 무엇이 됐건
아님 의도따윈 모르고 책을 읽더라도
이 책은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이라도
바꿔줄 수 있을 모티브가 많은 책이란 생각을 해본다.
내 경우 방학 때, 돼지농장을 하던 이웃집에
놀러갔다가 워낙 음침했던 기억들과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컸던 돼지들의 실물들의 모습에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되던 기억속 모습들도 꽤 있었던거 같다.
그리고 또 한가지.
내가 싫어하는 말 하나도 생각나더라.
사람도 죽는 세상에 동물 죽는걸 뭐.
이 말의 방점이 동물의 생명은 가볍다 쪽에 있는게 아니라
내 코도 석자라는 그런 뉘앙스가 있음은 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더욱더 위와 같은 말은 잘못됐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죽음에 생의 위험에 괜찮은 쪽이 어디있고
안 괜찮은 쪽이 어디 구분이 있을수 있으랴.
이 책을 읽고 좀더 성숙해질 수 있다면
모든 생의 소중함을 느껴봤음 싶단 생각을 갖는다.
개인적으론, 읽기 거북하고 동물들의
그 힘든 삶들이 계속 나열되어 있어
어느 하나를 꼭 집어서 가장 그러했다 할수는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산란을 위한 케이지 부분이 특히나 걸리더라.
계란을 수집하기 편하게 약간 앞으로 기울여 지어졌다는
닭케이지 구조를 상상하며 그 안에 하루종일
앞으로 기울어져 있을 닭들의 시작과 끝이
피곤하고 힘듬이 전달되어 오는건 나 뿐일런가.
빈번한 죽음과 비위생적인 사육환경의 나열들 속에서
누군가에겐 케이지의 불편함 정도는
작은 부분 같다고도 할수 있겠으나
그냥, 그냥 이상하게 이 앞으로 기울어진 케이지 부분이
나는 어떤 부분보다 걸리고 마음이 아프더라.
평평한 위에서 중심잡고 서있는 것도 힘든 삶에
기울어져 쏠려있을 지면을 밟고
평생을 살아야 할 축생의 인생이여.
모든 사람이 육식을 끊어야 함이 옳은 것인가
아님 슬프지만 또 눈감고 지나쳐야 할
또하나의 아쉬움으로 남겨야 맞는 것인가.
괴롭고 풀리지 않는 문제로 남아 버린다.
저자의 글솜씨 덕에 너무도 힘든 코스가 될 뻔한
이 책의 등정이 안정적으로 끝났음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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