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유치환


뉘가 눈이 소리 없이 내린다더뇨

이렇게 쟁 쟁 쟁
무수한 종소리 울림하며 내리는 낙화

아 길이었다
손 하나 마주 잡지 못한 채
어쩌지 못한 젊음의 안타까운 입김 같은
퍼얼펄 내리는 하아얀 속을
오직 말없이 나란히 걷기만 걷기만 하던
아아 진홍 장미였던가

그리고 너는 가고
무수한 종소리 울림하는 육체 없는 낙화 속을
나만 남아 가노니

뉘가 눈이 소리 없이 내린다더뇨


유치환의 <낙화>와 <그 후>의 첫페이지가 닮았다.
눈이 떨어지는 소리가 마음의 소리인지, 동백이 떨어지는 소리가 심장소리인지...!






베갯머리를 보니 겹꽃잎동백 한 송이가 다다미 위에 떨어져 있다.
다이스케는 지난밤에 이 동백꽃이 떨어지는 소리를 분명히 들었다.
그의 귀에는 그 소리가 천장에서 고무공이 떨어지는 소리만큼 크게올렸다. 물론 밤이 깊어 주변이 고요한 탓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확인이라도 해보려는 듯 오른손을 심장에 얹고 늑골 끝에서 정상적으로 뛰는 맥박 소리를 확인하면서 잠이 들었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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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09 17: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독서노트지만) 1등~!! 아침부터 멋진 시를 읽으셨네요 이 책하고 너무 잘 어울리네요 ㅜㅜ 저 이책 아주 좋더라구요 😄

그레이스 2021-09-09 17:59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읽으셨군요
저도 빨리 읽어야겠네요
책 놓고 놀고 있었는데...
다시...!

서니데이 2021-09-09 21: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치환 시인은 깃발이 먼저 생각나는데, 제목이 낙화라서 조지훈이나 다른 시인의 시가 먼저 생각났습니다.
그레이스님 좋은 밤 되세요.^^

그레이스 2021-09-09 21:18   좋아요 2 | URL
조지훈님 낙화도 좋아요 😀

scott 2021-09-10 0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세키[ 그후]겹꽃잎동백 한 송이가 유치환 시인의 [낙화]로 이어지다니
깊어가는 가을 그레이스님의 소세키 옹 완독 응원 합니다!!

그레이스 2021-09-11 00:4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모두 풍성한 독서로 가을을 타시길...!

희선 2021-09-10 0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후에 나온 동백꽃 떨어지는 소리가 나오는 부분을 보시고 유치환 시 <낙화>를 떠올리시다니... 유치환 시인은 이름은 알아도 시는 많이 모르는군요 저도 <깃발>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행복>이란 시도 있지요 그 후에는 다른 꽃도 나옵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1-09-11 00:46   좋아요 0 | URL
소리에 주목했습니다.
사무치는 무엇인가가 있어서...^^
가을인가봐요

han22598 2021-09-10 0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왜 전 술잔이 소리없이 쏟아져내리는 것만 보이나요 ㅋㅋㅋ

그레이스 2021-09-11 01:14   좋아요 0 | URL
^^
다들 낙화에 취하셨군요

페크pek0501 2021-09-11 1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뽑아 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이달의 당선작, 진심 축하드립니다. ^*^

그레이스 2021-09-11 11:1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