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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까지 가서 연천에 관한 자료를 얻었다. 돌아오는 길에 남산도서관에도 들러 몇 권의 연천 관련 자료를 대출했다. 알라딘 건대입구점에서도 책 한 권을 샀다. 그간 준비가 부족한 채 연천에 대해 말할 때마다 느끼던 부끄러움을 씻을 기회를 마련한 셈이다. 물론 연천에 대한 자료도 방대해 다른 분야에서는 또 오늘 같은 분발이 필요하다.

 

공부가 깊어지면 자신의 빈약한 생각을 부끄러워하게 마련이다. 자료를 충분하게 섭렵하지 않은 채 해설을 하는 것에도 미안함을 느끼게 된다. 자료를 충분히 섭렵하지 못하면 생각 자체가 얕을 수밖에 없고 아울러 자신의 독창성도 담보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의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자신의 독창적 생각을 갖추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자기성찰에 근거해 비판적 시각으로 공부한다면 다른 사람의 생각의 숲에서 표류하지 않을 것이다.

 

세미나 발제를 한 번 하면 공부가 부쩍 늘 것이다. 질문하는 능력을 갖추려면 세미나 발제를 하면 된다. 따로 시간을 내어 공부하는 것도 좋지 않은 습관이다. 일상에서 틈나는대로 공부하는 것이 바람직한 습관이다. 다만 집중해야 할 때가 따로 있다. 13일 함께 모일 네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오늘의 분발은 그분들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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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갑자기 추워졌다. 예보된 바다. 그렇다 해도 추위가 아닌 것이 아니고 갑작스러운 것이 아닌 것도 아니다. 추워지면 잠에 더 이끌리는 것 같다. 근력이 좋지 않아 일이 끝난 후 바로 눕고 싶은 것을 추위 탓으로 돌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올해는 성철 스님 기일인 11월 4일을 그냥 지나쳤다. 이 날을 말하는 것은 당사자를 추모하는 것보다 성철 스님에 대한 추모의 글을 쓴 일지 스님 생각이 나기 때문이다. 일지 스님의 기일은 8월 23일이지만 나는 매번 11월 4일이 되어서야 당사자를 기억한다. 43세라는 이른 죽음은 여름에는 기억하고 추념할 만한 것이 못되는 것일까? 이 스산함(몹시 어수선하고 쓸쓸함, 날씨가 흐리고 으스스함, 마음이 가라앉지 아니하고 뒤숭숭함)을 음악으로 이겨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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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란 무엇인가? 먼저 태어나 오래도록 살아 남으면 어른이 되고 선배가 되는 것이 아닌가? 나이가 벼슬이고 자랑인가? 본인이 잘 나서 먼저 태어난 것도 아닌데 그들은 나이 많음을 남을 가르치고 자신과 관계 없는 일에 개입할 수 있는 권력으로 여기는 것 같다.

 

"박**이는 계집애도 아니고 뭐야?" 얼마전 나이든 남자들이 나에 대해 했다는 말이다. 그들은 분명 여자를 가르치려 들고 차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자신이 기준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미덕을 가진 여성분들을 존경하고 그분들과 두루 잘 지내며 감사합니다, 최고입니다 등의 말을 아끼지 않는 내 모습을 꼴 보기 싫어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여성들이 불편해 하는 성적인 말을 불편해 하는 나를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들일 것이다. 아이의 말에도 귀기울이는 내 모습을 어이없어 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나는 여성적 가치관을 동경하지만 외모나 목소리로 그런 주의(主義)를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진심어린 태도다. 지인 박 샘은 "좋은 말이네요"라고 했다. 맞다. 하지만 내가 불편해 하는 것은 자신의 주제를 아랑곳 하지 않는 자들의 오지랖이고 계집애란 말에 깃든 여성 차별적 인식이다.

 

뒤틀리고 꼬인 의식의 산물인 그들의 말을 번역기에 넣어 여과하면 박**은 여성에게 유연하고 소탈하고 겸허한 사람이란 말이 될 것이다. 그들은 여성을 욕망의 대상이 아닌 대화 상대로 여기는 나를, 당당하고 사려 깊은 여성에게서 배우고 공감하고 그들을 응원하는 나를 아는 것 같다.

 

문명화될수록 남성은 여성화하고 여성은 남성화한다는 철학자 김영민 교수의 말을 음미한다. 화낼 일도 아니고 어이없어 할 일도 아니다. 그렇다고 내 정체성을 확인시켜준 그들이 감사의 대상은 아니다. 이래저래 세상은 재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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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곡의 결혼행진곡을 듣는다. 바그너의 것(로엔그린이란 오페라에 나오는)과 멘델스존의 것(한여름 밤의 꿈에 나오는)이다. 바그너의 결혼행진곡은 신부가 입장할 때 울려퍼지고 멘델스존의 결혼행진곡은 신랑, 신부가 퇴장할 때 울려퍼진다. 사실 바그너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 브람스를 좋아하는 사람들 가운데 바그너 음악을 듣지 않는 경우가 있지만 나는 브람스 음악 애호가인 것과 별개로 바그너 음악을 듣지 않는다. 어떻든 사이가 좋지 않았던 멘델스존과 바그너의 음악이 결혼식장에서 나란히 울려펴진다는 점이 흥미롭다.

 

바그너는 멘델스존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 만큼 브람스와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 브람스는 교향곡 3번 2악장에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바그너의 유도동기(니벨룽의 반지에 나오는)를 담았다. 이를 지휘자이자 음악 교육자인 존 마우체리는 브람스가 적이 아닌 동료의 죽음을 애도하며 차분하게 삶과 죽음을 생각하고 바그너의 대단한 성취를 기리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렇듯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존 마우체리의 ‘클래식의 발견’은 참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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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나 과제 마감에 쫓기는 중에 관련 없는 책을 읽고 서평까지 쓰려는 이상한 버릇이 또 나타나고 있다. 바쁜 중에도 당장 필요하지 않은 책을 읽을 수 있지만 서평까지 쓰려는 것은 아무래도 지나친 듯 하다. 읽다 보면 쓰지 않을 수 없지만 읽기보다 쓰기가 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황 없을 때에는 자제해야 할 욕심이다. (서평을) 쓰고 싶은 책은 며칠만에 다 읽은 정승연의 ’세미나책‘이다.

 

과제 마치면 책만 읽게 될 시간들이 올 것이라 믿지만 어긋난다. 다른 과제, 다른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오랜 만에 알라딘에서 내 리뷰를 읽고 구매에 도움을 받은 사람이 보낸 thanks to link를 두 건 받았다. 우에노 치즈코의 ’논문 쓰기의 기술‘, 니시나리 카츠히로의 ’선천적 수포자를 위한 수학‘ 등이다. 책 값의 1%에 해당하는 120원, 150원을 각각 받은 것이지만 기분 문제다. 오늘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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