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란 무엇인가? 먼저 태어나 오래도록 살아 남으면 어른이 되고 선배가 되는 것이 아닌가? 나이가 벼슬이고 자랑인가? 본인이 잘 나서 먼저 태어난 것도 아닌데 그들은 나이 많음을 남을 가르치고 자신과 관계 없는 일에 개입할 수 있는 권력으로 여기는 것 같다.

 

"박**이는 계집애도 아니고 뭐야?" 얼마전 나이든 남자들이 나에 대해 했다는 말이다. 그들은 분명 여자를 가르치려 들고 차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자신이 기준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미덕을 가진 여성분들을 존경하고 그분들과 두루 잘 지내며 감사합니다, 최고입니다 등의 말을 아끼지 않는 내 모습을 꼴 보기 싫어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여성들이 불편해 하는 성적인 말을 불편해 하는 나를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들일 것이다. 아이의 말에도 귀기울이는 내 모습을 어이없어 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나는 여성적 가치관을 동경하지만 외모나 목소리로 그런 주의(主義)를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진심어린 태도다. 지인 박 샘은 "좋은 말이네요"라고 했다. 맞다. 하지만 내가 불편해 하는 것은 자신의 주제를 아랑곳 하지 않는 자들의 오지랖이고 계집애란 말에 깃든 여성 차별적 인식이다.

 

뒤틀리고 꼬인 의식의 산물인 그들의 말을 번역기에 넣어 여과하면 박**은 여성에게 유연하고 소탈하고 겸허한 사람이란 말이 될 것이다. 그들은 여성을 욕망의 대상이 아닌 대화 상대로 여기는 나를, 당당하고 사려 깊은 여성에게서 배우고 공감하고 그들을 응원하는 나를 아는 것 같다.

 

문명화될수록 남성은 여성화하고 여성은 남성화한다는 철학자 김영민 교수의 말을 음미한다. 화낼 일도 아니고 어이없어 할 일도 아니다. 그렇다고 내 정체성을 확인시켜준 그들이 감사의 대상은 아니다. 이래저래 세상은 재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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