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는 열다섯은 없다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6
손현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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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 책을 보내주신다는 출판사의 메일을 받았다. 열다섯 소년의 사연이 궁금해 보내주시라고 했다. 토요일 아침, 스터디 카페에 앉아 단숨에 읽었다. 마음 아프고도 희망적인 이야기였다. 책을 읽다 보니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라는 소설이 떠올랐다. 그 책에서도 집 나간 남편으로 인해 가난과 슬픔에 내몰린 가족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남편의 사망 이후 우울증을 앓는 부인과 우울증 극복을 위해 하나씩 집에 들인 유기견 열일곱 마리, 그리고 그녀의 아들과 딸이 등장한다. 이야기는 아들 주노의 관점에서 진행된다.


개 열일곱 마리와 함께 거리로 내몰린 주노 가족의 답답한 현실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반지하 빌라에서 그 많은 개를 키운 것도 신기하고, 아무 대책 없이 거리로 나앉은 것도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다. 저자는 마지막 말에서 실제 이런 사연이 실린 기사를 보고 소설의 모티프로 삼았다고 했다. 하나의 기사가 소설이 되는 순간이다. 작가의 상상은 이어진다. 운 좋게 명문 중학교에 다니던 소년이 버려진 버스에서 살게 되고, 그를 괴롭히던 아이들 무리 때문에 힘든 학교생활을 계속한다. 통영에서 전학 온 예지와 마음이 잘 맞지만 효재 무리에게 함께 괴롭힘의 대상이 된다. 이어지는 크고 작은 문제 상황에도 별 신경 쓰지 않는 담임 선생님에 대한 불만이 쌓이던 중 큰 결심을 하게 된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열일곱 마리나 되는 개로 인해 갑갑한 상황이 이어졌다. 그중 새우라는 강아지는 심장병까지 있음을 알게 되지만 비싼 약을 먹일 수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게 할 수도 없다. 힘들지만 개들을 다시 유기견 보호소나 거리로 내몰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주노의 갈등에 마음이 아팠다. 한때 어머니가 도왔던 이모의 집에 들어갈 수도 있지만 많은 개들과 함께는 불가능한 일이었고, 이모에게 용돈을 받아 쓰는 그들에게 개를 키우는 것은 사실 사치였다.


학교폭력과 가정의 문제, 그것을 오롯이 혼자 감당하는 소년의 외로움이 전해져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예지나 동물 병원 집 아들이자 반장인 호영, 주짓수 관장님과 같은 도움의 손길이 있어 다시금 마음이 따스해져 왔다. 교사 입장에서 혹시라도 이런 고통을 당하고 있는 학생들이 있지는 않은지 늘 살펴야 할 것 같다. 돈이 학벌을 만들고, 가난이 대물림되지 않는 사회가 되도록 관심을 가져야겠다. 자신만 고통을 겪는다는 생각을 가진 청소년, 그리고 선생님들에게 이 소설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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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왕국 서로마 제국이 ‘시시껄렁하게’사라지는 순간 - 프로와 아마의 차이 100페이지 톡톡 인문학
최봉수 지음 / 가디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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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출판사로부터 이 책을 보내주신다는 메일을 받았다. 바쁜 중에도 그동안 생각해 본 적 없던 내용이라 궁금한 마음에 책을 받아 보았다. 처음에 받고 너무 얇은 책 두 개라 놀랐다. 100페이지 톡톡 인문학이라는 말에 걸맞게 표지까지 합하면 100쪽 정도 될 만큼 얇았다. 분량을 100쪽에 맞추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들고 다니며 읽기에 좋은 두께이다. 

두 권의 책으로 왔는데 하나는 서로마 제국의 멸망,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한나라의 몰락에 대한 내용이었다. 서양과 동양의 고대 역사가 현대에 시사하는 점들이 있는지 고찰하는 내용이었고, 문장은 굉장히 캐주얼했다. 입말이나 요즘 회자되는 말들을 넣어 인문학이라는 딱딱함을 한 꺼풀 벗겨낸 느낌이었다.

고백하자면 고등학교 시절 외우는 공부를 무지하게 싫어하던 나는 외우기 싫어서 이과를 선택했고 물리와 화학 중 외울 일이 적은 물리를 택했다. 그래서 한국지리나 역사, 그리고 세계사에 있어서는 문외한에 가깝다. 한국사가 나오는 5학년을 오랜 교사 생활 동안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나이기에 캐주얼한 이 책도 한 번 읽어서는 이해가 안 되어 연달아 두 번을 읽었는데도 아직도 긴가민가하는 부분들이 많다. 특히 들어본 적은 있는 한나라의 인물들에 비해 서로마 제국 편의 등장인물들은 너무나 생소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갔을 때 가이드로부터 훈족을 피해 그곳까지 이동해와 만들어진 도시라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훈족의 영웅이었던 아틸라의 이야기로부터 책이 시작된다. 유라시아 대초원에서 유목생활을 하던 흉노족이 바로 훈족이라고 나온다. 무제의 정벌을 피해 서쪽으로 이동하던 이들이 4세기 헝가리를 통해 유럽 대륙으로 들어오며 유럽은 혼란에 빠진다. 점령지를 잔인하게 약탈하던 아틸라는 동로마를 쉽게 함락하고 서로마로 향한다. 설마 천년 제국이 무너질까, 하는 마음으로 로마의 마지막 영웅 아에티우스는 훈족을 맞아 카탈라우눔 전투를 치른다. 아에티우스는 승리하였지만 아틸라에 대한 안이한 판단으로 훈족을 섬멸하지 않은 탓에 1년 뒤 다시 아틸라의 침공을 받는다. 이번에는 바로 밀라노로 치고 들어가 밀라노를 포위하자 교황이 직접 협상하여 아틸라는 물러나고, 얼마 후 세기의 영웅이었던 아틸라도, 아에티우스도 허망한 죽음을 맞게 된다. 이후 리키메르, 오레스테스, 오도아케르에게 권력이 잠시 있었지만 시시하게 끝나고 중세 시대를 맞는다.

초한지로부터 삼국지에 이르기까지 약 500년 간 한이 중국의 고대사 후반부를 채운다. 400년 이상 분열의 시대를 누비던 왕망, 동탁, 조조, 사마의, 이름 자를 따 ‘망탁조의’라 묶어 불리는 이들의 이야기가 다음 권에 나온다.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사마에 두 번(39세, 45세) 오른 왕망은 처음과 다음 너무나 대조적인 면모를 보인다. 원칙적인 삶을 살며 재야 유자로부터 존경받던 유자였던 첫 시기에 비해 다음 대사마에서는 황제를 시해하고 스스로 황제에 올라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혹정을 펼쳤다. 이에 비해 위를 세운 조조와 위를 장악한 사마의는 자기 검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황제에 오를 대의명분을 찾다 결국 황제가 되지 못했다. 최고의 독설가인 예형, 입바른 소리 잘하던 공자의 20대손 공륭, 조조의 양자였지만 조조를 무시했던 하안, 그리고 부패하고 타락한 정권에 등을 돌린 죽림칠현(산도, 완적, 유영, 혜강, 향수, 완함, 왕융)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수박 겉핥기였지만 이렇게라도 동서양의 고대사를 조금이나마 접한 것이 보람되다. 이들의 이름이 다른 어디에선가 나온다면 반가울 것 같다. 참고서 읽듯 밑줄 그으며 반복해서 읽으면 외울 수 있게 될까? 다시 학창 시절로 되돌아가 그때 게을러 하지 못한 공부를 하는 느낌이다. 이렇게 요약된 내용이 아닌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접할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OLlaTEia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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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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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제목과 리뷰를 수없이 많이 보았지만 이번에 처음 읽었다. 편의점이 처음 우리나라에 생겼을 때 24시간 동안 문을 여는 가게라는 것이 정말 신기하게 느껴졌다. 남들이 다 자는 밤새 누가 가게를 찾아 물건을 사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하루를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겠다. 교대근무하시는 분들이나 밤낮을 바꿔 생활하는 직업을 가진 이가 생각보다 너무 많다.


사실 나는 편의점을 그다지 자주 가지 않는다. 급하게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 혹은 대형 쓰레기 부착용 티켓을 살 때만 간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편의점을 이용한다.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학생들의 아지트이기도 하고, 다른 곳보다 1+1, 혹은 2+1 행사가 많아 할인판매를 노리고 가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저번에 언젠가 물을 사러 갔다가 행사 상품을 골랐는데 하나만 구입을 했더니 점원 분이 왜 하나만 하느냐고 하셨다. 무거워서 하나만 가져가려는 건데 이상하게 생각을 하시며 그럼 제가 먹어도 될까요, 하고 말씀하셨다. 본의 아니게 선의를 베푼 건가? 어쨌든 편의점에서는 1+1의 기쁨을 간혹 누릴 수 있다.


이 책에는 사회생활을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한 여성이 등장한다. 30대 중반이 되도록 계속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다. 일본도 편의점은 대부분 아르바이트인가 보다. 그동안 여러 점장이 거쳐 갔지만 후루쿠라는 그만둘 생각도, 제대로 된 다른 직업도 구할 생각도 없다. 편의점만의 소리에 너무나 익숙할 정도로 모든 생활이 편의점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먹는 이유도, 잠자는 이유도, 심지어 손톱을 깎는 이유도 편의점 근무를 위해서이다. 그런 그녀에게 획기적인 일이 일어난다. 직원이나 손님을 스토킹 하는 이유로 쫓겨난 스가와라를 우연히 만나 집에 들인 것이다. 참으로 대책 없는 듯 보이는 일이지만 책 초기에 소개되었던 어린 시절 그녀의 기행으로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어쨌든 평범해 보였던 후루쿠라의 독특함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후루쿠라의 집에 기생하다시피 하며 새로운 직장을 구하라는 뻔뻔하기 짝이 없는 스가와라도, 그를 집에 들이고 식비를 더 벌기 위해 연장 근무를 원하는 후루쿠라도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보다 더 심한 건 그녀 자신이 편의점 인간임을 뼛속깊이 알아차리는 장면이다.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 소설에 등장하는 게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상하게 평범했던 앞부분보다 어디까지 하나 보자, 싶은 뒷부분이 훨씬 재미있게 다가왔다. 갑자기 우리 각자도 평범하지 않은 어딘가에 인이 박여 살아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일을 해야만 편안해지고, 하지 않으면 불안한 무언가. 최선이 아님을 알고 있지만 놓을 수 없는 어떤 것을 우리는 저마다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길지 않은 이 소설이 상을 받은 이유를 알 것 같다.


책날개에 이 책을 출간할 당시에도 저자는 편의점에서 주 3회 일을 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어쩌면 후루쿠라는 저자의 분신일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아직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까? 앞으로 편의점에 갈 때마다 편의점 소리를 귀 기울여 듣게 될 것 같다. 평범함과 묘함의 경계를 넘나들며 일반적인 세상 이야기에 묘한 것을 집어넣고 싶다(책날개)는 저자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8pxJynBez_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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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잉 - 미래가 이끄는 삶, 보장된 성공으로 가는 길
안도 미후유 지음, 송현정 옮김 / 오월구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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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았다. 강릉 여행을 다녀오니 집에 와 있어 반나절 동안 재미있게 읽었다. 책이 얇은 편이고, 손에 딱 들어와 한 손으로 읽기에도 좋았다. 노잉이라는 개념은 흥미롭게 읽었던 왓칭이라는 책과도 닿아있는 느낌이다. 책날개에서 저자는 노잉(Knoing)을 ‘미래에서 오는 직관의 메시지,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미리 알고 감에 이끌려 움직인 결과,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일이 일어나거나 이러한 현상을 일으키는 마음 상태’라고 말한다. 왓칭이 자신이 되고 싶은 목표를 세우고 그림이나 글로 적은 후 계속 마음으로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내용과 비교하면 노잉은 자신의 의지와는 조금 거리를 두고 미래의 어떤 메시지에 마음을 열어 둔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에 대한 개념이고 마음을 맑게 하여 적극적으로 행동에 옮긴다는 면에서는 비슷하다.


저자는 이를 위해 심리학자이자 신경정신과 의사인 융이 만든 개념인 싱크로니티(Synchronity)를 가져왔다. 의미 있는 우연의 일치라는 뜻으로 살다 보면 우연히 일어난 일인데 그로 인해 인생이 바뀌거나 인류의 역사에 변화를 주게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알아차릴 수 있는 안테나를 가져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어떤 기회도 민감한 안테나가 없으면 그냥 지나쳐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잉이 언제 올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자기 신뢰다. 감정적으로 편안하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으며, 하루하루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충실한 삶을 살고 있으면 기회는 언젠가 찾아온다. 지나간 과거에 연연하기보다 미래를 바라보는 미래지향적인 사람만이 알아차릴 수 있다.


지나고 보면 신기하게도 어떤 계기가 되는 사건들이 있다. 내가 태권도를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우연히 보게 된 국기원의 미국 공연 영상이었다. 그걸 보면서 검은띠를 맨 나를 상상했고 2년이 못 되어 실제로 이루어졌다. 부끄러웠던 공연 끝에 바이올린을 전공할 결심을 하게 된 것도, 책 블로그를 오랫동안 운영해 온 시작점이 남편의 말 한 마디 때문이었던 것도 그러하다. 기독교에서는 ‘합력하여 선을 이루신다’고 한다. 어떤 일이나 고난이 결국 다른 일을 이루기 위한 밑거름이 되기 때문에 어떤 일에도 감사한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책의 뒷부분에는 실제적인 실천 방법이 나와 있는데 내가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해 자신을 책망하기보다는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 두고 하나씩 해내며 성취감을 느끼기를 권한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 기분이 좋아지는 향기, 편안한 음악, 꿈 일기, 몸 따뜻하게 하기, 마사지나 명상 등을 통해 자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면 좋다. 과거에 얽매어 후회만 하는 것이 아닌 미래를 기대하며 설레는 삶을 살기를 이 책은 말한다. 그러기 위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바쁜 중에도 자기 전이나 아침에 하루를 정리하고 계획하는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AAF5qugtJdU



*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솔직한 마음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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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자들이 떠도는 곳
에이미 하먼 지음, 김진희 옮김 / 미래지향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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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흥미로운 소설을 읽었다. 출판사에서 보내주신다는 메일을 받았을 때 우리나라의 역사도 잘 알지 못하는 내가 미국의 역사에 대한 책을 굳이 읽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서부로 이동하던 시기의 이야기는 오래전 서부 영화에서나 보았을 법한 나와는 거리가 먼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미국의 역사라기보다는 한 가족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의 미시사를 통해 들여다보는 미 대륙 횡단 시대였다. 


미국이나 호주나 원래 살던 원주민과의 갈등 혹은 박해가 역사의 어두운 면으로 얼룩져 있다. 어느 민족에게나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인디언 역시 밀려들어오는 백인과 평화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고, 그들과 싸우고자 하는 이들도 있었다. 서로 상대가 보기에는 악해 보이지만 어쩌면 자기 부족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야기는 존과 나오미 두 사람의 관점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미국인 아버지와 인디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존 라우리는 암말과 당나귀 사이에서 태어난 노새를 파는 아버지를 돕는다. 인디언 어머니가 자신의 생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고 아버지에게 존을 데리고 가 존은 그곳에서 자랐다. 어머니의 마을에서도 백인의 가정에서도 그는 이방인이었다. 말도 당나귀도 아닌 노새처럼 말이다. 하지만 노새는 대이동 시기에 중요한 수단이었고, 존은 양쪽의 장점을 모두 지닌 듬직한 사람이었다. 그를 사랑하게 된 나오미는 어려운 이동을 존이 함께하게 되었다는 것에 감사한다. 마음을 열기 위해 여러 노력을 했지만 존은 쉽게 마음을 보이지 않았다. 지치고 힘들고 위험한 서부로의 이동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조금이나마 쉬웠을 거라는 짐작을 해 본다. 하지만 이들이 겪은 일들은 나의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짧지 않은 이야기의 맨 앞에 급박한 상황이 소개된다. 첫 부분을 읽으며 이야기에 바로 쏙 빠져들게 된 이유였다. 이후 이들의 만남부터 목마름과 계속되는 도강, 끝없이 이어지는 길, 고단한 야영이 낯선 단어들과 함께 진행된다. 이야기를 읽으며 한국전쟁 때 피난민을 떠올리기도 했다. 적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프거나 지친 가족을 이끌고 피난길에 올랐던 우리 조상들처럼 이들은 보다 나은 삶을 찾아 머나먼 대륙 횡단을 결심했다. 처음에 가졌던 희망은 점점 누더기로 변해 가는 옷가지처럼 전염병으로 죽어 가는 가족과 이웃, 그리고 수많은 고난으로 인해 빛이 바래 간다. 횡단을 끝내고 누군가는 살아남을 것이고, 누군가는 제대로 된 무덤도 갖지 못한 채 노상에서 생을 마감할 것을 알게 된다. 작가는 이들의 여정을 눈앞에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하게 글로 담았다. 


저자는 남편 조상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이 책을 썼다. 많은 이들이 남긴 횡단 일기를 통해 이야기의 부분들을 만들었을 것이다. 강인한 여성 나오미는 당시에 있었을 법한 상상 속 인물이지만 이야기에 등장하는 와샤키 추장이나 나르시샤는 작가가 상상을 더한 실존 인물이다. 끔찍한 장면도 간혹 있지만 대륙 횡단 당시 사람들의 모습과 인디언 세계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된 재미있고도 유익한 책이었다. 작가의 묘사와 서사가 너무 좋아 원어로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 책의 원서가 있었지만 다른 이야기도 궁금해 온라인 헌책방에서 그녀가 쓴 다른 작품을 찾아 바로 주문했다.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zctk3BfkNIc



* 위 글은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쓴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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