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왕 - 넘치는 욕망을 싹둑 잘라내는 심플 탐험 에세이
유강균 지음 / 마인드빌딩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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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 댓글로 이 책을 보내주신다는 제의를 받았다. 워낙 정리나 심플 라이프 스타일에 관심이 많아 보내주시라고 했다. 만화책 표지처럼 생긴 이 책의 내용은 오히려 철학책 같은 느낌이어서 좋았다. 정리 방법에 관한 책들은 많았지만 인생의 이유를 생각하게 하는 정리 책은 별로 보지 못했다. 

 
  저자는 메모하기를 좋아하여 많은 문구류를 탐닉했지만 결국 볼펜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과 정성을 투자했을까? 하지만 그게 헛된 시간은 아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볼펜의 소중함을 알았으니까. 그의 책상을 채우던 수많은 물건들이 사라지고 심플함만 남았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내가 진정 원하는 무엇을 찾고 가지려고 하면 나를 채우던 다른 것들을 덜어내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긴 쉽지 않을뿐더러 그것마저 계속 바뀐다. 한편 좋아하는 것만 계속 찾는 것보다 내가 계속하면서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계속하여 기술이 늘고 능숙해지면 좋아질 수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상반된 것처럼 보이지만 일맥상통한다.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 '그냥'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의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살라고 한다. 이렇게 말하는 저자는 정작 자신의 인생의 이유는 말하지 않는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일 수도 있고 스스로도 아직 찾는 중일지도 모른다. 성경에 밭에 보화가 감추인 것을 안 사람은 재산을 팔아 그 땅을 산다는 예화가 나온다. 진정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있으면 다른 것들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다른 어떤 것보다 내 인생의 이유를 생각하는 것이 우선이다. 아무 생각 없이 남들이 좇는 돈과 명예만 생각한다면 이루건 이루지 않건 허전함을 채울 수 없다. 설령 이유가 돈이라면 왜 돈인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막연히 남들도 그러니까, 가 아니라. 

  이 책에 이런 내용이 있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 그리고 앞부분에 나오는 오래전 여자 친구의 화성인 같은 충격적인 게으름도 재미있게 읽으며 나는 그녀와 비슷한 부분은 없는지 돌아보기도 했다. 이따가 하지, 내일 하지, 하며 미룬 일은 다음 나의 과업으로 인해 할 일이 점점 늘 뿐 해결은 더 어렵다. 그래서 저자는 계획도 중요하지만 즉시성을 강조한다. 무리를 해서라도 그날 일은 그날 끝내는 것, 그리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조용한 밤을 맞이하는 것. 서른을 맞은 저자에게 인생의 지혜를 많이 배웠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podty.me/episode/16711116

https://youtu.be/ibZtAHXpb8Q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본인의 솔직한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궁극의 수납법은 넣어두거나 분류하는 게 아니었다. 보기 좋게 배치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버리는 것이었다. 불필요한 물건의 참다운 위치는 서랍도, 깔끔한 수납함도, 책꽂이 틈도 아닌 쓰레기통이었다. 버리기로 시작해서 버리기로 끝나는 것. 그것이 진짜 청소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리는 단지 거들 뿐이었다. (68-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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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신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0
손보미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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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오래전 손보미의 소설을 읽었다유명한 책이라 읽었는데 그때는 큰 감흥이 없었다작년엔가 작가의 팟캐스트를 통해 이 책을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 들었다제목처럼 우연한 계기에 술에 대한 조사를 하다가 그다지 술을 좋아하지 않는 작가가 조니워커에 대해 알게 되고결국 이 이야기를 탄생시켰다우연의 결과물인 셈이다그때 들은 작가의 이야기들이 책을 읽으며 새록새록 떠올라 데자뷔의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인 와 그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던 사람이다경찰 출신의 탐정인 는 변호사들의 부탁을 받아 정보를 캐는 일을 하며 나름 성실하게 살고 있었다항산화제를 챙겨 먹고술 담배를 즐기지 않는 그는 절제를 잘하고 자기 관리에 능통한 사람처럼 보인다그에게는 하나의 루틴이 있는데 일정 기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휴가를 갖는 것이다휴가를 앞두고 있던 그에게 거절할 수 없는 의뢰가 들어오고그는 휴가 대신 낯선 도시로 떠난다반면 그녀는 어머니의 죽음 후 헤어졌던 아버지를 따라 프랑스에서 공부를 하고 미국에 정착해 큰 개를 키우며 살고 있는 애연가다정리정돈과는 거리가 있는 여성처럼 보인다어느 날 학창 시절 친구가 그녀 앞으로 남겼다는 유품을 받으러 리옹으로 간다.

 

  여행이라는 것혹은 반드시 여행이라는 이름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낯선 도시에 가게 되면 그동안 자신이 해 오던 습관을 잠시 멈추고 새로운 사람이 되기도 한다여행 중 만난 인연으로 결혼하여 남은 여생을 함께 보내는 이들도 의외로 많다여행에서 반려자를혹은 중요한 인연을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굳이 여행으로 만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가끔 나에게 찾아오는 물건이나 사람영화와 같은 사소한 것들도 사실은 굉장한 우연의 산물일 때가 많다아마도 작가는 그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뚜껑도 따지 않은 마지막 조니 워커 화이트 라벨이 우연히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치듯 말이다.

 

  우연은 필연이라는 말이 있다우연히 만난 사람우연히 알게 된 사실.. 이런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고운명이라 여긴다면 세상에 인연 아닌 것이 있을까낯익은 이름에 빌렸다가 읽지 않고 그대로 반납할 뻔했던 책을 결국 읽었다는 우연을 가장한 필연처럼 말이다소설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는 의미에서 좋은 책이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1uuhtx5tF14

https://www.podty.me/episode/16685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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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의 노크
케이시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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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보내주신다는 연락을 받고 잠시 망설였다. 혹시 영화로 치면 청불 내용이 나오지 않을까 해서였다. 그런 부분은 없다고 하셔서 책을 받았다. 하지만 어린이나 청소년은 안 읽었으면 좋겠다. 책을 읽다 보니 영화를 보는 것 같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책 뒤쪽 표지에 한 영화사 대표님이 영상화 판권을 바로 계약했다고 되어 있었다. 영화로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은 이야기이다. 

 
  한 원룸의 여성 전용 층 계단에서 발견된 남자의 시신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공교롭게도 6개월 전 보험을 들어둔 상황이어서 무연고나 다름없는 그의 죽음에 대한 수사가 보험회사의 의뢰로 진행된다. 3층에서 남자와 관계있는 여성은 303호 한 명인데 남자가 죽었을 때 여행을 가 있었다. 경찰은 같은 층에 사는 여성들을 한 명씩 불러 인터뷰를 하며 녹취를 남긴다. 독자들은 녹취록을 보며 이웃의 성향을 알게 되고 당시의 상황을 추리한다. 

  허름한 원룸. 각자 어떤 사연을 가지고 모였는지 관심 없지만 방음이 되지 않는 건물은 자의와 상관없이 이웃의 사생활을 알게 한다. 오래 눌러 살 생각보다는 자신의 실패를 만회하고 새롭게 도약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 하지만 실패의 덫은 빠져나오기가 무척 어렵고, 오랜 실패와 좌절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표지 그림과 지은이의 이름이 이국적이지만 우리나라 배경이다. 한 명씩 들려주는 인터뷰와 독백의 형식을 띤 구성이 흥미롭다. 오랜만에 추리소설을 읽어 재미있었다. 혼자 사는 여성들에게 세상은 아름답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가 나오면 보고 싶다. 




*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본인의 솔직한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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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들
에마 스토넥스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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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았다. 그동안 생각해본 적 없는 등대지기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을까? 등대지기라는 말도 오랜만에 들어본다. 오래전 사라진 직업군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등대라면 배를 대는 곳 근처에서 본 빨갛고 하얀 것만 생각했는데 이 책을 통해 바다 한가운데 타워 등대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암초를 피하기 위한 그 등대를 밝히던 사람들의 이야기. 외로움과 씨름하던 그들의 감정이 잘 녹아 있는 책이다. 
 
  누군가를 잃으면 그 슬픔은 어느 정도나 지속될까? 갑자기 사라진 등대원 세 명에게는 각각 가족 혹은 사랑하는 이가 있었다. 그들은 근처에 살며 서로 의지하곤 했다. 홀연히 사라진 세 명의 등대원은 남은 이들에게 엄청난 상실감을 주었다. 72년에 일어난 일은 20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후 한 작가에 의해 되살아난다. 아직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날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독자들은 주인공 각자의 시선을 통해 진실에 조금씩 접근하게 된다. 

  바다 한가운데 스스로 갇힌 사람들. 그중에는 외로움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뭍이 그리운 사람도 있었다. 어떤 이에게는 동경의 대상일지 모르나 한정된 공간에서 오랜 시간 동안 늘 같은 일을 하며 지낸다는 것은 감옥과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밖으로 나갈 자유가 없이 누군가가 오길 한없이 기다리는 세월이 사람들을 변화하게 하기도 한다. 때로 중요한 일은 너무 어이없이 순식간에 일어나기도 하는데 모두가 사라진 그 등대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등대라는 독특한 배경 설정, 지금은 사라진 향수를 느끼게 하는 직업, 남겨진 사람들의 비애, 서서히 드러나는 그들 사이의 사건들이 책을 내려놓지 못하게 했다. 등대에서의 시간처럼 사건을 접근해 가는 과정은 결코 빠르지 않지만 그래서 더 좋았던 이야기. 암울한 사건과 남겨진 사람들의 답답함. 그럼에도 점점 더 궁금해지는 그날의 진실. 작가는 독자를 흔드는 재주를 지녔다.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본인의 솔직한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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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희망의 나날들
허희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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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들어 출판사에서 책을 많이 받아 읽는다줄을 서 있어 다른 책을 읽을 틈이 없다그런데 보내주시는 신간들이 모두 마음에 든다사실 그전에 받고 리뷰를 쓰지 못한 책들도 있었다학생들이 방문하기도 하는 내 블로그에서 소개하기 껄끄러운 내용이 있으면 망설이다 보내주신 분께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그런 의미에서 좋은 책들을 읽는 요즘은 행복하다시간이 없어 오래 걸리는 게 미안할 따름이다.

 

  책 리뷰를  쓴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처음에는 책에 대해서만 주로 썼는데 요즘은 내 이야기가 더 많아진 것 같다저자도 원래 비평을 썼다고 한다자신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보여주기가 부담스러웠다고 고백한다이 책은 산문집이니 저자도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띄워 보내는 일에 용기를 내었다는 의미로 다가왔다책과 영화를 좋아하는 나처럼 저자도 그간 많은 책과 영화를 섭렵했음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누군가의 이야기라는 면에서 책과 영화는 닮은 점이 많다영상으로 보여주느냐텍스트로 묘사하느냐의 차이일 것이다하지만 저자의 취향은 나와 조금 다르다내가 읽지 않은 소설과 영화가 꽤 많이 소개되어 있다어떤 것은 읽거나 보고 싶기도 했고어떤 것은 무척 생소하기도 했다특히 내가 많이 접하지 않은 일본 문학에 대해서 그랬다.

 

  비평을 하는 분이라 그런지 문학에 대한 고찰 부분이 자주 등장하는데 문학이라는 것이 가장 사적인 것을 다룸으로 가장 공적인 것을 문제 삼는 예술이라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공적인 것은 사적인 삶에 깊이 침투하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개인의 미시사를 들여다보는 것이 때로 사회를 보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책 내용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어릴 적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 아버지로부터 생일선물로 받은 생텍쥐페리의 야간 비행/남방 우편기에 나오는 조종사의 시선으로 본 인간 세상은 우리가 하늘을 보는 것처럼 불빛이 별처럼 빛난다는 부분의 인용이다이 책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사랑과 시간과 서로 의지하는 인간에 대한 책과 영화들을 통해 문학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일이 책을 통해 가능하다내용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지만 책과 영화를 통한 오묘한 세상 보기의 설렘을 가질 수 있었다.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본인의 솔직한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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