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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희망의 나날들
허희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11월
평점 :
요즘 들어 출판사에서 책을 많이 받아 읽는다. 줄을 서 있어 다른 책을 읽을 틈이 없다. 그런데 보내주시는 신간들이 모두 마음에 든다. 사실 그전에 받고 리뷰를 쓰지 못한 책들도 있었다. 학생들이 방문하기도 하는 내 블로그에서 소개하기 껄끄러운 내용이 있으면 망설이다 보내주신 분께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책들을 읽는 요즘은 행복하다. 시간이 없어 오래 걸리는 게 미안할 따름이다.
책 리뷰를 쓴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처음에는 책에 대해서만 주로 썼는데 요즘은 내 이야기가 더 많아진 것 같다. 저자도 원래 비평을 썼다고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보여주기가 부담스러웠다고 고백한다. 이 책은 산문집이니 저자도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띄워 보내는 일에 용기를 내었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책과 영화를 좋아하는 나처럼 저자도 그간 많은 책과 영화를 섭렵했음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누군가의 이야기라는 면에서 책과 영화는 닮은 점이 많다. 영상으로 보여주느냐, 텍스트로 묘사하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취향은 나와 조금 다르다. 내가 읽지 않은 소설과 영화가 꽤 많이 소개되어 있다. 어떤 것은 읽거나 보고 싶기도 했고, 어떤 것은 무척 생소하기도 했다. 특히 내가 많이 접하지 않은 일본 문학에 대해서 그랬다.
비평을 하는 분이라 그런지 문학에 대한 고찰 부분이 자주 등장하는데 문학이라는 것이 가장 사적인 것을 다룸으로 가장 공적인 것을 문제 삼는 예술이라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공적인 것은 사적인 삶에 깊이 침투하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개인의 미시사를 들여다보는 것이 때로 사회를 보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책 내용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어릴 적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 아버지로부터 생일선물로 받은 생텍쥐페리의 ‘야간 비행/남방 우편기’에 나오는 조종사의 시선으로 본 인간 세상은 우리가 하늘을 보는 것처럼 불빛이 별처럼 빛난다는 부분의 인용이다. 이 책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사랑과 시간과 서로 의지하는 인간에 대한 책과 영화들을 통해 문학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일. 이 책을 통해 가능하다. 내용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지만 책과 영화를 통한 오묘한 세상 보기의 설렘을 가질 수 있었다.
*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본인의 솔직한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