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두려워하는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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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받은 이유는 더글라스 케네디라는 유명 작가의 책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제목을 많이 들었는데 왜 읽어볼 생각을 못했던 것일까책을 받아 보니 도심 배경으로 운전을 하는 사람의 그림이 멋졌다.

 

  앞부분은 우버 운전을 하는 전직 회사원의 암울한 하루하루 이야기이다꽤 높은 자리에 있었지만 회사에서 나온 후 적당한 직업을 찾지 못하고 결국 손님을 태우는 우버 기사가 되었다고객에 대한 배려는 있지만 기사들에 대한 배려는 없는 우버에 속한 그는 고객의 폭언을 참고 잠도 줄여 가며 생활비를 위해 운전대를 놓지 못한 채 살고 있다아내와 남처럼 지낸 지 오래인 그에게 유일한 희망은 아빠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딸 클라라뿐이다.

 

  그런 그에게 새로운 인연이 찾아온다불의의 사고 혹은 또 다른 이유로 아이를 지우고자 하는 여성들을 돕는 엘리스를 만난 것이다그녀를 내려준 후 갑자기 생긴 큰 사건은 그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임신중절 수술을 반대하는 단체에서 벌인 일이었고그 단체에는 아내와 친구 토드 신부도 관여되어 있다다시는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할 일이 또 생기고그는 완전히 다른 삶을 맞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불편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성인을 위한 소설이므로 담배나 술심지어 캘리포니아에서는 합법인 약물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하여 청소년은 읽지 않았으면하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었다그리고 이 책에서 자신만 옳다고 생각하는 종교를 바탕 한 단체의 폭력적인 일들도 마음에 걸렸다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도 좌우로 나뉘어 가족 간친구 간에 오해와 다툼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선을 빙자한 악약자를 옹호하는 선하지만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이 과연 모두 옳을까에 대한 질문을 작가는 던지고 있다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어떤 폭력 행위도 정당화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하지만 너무나 완벽하게 그려진 천사 같은 엘리스라는 인물도 소설 속에나 있을지도 모른다대화할 때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꺼내지 말라는 불문율에도 작가가 이 책을 쓴 것은 임신중절이라는 뜨거운 감자에 대해 화두를 꺼내기 위함일 것이다여러 생각을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책이나 이 책 또한 어느 한 면만을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작가가 쓴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본인의 솔직한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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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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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부모님을 따라 시골 깡촌에서 3년 동안 살았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있었던 많은 일들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그중 하나가 어느 밤에 거대한 흰 막을 치고 영화를 상영했던 일이다영화 내용은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지만 영화가 시작되기 전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한 노래가 생각난다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곗바늘이다하는 노래였다반복을 했던 것일까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억나는 이유가 궁금하다아마도 그 이후에 나도 모르게 계속 들어왔는지도 모른다실제로 그런 노래가 있나 검색해 보니 정말 똑같은 음과 가사로 노래하는 가수가 있었다그때 혹시 상영되었던 영화가 모모였나 찾아보니 그 영화는 그 이후에 만들어졌다어쨌든 모모에 대한 기억은 그 노래가 처음이다.

 

  그로부터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 모모라는 책이 있다는 걸 알았다아마도 이번에 읽은 것이 세 번째 인 것 같다처음에 읽었을 때는 무슨 내용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두 번째 읽었을 때 무언가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등에 글이 새겨지는 거북과 회색 신사에 맞서는 모모의 용기가 멋지다 여겼다이번에 다시 읽어 보니 그 전과는 또 다른 감동이 있었다어린 왕자라는 책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에게는 모모가 그렇다반 아이들에게도 모모 이야기를 자주 들려준다경청하는 사람이 되라는 말을 하고 싶을 때 꼭 생각난다.

 

  모모는 어느 대도시에 있는 허름한 원형 극장에 살고 있다 부모가 누군지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채 함께 살 자는 사람들의 제의를 거절하고 혼자 지낸다하지만 사람들이 모모를 수시로 찾는다그 이유는 모모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 때문이다싸우던 사람도 왔다 화해하게 된다언제부턴가 사람들은 회색 신사의 꼬임에 넘어가 다른 이를 위해 시간 내는 것을 아까워하며 무엇이든 빨리빨리 하려고 한다심지어 아이들까지 시간이 아까워 탁아소에 가 노는 것을 배운다비단 이 이야기의 배경인 대도시에서 일어나는 일만은 아닐 것이다우리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남을 위한 시간을 줄인다하지만 모모에게는 그건 형벌이다그것은 회색 신사들의 타깃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시간이 아까워 종종걸음 한 적은 없을까 돌아보게 된다사실 나의 모습이 회색 신사에 속아 넘어간 대도시 사람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음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란다다른 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갖자적어도 나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만이라도남들이 사는 대로 똑같이 살 것인가아니면 모모처럼 나만의 철학을 가지고 살 것인가오래전 이 책을 학급문고로 가지고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아 이번에 다시 헌책으로 구입했다천 원도 안 되는 중고 책이 있었다모모반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들 중 하나이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qLE-Rfn138Y

https://www.podty.me/episode/16775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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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22 -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22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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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서점에서 책을 사 왔다남편이 들고 있기에 얼른 구입했다내년을 전망하는 책이 벌써 등장하다니발매일을 보니 10월 6일이다그럼 집필은 올해 내내 했다는 이야기일까이런 시기성 있는 책들은 빨리 펴내고 빨리 소진하는 것이 출판사로 봐서는 이익이겠다.

 

  이 책을 몇 년 전에도 본 기억이 있는데 그 책에 비하면 이 책의 내용은 첨단을 달리는 느낌이다들어는 봤지만 생각해보지 못했던 이슈들요즘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앞으로의 전망 등 알고 있으면 좋은 것들이 빼곡하다매년 10대 트렌드의 흐름을 잡고 있나 보다이번에는 코로나로 가속화된 개인화 나노사회시간과 분리되는 수입을 원하는 머니러시늘어난 시간에 스스로를 관리하는 루틴이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헬시플레저잠깐이나마 도시를 벗어나고픈 러스틱 라이프실재감을 중시하는 실재감테크이커머스를 넘어 좋아요를 기반 한 라이크커머스소량의 가치재를 얻는 득템력풍요로운 시대를 보내고 중년을 맞은 왕년의 X세대 엑스틴언제 어디서나 각광받는 서사 내러티브 자본이 이 시대를 관통하는 맥락으로 보고 명명하였다말도 참 잘 만드는 것 같다시대를 앞서 가며 주도하는 브레인들이다읽고 보니 이렇게 정한 이유를 알 것 같아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공정성소확행으로부터 시작된 여가생활의 중요성인내와 고난을 미덕으로 여기던 시대와 다르게 즐거움을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는 것그럼에도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작은 습관을 중요하게 여기며 자신을 관리하는 일이 공존한다목표를 향해 최고만을 바라며 달려왔다면 이제 가지를 뻗고 다양성을 추구하며 그것만이 정답은 아니다하고 외치는 느낌이다.

 

  이 시대를 함께 살고 있지만 비싼 물건에 별로 관심이 없고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나는 득템력이나 실재감테크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다이어리에 일정을 적는 루틴이나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헬시플레저그리고 X세대였던 탓에 엑스틴 부분은 정말 흥미로웠다실재감 부분에서 나오는 AI 인간도 정말 신기해서 찾아보았다반 아이들과 AI 수업 때 잠깐 이야기 나누기도 했었는데 실제로 광고 모델료를 어마어마하게 받고 있었다예쁘기만 한 모델이 아닌 삶의 모토를 가진 AI라니인간과 너무 닮아 실제가 아니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영원한 22세보다 함께 나이 들어가는 모델이 더 아름다운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각자도생 나노사회메타버스에서 만나 라이크커머스를 즐길 내년은 삭막하진 않을까재미있고 흥미롭기도 하지만 걱정되기도 하는 내년이다한 해가 너무나 빨리 지나간다어느새 트렌드 코리아 2023을 사서 읽고 있겠지나의 한 해는 어떨지올해를 돌아보고 내년 계획을 잘 세워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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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왕 - 넘치는 욕망을 싹둑 잘라내는 심플 탐험 에세이
유강균 지음 / 마인드빌딩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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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 댓글로 이 책을 보내주신다는 제의를 받았다. 워낙 정리나 심플 라이프 스타일에 관심이 많아 보내주시라고 했다. 만화책 표지처럼 생긴 이 책의 내용은 오히려 철학책 같은 느낌이어서 좋았다. 정리 방법에 관한 책들은 많았지만 인생의 이유를 생각하게 하는 정리 책은 별로 보지 못했다. 

 
  저자는 메모하기를 좋아하여 많은 문구류를 탐닉했지만 결국 볼펜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과 정성을 투자했을까? 하지만 그게 헛된 시간은 아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볼펜의 소중함을 알았으니까. 그의 책상을 채우던 수많은 물건들이 사라지고 심플함만 남았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내가 진정 원하는 무엇을 찾고 가지려고 하면 나를 채우던 다른 것들을 덜어내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긴 쉽지 않을뿐더러 그것마저 계속 바뀐다. 한편 좋아하는 것만 계속 찾는 것보다 내가 계속하면서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계속하여 기술이 늘고 능숙해지면 좋아질 수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상반된 것처럼 보이지만 일맥상통한다.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 '그냥'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의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살라고 한다. 이렇게 말하는 저자는 정작 자신의 인생의 이유는 말하지 않는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일 수도 있고 스스로도 아직 찾는 중일지도 모른다. 성경에 밭에 보화가 감추인 것을 안 사람은 재산을 팔아 그 땅을 산다는 예화가 나온다. 진정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있으면 다른 것들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다른 어떤 것보다 내 인생의 이유를 생각하는 것이 우선이다. 아무 생각 없이 남들이 좇는 돈과 명예만 생각한다면 이루건 이루지 않건 허전함을 채울 수 없다. 설령 이유가 돈이라면 왜 돈인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막연히 남들도 그러니까, 가 아니라. 

  이 책에 이런 내용이 있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 그리고 앞부분에 나오는 오래전 여자 친구의 화성인 같은 충격적인 게으름도 재미있게 읽으며 나는 그녀와 비슷한 부분은 없는지 돌아보기도 했다. 이따가 하지, 내일 하지, 하며 미룬 일은 다음 나의 과업으로 인해 할 일이 점점 늘 뿐 해결은 더 어렵다. 그래서 저자는 계획도 중요하지만 즉시성을 강조한다. 무리를 해서라도 그날 일은 그날 끝내는 것, 그리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조용한 밤을 맞이하는 것. 서른을 맞은 저자에게 인생의 지혜를 많이 배웠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podty.me/episode/16711116

https://youtu.be/ibZtAHXpb8Q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본인의 솔직한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궁극의 수납법은 넣어두거나 분류하는 게 아니었다. 보기 좋게 배치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버리는 것이었다. 불필요한 물건의 참다운 위치는 서랍도, 깔끔한 수납함도, 책꽂이 틈도 아닌 쓰레기통이었다. 버리기로 시작해서 버리기로 끝나는 것. 그것이 진짜 청소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리는 단지 거들 뿐이었다. (68-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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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신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0
손보미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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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오래전 손보미의 소설을 읽었다유명한 책이라 읽었는데 그때는 큰 감흥이 없었다작년엔가 작가의 팟캐스트를 통해 이 책을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 들었다제목처럼 우연한 계기에 술에 대한 조사를 하다가 그다지 술을 좋아하지 않는 작가가 조니워커에 대해 알게 되고결국 이 이야기를 탄생시켰다우연의 결과물인 셈이다그때 들은 작가의 이야기들이 책을 읽으며 새록새록 떠올라 데자뷔의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인 와 그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던 사람이다경찰 출신의 탐정인 는 변호사들의 부탁을 받아 정보를 캐는 일을 하며 나름 성실하게 살고 있었다항산화제를 챙겨 먹고술 담배를 즐기지 않는 그는 절제를 잘하고 자기 관리에 능통한 사람처럼 보인다그에게는 하나의 루틴이 있는데 일정 기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휴가를 갖는 것이다휴가를 앞두고 있던 그에게 거절할 수 없는 의뢰가 들어오고그는 휴가 대신 낯선 도시로 떠난다반면 그녀는 어머니의 죽음 후 헤어졌던 아버지를 따라 프랑스에서 공부를 하고 미국에 정착해 큰 개를 키우며 살고 있는 애연가다정리정돈과는 거리가 있는 여성처럼 보인다어느 날 학창 시절 친구가 그녀 앞으로 남겼다는 유품을 받으러 리옹으로 간다.

 

  여행이라는 것혹은 반드시 여행이라는 이름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낯선 도시에 가게 되면 그동안 자신이 해 오던 습관을 잠시 멈추고 새로운 사람이 되기도 한다여행 중 만난 인연으로 결혼하여 남은 여생을 함께 보내는 이들도 의외로 많다여행에서 반려자를혹은 중요한 인연을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굳이 여행으로 만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가끔 나에게 찾아오는 물건이나 사람영화와 같은 사소한 것들도 사실은 굉장한 우연의 산물일 때가 많다아마도 작가는 그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뚜껑도 따지 않은 마지막 조니 워커 화이트 라벨이 우연히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치듯 말이다.

 

  우연은 필연이라는 말이 있다우연히 만난 사람우연히 알게 된 사실.. 이런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고운명이라 여긴다면 세상에 인연 아닌 것이 있을까낯익은 이름에 빌렸다가 읽지 않고 그대로 반납할 뻔했던 책을 결국 읽었다는 우연을 가장한 필연처럼 말이다소설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는 의미에서 좋은 책이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1uuhtx5tF14

https://www.podty.me/episode/16685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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