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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ㅣ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부모님을 따라 시골 깡촌에서 3년 동안 살았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있었던 많은 일들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중 하나가 어느 밤에 거대한 흰 막을 치고 영화를 상영했던 일이다. 영화 내용은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지만 영화가 시작되기 전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한 노래가 생각난다.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곗바늘이다, 하는 노래였다. 반복을 했던 것일까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억나는 이유가 궁금하다. 아마도 그 이후에 나도 모르게 계속 들어왔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런 노래가 있나 검색해 보니 정말 똑같은 음과 가사로 노래하는 가수가 있었다. 그때 혹시 상영되었던 영화가 모모였나 찾아보니 그 영화는 그 이후에 만들어졌다. 어쨌든 모모에 대한 기억은 그 노래가 처음이다.
그로부터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 모모라는 책이 있다는 걸 알았다. 아마도 이번에 읽은 것이 세 번째 인 것 같다. 처음에 읽었을 때는 무슨 내용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두 번째 읽었을 때 무언가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등에 글이 새겨지는 거북과 회색 신사에 맞서는 모모의 용기가 멋지다 여겼다. 이번에 다시 읽어 보니 그 전과는 또 다른 감동이 있었다. 어린 왕자라는 책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에게는 모모가 그렇다. 반 아이들에게도 모모 이야기를 자주 들려준다. 경청하는 사람이 되라는 말을 하고 싶을 때 꼭 생각난다.
모모는 어느 대도시에 있는 허름한 원형 극장에 살고 있다 부모가 누군지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채 함께 살 자는 사람들의 제의를 거절하고 혼자 지낸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모를 수시로 찾는다. 그 이유는 모모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 때문이다. 싸우던 사람도 왔다 화해하게 된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회색 신사의 꼬임에 넘어가 다른 이를 위해 시간 내는 것을 아까워하며 무엇이든 빨리빨리 하려고 한다. 심지어 아이들까지 시간이 아까워 탁아소에 가 노는 것을 배운다. 비단 이 이야기의 배경인 대도시에서 일어나는 일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남을 위한 시간을 줄인다. 하지만 모모에게는 그건 형벌이다. 그것은 회색 신사들의 타깃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시간이 아까워 종종걸음 한 적은 없을까 돌아보게 된다. 사실 나의 모습이 회색 신사에 속아 넘어간 대도시 사람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음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다른 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갖자. 적어도 나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만이라도. 남들이 사는 대로 똑같이 살 것인가? 아니면 모모처럼 나만의 철학을 가지고 살 것인가? 오래전 이 책을 학급문고로 가지고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아 이번에 다시 헌책으로 구입했다. 천 원도 안 되는 중고 책이 있었다. 모모, 반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들 중 하나이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qLE-Rfn138Y
https://www.podty.me/episode/167759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