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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ㅣ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12
오스카 와일드 지음, 베스트트랜스 옮김 / 더클래식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868287719
다른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도리언 그레이는 자신이 점점 늙고 추리해져 사람들이 더 이상 자신의 존재를 기억하지 않을 것이 두려운 나머지 자신의 초상화가 자기 대신 늙어가고 자신은 늙지 않고 젊음과 미모를 유지할 것을 원했다. 하지만 결국 그것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였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요즘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미모와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안달이다. 물론 그것은 모든 사람의 소원이기도 할 것이다. 연예인을 비롯한 공인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 그런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늙음과 죽음은 인간이 극복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이며 나이가 들었을 때는 나이든 사람의 모습을 해야 오히려 거부감이 없는 것이 아닐까? 첨단 의학 기술이 발달하고 기술에 의지해 젊음을 유지하느라 고생하는 사람들의 노력도 가상하긴 하지만 왠지 오드리 햅번이나 마더 테레사의 나이 든 얼굴이 더 아름다워 보이던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순수했던 청년 도리언 그레이는 외모만 그대로지 시간이 갈수록 더 추하고 악해져 간다. 영혼을 팔아넘긴 그에게 남은 것은 껍데기 뿐, 범죄를 저지르고 불안에 시달리는 그에게 평안이 있을 리 없다. 점점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죄책감과 두려움에 나락으로 치닫는 그를 보면서 인간의 욕심이 불러일으키는 파멸의 끝을 보는 듯 했다. 이번 달 인문학 모임 도서로 선정되어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처음에는 속도 내기가 어려웠으나 중반 이후부터 사건이 빠르고 흥미롭게 진행된다. 오스카 와일드가 유명한 이유를 알 것 같다.
- 언젠가 당신도 늙어서 주름지고 추해지면, 생각하느라 이마에 깊은 주름이 생기고 생기를 잃을 때, 열정이 당신의 입술을 뜨거운 불길로 낙인찍을 때, 그때 비로소 느끼게 될 거예요. 그 때가 되어서야 젊음이란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겠죠. 지금이야 어디를 가도 사람들이 당신에게 열광할 테지만 그게 언제까지 지속될 것 같은가요? (36쪽)
- 실물과 똑같이 생긴 걸 가지고 왜 그리 난리들이야? 사랑에서도 충실함은 순전히 생리적인 문제라고. 그건 우리 의지와 전혀 상관없어. 젊은이들이 한 사람에게 충실하려고 해도 그러기 어렵고 늙은이들이 아무리 부정을 저지르고 싶어 해도 그럴 수 없는 거야. (46쪽)
- 양심의 가책이 끈덕지게 죄악의 발걸음을 따라다니게 하는 것은 상상력이고, 범죄로 하여금 기형적인 자식들을 낳게 하는 것도 상상력이다. 하지만 평범한 현실에서는 악인이 처벌을 받고 선한 사람이 보상을 받는 것도 아니었다. 성공은 강한 자가 차지했고, 실패는 약자에게 던져졌다. (266~2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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