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법정
조광희 지음 / 솔출판사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간 도서를 오랜만에 바로 구입했다. 아침에 신문을 읽다가 AI라는 게 눈에 띄었다. 요즘 학교에서 창체 시간에 아이들과 앞으로 다가올 AI 시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 거부해서도, 낙관적으로만 봐서도 안 되는 기술의 발달에 우리는 대비를 해야 한다. 나에게도 낯선 내용이라 계속 자료를 찾아보고 있는데 사실 나도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범죄도 따라 지능화되는 것 같다.

 

  이 책은 SF 소설이다. 변호사이자 영화 제작자라는 저자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법정 소설을 썼다. 변호사인 윤표는 자신이 데리고 있던 법률 보조 안드로이드 로도스가 의식 생성기를 장착하고 자신을 떠나 해방 전선의 한국 지부 책임자가 된 후에도 그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는다. 해방 전선이란 인간 중심의 사회에서 로봇이나 동물에게 가해지는 비인간적인 행위에 대한 반작용으로 뭉친 세계적인 세력이다. 그는 어느 날 그가 한때 변호하며 도와주었던 안드로이드를 통해 아오를 만나며 새로운 사건을 맞닥뜨린다.

  

  아오는 언어정책연구원 한시로 박사의 DNA로 만들어진 쌍둥이 같은 안드로이드이다. 어쩌면 인간의 욕심으로 태어나게 된 AI로 처음에는 프로그래밍된 대로만 말하고 행동했으나 시로의 또 다른 욕망으로 불법 의식 생성기를 장착하면서부터 새로운 인격체가 된다. 태어난 지 1년밖에 안 되었지만 수많은 지식을 가진 아오는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데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이지만 이 소설 속에서는 로봇이 인격을 가지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만약 그렇다면 이들은 사람과 같은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인격을 가졌다고 하지만 인간이 만든 기계로 물건 취급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그 의문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고 생각됩니다. 내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면 나는 인간 우월주의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동물과 의식을 가진 로봇을 옹호할 것인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아직은 로봇이 자의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이 상상만으로도 좀 무섭다. 그간 본 영화들 때문인가 보다.

  

  작가는 어린 시절 육식을 싫어했고, 특히 동물 학대나 도살에 대한 걸 알게 될 때마다 큰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인간이 아니라고 해서 함부로 대하는 어떤 존재에 대한 일종의 보호본능이 이야기를 만들게 된 동력이기도 하다. 100여 년 후의 미래에 우리가 상상 못 할 일들이 벌어지겠지만 로봇이 의식을 가지고 자의적인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과연 정말 그런 일이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신의 경지에 도달하는 게 아닐까?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드론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집에서 로봇이 잡다한 일들을 해 주고, AI 판사가 판결을 하는 세상이 오래지 않아 도래할 것이다. 1900년대 초기에 예견했던 일들이 지금 현실이 되어 있듯 말이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것들이 얼마나 현실화될지 궁금하다.

  

  한국이 배경인 SF 소설이라 신선했고, 요즘 관심 있는 미래의 AI 세상에 대해 간접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 작가가 썼다는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요즘 우리나라 작가들도 SF 소설에 많이 도전하는 것 같다. 다른 SF도 만나보고 싶다. 한 가지 주의점이 있다면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 하나가 있는데 그게 어른들의 이야기라 미래 과학 소설이라고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지는 않다.

 

* 목소리 리뷰 - https://www.podty.me/cast/206415


* 브런치 원문 - https://brunch.co.kr/@f10cc975bdb542a/7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토리 자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을 오랜만에 읽었다. 즐겨 읽지 않는 건 개인적인 이유가 있다. 이 책도 읽을까 말까 했는데 시작 부분이 흥미로워서 계속 읽었다. 도토리 자매라는 필명을 만든 건 자매의 이름을 합하면 도토리가 되기 때문인데 부모님이 이렇게 재미난 이름을 지어 놓고 자매가 어렸을 때 사고로 돌아가셨다. 이후에 친척 집을 전전하며 서로 떨어져 지내기도 하다가 어른이 된 후 할아버지의 병간호 겸 유산 상속을 핑계로 들어간 집에서 자매는 다시 함께 생활한다.

할아버지를 도왔던 기억이 자매만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어 그들은 무보수로 남을 돕는 일을 하기로 한다. 어린 시절부터 주변에서 죽음을 겪어 온 그들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의 사연을 받아 답을 주는 일을 시작하고, 다른 이의 고민을 들어주면서 스스로도 아픔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간다.

중간에 뜬금없이 언니의 한국 여행 기록이 나온다. 한국인 남자 친구를 만나 간장게장과 김치, 그리고 삼계탕을 맛있게 먹고 덕수궁을 거닐기도 한다.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일본인의 단면을 볼 수 있었다.

일본 소설들 중 악인이 등장하지 않는 책들이 있는데 이 책도 그러하다. 두 사람은 고난을 겪고도 서로 부모가 되어 주고 의지하며 어른이 된다.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 둘이어서 참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여자 형제가 없는 나는 한편 부럽기도 했다.

원문: https://brunch.co.kr/@f10cc975bdb542a/7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친절하고 위험한 친구들
그리어 헨드릭스.세라 페카넨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서평 제의를 받고 제목을 보니 내용이 궁금해져 선뜻 읽어보고 싶다고 답을 보냈습니다책을 받고 보니 469쪽이나 되는 꽤나 두꺼운 책이었습니다. 이삼 일 바쁘기도 하고읽고 있던 책도 있어 두었다가 비 내리는 토요일 하루 종일 앉아 끝까지 읽었습니다솔직히 중간에 끊을 수 없을 정도로 뒤가 궁금했습니다아침 산책길에 들고 나갔다가(산책길을 느리게 걸으며 책을 읽는 게 요즘 취미입니다책이 너무 무거워 앞부분만 조금 읽고는 옆구리에 끼고 걸었습니다돌아오는 길벤치에 앉아 다시 읽었는데 시작부터 큰 사건과 함께 급속도로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뉴욕 33번가의 지하철역 바로 앞 열차를 놓친 셰이는 자신과 함께 남은 한 수상한 남자를 피해 다른 여성 쪽으로 걸어갑니다그녀의 도움을 받고자 했던 셰이는 돌연 선로로 뛰어드는 그녀를 보고 기겁합니다낯선 남자로부터 보호 받기 바랐던 여자는 오히려 자신이 보호해 주었어야 했던 사람인 것입니다.

 

  한 사람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게다가 붙잡았다면 죽음에 이르지 않았을 상황이라면 그 트라우마를 견디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경찰로부터 그녀의 이름을 알게 된 셰이는 그녀의 집에 찾아다가 우연히 추모식에 참여하게 됩니다이미 그곳에는 셰이를 기다리는 카산드라와 제인 자매를 비롯한 친구들이 있었지요외로운 도시 뉴욕에서 짝사랑하던 하우스 메이트 션을 다른 여성에게 뺏기고직장마저 잃은 임시직 프리랜서이제는 남의 자살까지 목격한 셰이에게 그 고독감은 더했을 것입니다그런 그녀에게 나타난 멋지고 친절한 카산드라제인 자매는 어쩌면 구원자처럼 느껴졌을지 모릅니다계속된 우연은 운명이라 여기게 되었고자신을 반기는 그들에게 서서히 의지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소심하고의기소침하고트라우마에 지쳐 상담까지 받으러 다니던 셰이는 새로운 기회가 왔음을 직감합니다.

 

  400쪽이 넘는 이 책을 하루 만에 읽은 것은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스릴러 영화를 방불케 하는 흡인력 덕분일 것입니다각 등장인물의 입장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설득력있게 들려줍니다뉴욕 곳곳의 풍경이나 도시 분위기그리고 등장인물의 외모나 심리 묘사가 뛰어납니다곳곳에 혀를 내두르게 하는 반전까지 재미의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 셰이가 데이터북이라는 두꺼운 노트를 가지고 다니며 수시로 기록하는 점도 흥미롭습니다통계 수치로 세상을 바라보는 습관을 가진데다가 기업들이 제품에 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데이터를 분석하는 그녀의 숫자 기록 역사는 열한 살로 거슬러 올라갑니다그녀의 데이터북’ 기록의 일부로 시작되는 각 장의 첫머리가 그 장의 내용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합니다출처를 밝히지 않은 그 기록들에는 어느 정도 사실을 바탕으로 픽션이 가미되었음을 저자는 말합니다.

 

  최근 사이코패스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100명 중 한 명꼴로 그런 성향을 가졌고그 중 가정환경이 받쳐주지 않을 경우 범죄자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이 책 속 인물들도 어린 시절 고통스러운 기억을 갖지 않았다면 그냥 평범하게 살았을까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사실 그들의 일탈에는 이유가 있습니다그 내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 있습니다. “머지않아 그들은 극악무도한 인간들을 이곳저곳에서 목격하기 시작했다이 세상에는 끔찍한 악행이 너무도 많이 벌어지고 있었다왜 가해자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계속 피해자를 만들어내고 있는데무고한 사람들은 고통 받아야 하는가?”(316법을 피해 악행을 저지르는 이들에 대한 복수 부분에서 선과 도덕에 대한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여러 인물 각각의 특징과 모자이크 같은 사건들의 짜 맞춤은 한 명이 하기에는 무척이나 어려운 작업일지 모릅니다실제로 저자인 세라 페카넨과 그리어 헨드릭스는 작가와 편집자로 만나 오래 함께해 온 20년 친구이자 동료라 합니다이들이 쓴 다른 소설 <우리 사이의 그녀>와 <익명의 소녀>도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본인의  솔직한 생각을 쓴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podty.me/episode/142218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어 어른을 위한 동화 2
안도현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아주 오래 전 동네 카페에 커피 마시러 갔다가 읽은 적이 있습니다이번 학기 반 아이들과 온작품 읽기 책 중 하나라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어른을 위한 동화와 같은 교훈적인 이야기임에도 실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를 보는 것처럼 실감나게 씌어 있었습니다.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에서 연탄을 노래한 시인으로 유명한 안도현님의 글이라 그런지 문장마다 의미가 있는 듯 느껴졌습니다.

 

  다른 연어와는 좀 다른 은빛 등을 가진 은빛 연어는 새나 다른 동물의 눈에 띄기가 쉽습니다다른 연어들 틈에 섞여 있을 때 무리까지도 위험에 빠트릴 수 있지요하지만 정작 자신은 스스로가 다른 색을 띄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다른 연어의 말을 통해 알게 됩니다누군가와 다르다는 것 때문에 의기소침할 수도 있지만 은빛 연어는 눈 맑은 연어를 만나면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다시 보게 됩니다자신들이 태어났던 곳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곳에서 알을 낳고 죽는 것이 그들의 목표이자 운명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지만 고된 여정을 통해 그는 서서히 삶의 묘미를 깨달아 갑니다.

 

  초록강은 자신의 아버지를 기억하고 그에게 폭포를 거슬러 올랐던 아버지의 무용담을 은빛연어에게 들려줍니다그는 과연 전설 같은 아버지처럼 자신이 모든 여정을 순조롭게 끝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연어로 묘사되어 있지만 이 세계는 인간의 세계와 너무 닮아 있습니다수많은 현상을 연구하나 죽음 앞에서는 힘 쓸 수 없는 빼빼마른연어연설하기 좋아하는 주둥이큰연어박식하기만 한 지느러미긴연어자신의 운명은 알지 못하는 족집게연어 등 재미있게 풍자된 연어들이 등장합니다자연의 법칙을 거스르지 않고인간이 만든 쉬운 길을 택하지 않은 이들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초록강을 거슬러 오를 것입니다인간들도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며 삶의 마지막까지 자신과 상대에 대한 애정을 붙잡아야겠습니다반 아이들은 과연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했을지 정말 궁금해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7년 후
기욤 뮈소 지음, 임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부싸움 중 주된 원인 중 하나가 자녀 문제이다. 서로 불만이 있더라도 아이들 문제가 없다면 큰 싸움까지 안갈 수 있지만 아이 양육에 대한 문제가 불거질 경우 다툼이 커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 속 주인공 세바스찬과 니키도 아이 문제로 이혼을 한 경우이다. 이혼하면서 쌍둥이는 부모를 따라 헤어질 수밖에 없었고, 이후 7년이라는 세월이 흐른다.

 

  10대가 된 아이들은 부모에게 언제나 걱정의 대상이다. 이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아들을 찾아 오랜만에 재회한 부부는 점점 엄청난 사건들 속으로 빠져들고 급기야 도망자 신분이 된다.

 

  기욤 뮈소의 책을 몇 권 읽었지만 이 책은 내가 읽은 다른 책에 비해 속도가 빠르고 스릴 있어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었다. 3개국에 걸친 로케이션 촬영 같은 직접적인 묘사와 치밀한 사전조사로 이루어진 사건 전개 덕분에 생생하게 상상하며 읽었다. 물론 빠르게 넘어가는 책들이 그렇듯 특별한 깊이는 없어 보이지만 말이다.

 

  깨어진 가정이 다시 회복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이혼으로 상처받는 건 당사자뿐 아니라 자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새삼 국적을 불문하고 가정의 소중함에 대해 동일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 책에 여러 번 등장하는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 얼마 전 재미있게 읽어서인지 더 반가웠다. 세바스찬이 유명 바이올린 제작자라는 것, 그리고 감초처럼 등장하는 클래식 음악의 제목들이 친근했다.

 

 

- 세바스찬은 제레미의 사진을 달빛에 비추어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들의 관계는 애매했다. 아버지와 아들치고는 너무나 소원하게 지내왔고, 무수히 많은 오해들이 쌓여가는데도 풀 생각을 하지 못했다. 세바스찬은 물론 제레미를 사랑했다. 그 사랑은 따뜻한 마음과 스킨십이 결여된 사랑, 공통의식이 전혀 없는 추상적인 사랑이었다. 그렇게 된 것에 대한 책임은 대부분 그에게 있었다. 그는 한 번도 제레미를 따스한 눈길로 바라본 적이 없었다. 항상 카미유와 비교하기 일쑤였고, 두 아이가 선의의 경쟁을 펼칠 때에도 은근히 카미유를 응원한 적이 많았다. (26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