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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산책 - 세상을 움직인 경제학 천재들과의 만남
르네 뤼힝거 지음, 박규호 옮김 / 비즈니스맵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자신의 연구를 통해 낡은 독단을 깨부수는 학자들은 언제나 이런 좌절감과 함께 살아야 한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이 완전히 증명된 후에도 사람들은 오랫동안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했다. - 267p
인류의 역사에서 의학, 법학, 천문학, 철학 등의 학문에 비하여 경제학은 매우 뒤늦은 출발을 했다. 경제란, 돈이 굴러가는 현상을 의미하기에, 산업사회 이후 어마어마하게 발달한 자본의 이동에 동참하여 발달하게 된다. 흔히 경제를 자본의 흐름에만 비유하기 쉽지만, 경제는 어느 국가의 정치, 문화, 사회, 법률 등과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고대 그리스나 중국에서부터 이미 통화와 함께 경제적인 관념이 자리 잡기 시작했으니, 경제는 인류의 농경사회 이후, 화폐를 통한 거래나 물물교환으로 의,식,주를 해결하던 시기부터 서서히 주요한 학문으로서의 면모를 띄기 시작한다.
경제학은 고대 그리스나 중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산업 사회의 절정기였던 영국, 그리고 현재의 일본과 미국이 주도를 하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는 중요성의 정도를 넘어, 이미 한 나라의 이념을 집어삼킬 만큼의 효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자본주의.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려 있는 기회의 창은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누구나 돈을 소유할 수 있는 반면, 누구나 한 순간 돈을 잃고 알거지가 될 수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본인의 목숨 다음으로 소중하다. 저마다 부자 되기 열풍에 휩싸여 재테크에 열을 올리고 있는 IMF 이후의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저마다 속을 알 수 없는 속물이 되어 가고 있다. 나 역시도…. 슬프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정치, 경제에 유독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분들이라도 돈의 흐름을 알고, 감각을 익혀야 부자가 될 수 있다. 부자 되기의 첫 출발점이 바로 경제학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학 입문 도서로 「경제학 산책」은 매우 쉽고, 간결한 책이다.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나온 책이지만, 평소 경제에 관심은 많았으나 도통 너무 어려워서 제대로 공부해볼 기회가 없었던 성인들에게도 안성맞춤인 책이다. 총 12명의 유명한 경제학자들의 생애를 짧은 분량으로 재미있게 이야기해 준다. 너무도 유명해서 이름만 들어도 아는 학자에서부터, 전혀 생소했던 이름의 경제학자까지 모두 만나볼 수 있다는 것 또한 본서의 장점 중 하나다. 이번 기회에 만나볼 수 있었던 유명한 경제학자들의 개요는 이러하다.
1. 애덤 스미스 (1723~1797)
현대 경제학의 창시자. 부의 근원은 노동이며, 분업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수단이다. 자유 시장을 옹호하고 관세와 국가보호주의를 반대한 스미스는 자유 시장경제 추종자들의 대부로 자리를 잡았다. 18세기 중반에 이미 국제 분업과 전 세계 자유무역을 예견했다. 경제라는 단일 주제를 포괄적이고 집중적으로 다룬 최초의 경제서「국부론」발간.
2. 데이비드 리카도 (1772~1823)
세속적으로 큰 성공을 거둠. 국제무역은 언제나 이득이 된다는 ‘비교우위론’ 주장. 모든 국가가 자유무역을 하고 전문화하고 제한조치와 관세를 철폐하면 다 같이 잘살게 된다. 세계화라는 경제학의 주요 이론에 크게 이바지한 인물.
3. 칼 마르크스 (1818~1883)
지금까지도 수없이 논란이 되고 있는 ‘공산당’의 창시자. 마르크스 역시도 공산주의사회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내리지는 않고 애매모호한 언변으로 마무리 했다. 마르크스의 설명에 따르면 공산주의는 자본주의가 종식된 후 사유재산과 모든 계급, 각 계급의 상이한 이해관계가 모두 폐지된 조화로운 사회다. 1천 페이지에 달하는 자본론에서 미래의 비전은 마지막 부분에 채 반 쪽도 안 되는 분량으로 매우 불분명하게 서술되어 있다. 미래에 대한 마르크스의 애매모호한 비전은 그의 명성에 득이 되었다. 나에겐 여전히 어렵고 복잡다단한 인물, 마르크스.
4. 레옹 빌라 (1834~1910)
수요와 공급 간의 균형이 가능한가, 라는 경제학의 두 가지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를 바탕으로 한 균형이 안정적인가를 증명해야 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증명한 경제학자다. 자신의 방정식을 균형가격으로 풀기 시작했다. ‘경매인의 자유’라는 가히 천재적인 설명방식을 찾아내어, 완전경쟁의 가정 하에서 가계와 기업이 파고드는 모든 경제적 변수에 대한 균형 값을 구한다. ‘공급은 수요의 결과일 뿐이다.’
5. 존 케인스 (1883~1946)
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 경제정책이 확신되는데 크게 영향을 미쳤다. 수요를 결정적인 경제요서로 보고,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고전적 공급이론을 완전히 뒤집어엎는다. 기업인은 자신의 상품을 팔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에만 생산 한다고 주장. 전체 경제의 수요, 즉 소득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며 소득이 증가할수록 감소한다. 그리고 저축은 수요를 억압한다. 또 돈을 투자하지 않고 쌓아만 두면 저축은 악덕이 될 수도 있다. 경제에 심리학을 도입하여 금융정책을 설명한다. 임금상승은 소비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생산증대를 가져옴으로써 다시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단순하지만 정확한 논리를 펼쳤다. 또한 케인스는 정부자문위원, 사업가, 투기꾼, 언론인, 영국은행장, 미술품애호가, 연극후원자, 서적수집가 등 다양한 활동에 몸담았다.
6.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1899~1992)
하이에크는 자신의 저서 「가격과 생산」에서 케인스의 경기이론과 대립하는 경기이론을 담고 있다. 하이에크는 국가의 경제 개입을 옹호하는 케인스가 옳지 않다고 보았다. 둘은 언제나 의견이 갈렸지만, 서로를 인정하고 좋아했다. 하이에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주의 사상이 다시 번창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사회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국가의 지나친 개입이 경제발전과 부의 증가를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7. 피터 드러커 (1909~2005)
경영을 하나의 학문으로 승격시킨 경제학자이자 경영자들의 컨설턴트인 피터 드러커는 최고 경영자들에게 항상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전형적인 상류사회에 속했던 드러커의 집안은 언제나 유명인사의 방문이 끊이지 않았는데, 슘페터, 지그문트 프로이트, 토마스 만, 미제스 등도 자주 찾았다. 어렸을 적부터 자연히 여러 지식인들과 교류를 했던 드러커는 경영을 비롯한 외교와 경제 분야에서 탁월한 두각을 나타나게 된다. 그 후 세계 각지에서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며 칼럼니스트와 교수를 겸하여 여러 저서들을 편찬한다.
8. 밀턴 프리드먼 (1912~2006)
마약, 마리화나 허용을 주장할 만큼 개인의 자유를 그 무엇보다 중요시 했다. 국가는 가능한 한 뒤로 물러서 소수의 핵심 과제만을 수행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가 말한 국가의 핵심 과제란 법의 존중, 민간 계약의 준수 여부, 시장 기능의 확보에 대한 책임을 의미한다. 그의 저서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위와 같은 주장을 펼치며, 극단적 자유주의이론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경기촉진을 위해서 국가가 지출을 증대하지 말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을 만큼의 적정수준에서 통화량을 늘려야 하며, 만약 정부가 수입보다 지출을 높이면 필요한 돈을 납세자나 자본시장으로부터 조달해야 한다는 현대 자유 자본 시장 이론을 수립에 기여했다.
9. 존 내쉬 (1928~ )
그에게는 여러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양성애자, 수학의 천재, 정신 분열증 환자, 노벨상 수상자……. 이러한 화려한 이력 탓에, 존 내쉬를 모델로 한 ‘뷰티풀 마인드’라는 제목의 소설과 영화까지 탄생하게 되었다. 정신병원에 장기간 입원하기도 하고, 아내 알리샤와 2번의 재혼을 하는 등. 실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그는, 천재는 대부분 광인이라는 말에 설득력을 더한다. 수학을 경제학에 접목시킨 게임이론으로 노벨상을 수상하게 되고, 결국 정신병도 스스로의 힘으로 치유하여 현재까지도 활발한 학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10. 아마르티아 센 (1933~ )
실용적인 접근으로 세상을 개선시키고자 애썼던 센은 기아와 빈곤에 대한 연구로 기존 경제학에 혁명을 일으켰다. 젊은 나이에 구강암으로 생사를 넘나드는 고생을 하면서도 연구를 업으로 삼아 일했다. 통계를 활용해 경제적 불균형의 측정, 빈곤 평가, 실업 분석, 자유와 권리의 원칙 및 영향 등을 연구 하며 경제적 사회적 연구에 헌신했다.
11. 에르난도 데소토 (1941~ )
페루의 경제학자이다. 자국의 경제를 연구하며 많은 문제점들을 발견하고, 이를 알리는데 노력한다. 공식적으로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사람들의 미등록 소유물을 전부 합법화하면 제3세계 경제는 역동적으로 발전하게 될 거라는 처방을 펼친다. 경제발전은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만 가능하다고 믿으며, (물론 무조건적인 신자유주의자는 아니다. 그 자신도 철저한 자본주의자는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그가 자본주의를 옹호한 이유는 저소득층에게도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가난한 자에 대한 관심, 사회협약의 존중, 기회균등을 외치며, 제 3세계의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12. 조지프 스티글리츠 (1943~ )
스티글리츠는 세계화, 자유화, 민영화, 국가의 개입철폐 등을 주장하는 신자유주의적 요구에 반대하는 이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정보비대칭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인간의 행동, 경제학과 심리학, 신경학의 공동 작업에 관한 깊이 있는 연구야말로 미래 경제학의 주요 과제라고 주장했다.
물론 천재라는 0.1%의 재능은, 처음부터 타고난다는 것에 확신하지만, 이들 경제학자들의 이력을 살펴보고는 몇 가지의 불필요한 생각들이 덧붙여졌다. 12명의 유명한 경제학 천재들의 자라온 환경을 보면, 그들은 대부분이 이미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유럽인이나 미국인이고, 또 상류층의 가정에서 매우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 명문대학의 수학과나 법학과를 졸업하여 경제학에 깊이 연구했는데, 대부분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것이 바로, 각자 다른 사상을 지닌 그들의 유일한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다. 훌륭한 가정에서 올바른 교육을 받고, 혁명적인 사상으로 세상으로부터 더욱 큰 명성을 떨치게 되는 천재들을 보면, 하늘은 참 불공평하다는 쓸데없는 생각이 문득 든다. 물론 타고난 환경 외에, 개인의 노력이 없었다면 현대 경제학에 큰 영향을 미쳤던 그들의 논문이 탄생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무작정 어렵고 복잡한 경제학이지만, 가볍게 입문 한다는 생각으로 본서를 펼치면 좋을 듯하다. 유명 경제학자들의 짧은 필모그래피가 그들의 추상적인 사상과 함께 적절한 분량으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요즘 시대가 워낙 좋아졌으니, 어려운 경제학 용어들은 컴퓨터 클릭 한번으로 해결되므로, 좀 더 자세히 공부해 보고 싶으신 분들은 이 책을 읽은 후, 조금씩 난이도를 높여가며 따로 그들의 저서나, 경제학 서적을 공부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