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책들 - 어느 누구도 영원히 읽지 못할 그 작품
조르지오 반 스트라텐 지음, 노상미 옮김 / 뮤진트리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랄프 이자우의 소설 <비밀의 도서관; http://blog.yes24.com/document/7761021>에 나오는 도서관은 독특한 점이 있습니다. 책으로 출간됐지만 유통이 금지된 금서 정도는 아주 평범한 소장도서에 불과하며, 과거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처럼 불에 타서 세상에서 사라진 책은 물론 저자의 생각만으로 기획단계에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책들까지도 소장되어 있는 환상의 도서관인 것입니다.

조르지오 반 스트라센의 <사라진 책들>을 읽으면서 비밀의 도서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작가이자 번역가이면서 뉴욕 이탈리아 문화원 원장인 저자의 독특한 위치가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한 책들에 관한 소식을 뒤쫓는 것이 용이하게 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라진 책들>은 1824년부터 2010년까지 원고가 있었다는 사실이 분명한 8개의 책이 정말 사라졌는지, 어떻게 사라졌는지, 왜 사라졌는지 등을 뒤쫓은 과정을 정리했습니다. 그 8종류의 책은 무명의 작가가 쓴 완성도가 떨어지는 원고가 아니라 적어도 문학적으로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본 것들로서 헤밍웨이 같이 유명한 작가도 있지만,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도 있는 것 같습니다.

8종류의 책을 쓴 저자의 면면을 보면, 이탈리아 작가 로마노 빌렌치의 <거리>, 조지 고든 바이런 경의 <회고록>, 헤밍웨이의 초기 작품들, 폴란드 작가 브루노 슐츠의 <메시아>, 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고골의 <죽은 혼, 후편>, 미국 작가 맬컴 라우리의 <바닥짐만 싣고 백해로>, 발터 벤야민의 미발표 원고, 영국 작가 실비아 플라스의 <이중 노출> 등입니다.

이들 작품 가운데 저자 혹은 누군가의 눈으로 확인이 된 것들도 있지만, 추정되는 원고도 없지 않은 듯합니다. 또한 원고가 사라진 원인도 다양해서 원고를 쓴 이가 직접 불태운 경우도 있고, 원고가 공개되었을 때 일어날 후폭풍을 걱정한 가족이 불태운 경우도 있으며, 누군가에 의하여 도둑을 맞은 것도 있습니다. 문제는 도둑질해 간 사람이 원고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고 다시 돌려주지 않은 탓에 빛을 보지 못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요즈음에는 컴퓨터로 원고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때는 작업을 하던 글이 날아가기도 합니다. 저 역시 지난 주말에 종일 작업한 원고를 갈무리하면서 오히려 삭제하는 바람에 망연자실한 적이 있습니다. 다음날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원고를 다시 썼습니다. 다행히 큰 틀에서는 내용의 상당부분을 되살렸지만, 원고와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오히려 더 간결하게 써졌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두고 캐나다 작가 앤 마이클스는 <덧없는 시편들>이라는 소설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고 합니다. “부재의 기억이 남아 있다면 부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 땅이 더 이상 없어도 땅에 대한 기억이 있다면 지도를 만들 수 있다.(16쪽)”

헤밍웨이 역시 “글쓰기에는 많은 비밀이 있다. 당시에는 아무리 잃어버린 것처럼 보여도 영원히 잃어버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사라진 것은 늘 다시 나타나 남아 있는 것의 힘이 되어준다.(70쪽)”라는 비슷한 말을 했다고 합니다.

때로는 세상에 나오지 못한 책으로 인하여 더 많은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사라진 책이 어딘가 숨겨져 있다가 세상에 등장한다거나, 아니면 사라진 책의 내용을 새롭게 써내는 경우도 없지 않은 모양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먼저는 사라진 책들을 읽어볼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사라진 책들과 관련이 있는 작가들이 쓴 다른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수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찾아서 읽어볼 계획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 한빛비즈 교양툰
장 노엘 파비아니 지음, 필리프 베르코비치 그림, 김모 옮김, 조한나 감수 / 한빛비즈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 역시 어렸을 적에는 만화를 참 좋아했습니다. 옛날에는 흥밋거리고 만화를 읽었다면 요즘의 만화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은 공부거리도 만화로 그려놓으면 쉽게 이해한다고 합니다. 의학 분야에서도 만화로 된 교재가 있습니다. 오래 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 <만화 항생제>는 꽤 많은 사람들이 즐겨 읽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 소개하는 <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 역시 만화라는 매체로 의학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만화 항생제>와 닮은 점이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이 만화는 프랑스의 만화가 필리프 베르코비치가 그림을 그리고 장 노엘 파비아니가 글을 썼다는 점이라 하겠습니다.

‘고대 주술에서부터 나노기술까지’라는 홍보문안처럼 원시적인 치료술부터 최근 고도로 발전하고 분화된 다양한 의료기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고 있습니다. 의학은 아주 전문적인 영역이라서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 절달하기가 결코 쉽지만은 않습니다.

저자들은 주술의 힘을 빌던 원시의학에서 기록으로 남아있는 중요한 고대의학이 성립되어있던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히브리(히브리 의학의 정체는 종교적 색채가 강하다는 느낌입니다), 중국의학 등을 다루었습니다만, 고대인도의학이 빠진 것이 아쉽습니다.

각 지역의 고대의학은 전통의학으로 맥을 이어왔습니다만, 이집트를 비롯한 중동지역의 의학은 고대 그리스에서 집대성되어 로마로 전해졌고, 르네상스를 통하여 과학과 접목하여 현대의학으로 발전해갑니다. 그리스의학에서는 의철학 개념이 자리 잡게 되었다고 보입니다. 그림을 보면 히포크라테스가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빚이 있다는 소크라테스의 유언을 곱씹다가 선서를 만들게 되었다고 적었습니다만, 한번 확인해보아야 하겠습니다.

로마시대에는 신학을 제외한 모든 학문이 침체기에 빠져있었는데, 그리스의학을 전해 받은 이슬람의학이 이를 발전시켜 르네상스 시기에 유럽에 되돌려주었습니다. 21개나 되는 주제 가운데 고대와 중세의학에 할애된 부분은 3장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러니까 근세 서양의학이 현대의학으로 발전해오는 단계에서부터 분화되고 심화되는 과정을 요약하고 있습니다. 서양의학의 흐름을 보면, 그리스의학이 로마의학으로 이어졌다가, 중세에는 이슬람의학이 그리스의학을 발전시켰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르네상스시기에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현대의학이 태동하기 시작하여, 프랑스를 거쳐 독일로 주도권이 넘어갔고, 현대에 들어서는 아무래도 자본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미국이 중심이 된 것으로 보아야 하겠습니다. 작가들이 프랑스 사람들이다보니 근대의학의 발전과정에 기여한 프랑스 의료진이 많이 거론되는 것 같습니다.

이발사가 맡던 외과영역이 의학의 범주로 포함된 사연을 비롯하여 중세 유럽을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었던 페스트를 비롯한 전염병이 통제되어가는 과정, 의학의 영역에서 사용하게 되는 다양한 기구들이 발명된 사연 등이 재미있게 다루어졌고, 마취법, 항생제 등 혁신적인 의료기술이 개발된 사연도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밖에도 실험의학, 소아의학, 안과학, 세포병리학, 유전학, 법의학 등 의학의 세부분과들이 갈라져 나오는 과정을 다루었지만, 이 책에서 다루지 않은 부문도 엄청 많습니다.

심지어는 사회보장제도, 대체의학까지도 다루고 있는데, 이를 대체했어야 할 주목할만한 분야도 적지 않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속편이 기대되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만화라고 하면 눈으로 쓱 훑어 읽다보면 책장이 훌훌 넘어간다는 생각을 하는데, 사실은 새겨 읽을거리가 많아서, 그리고 그림도 흥미롭기 때문에 눈길을 붙든 탓인지 완독하는데 시간이 만만치 않게 들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자다가 성공했다
황병일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가 대학입시를 준비할 무렵에 회자되던 ‘4당5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4시간을 자는 학생은 대학에 들어가고 5시간을 자는 학생은 떨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셈을 해본 사람이 없으니 숫자놀음이겠습니다만 그만큼 바짝 매달려서 수험준비를 해야 합격의 영광을 누릴 수 있다는 말이었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후자에 가깝지 않았나 싶습니다만, 그래도 운이 좋았는지 재수 끝에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잠을 줄여야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옛날 주장이 틀렸다는 과학적 증거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나는 자다가 성공했다>라는 책도 나오는 모양입니다. 이 책의 저자 황병일님은 메모리폼 베개라는 대박상품을 개발하여 좋은 잠을 잘 수 있도록 기여하신 분입니다. 사업만 잘 하시는 것이 아니라 책 쓰기도 잘 하시는지 벌써 5번째 책을 쓰고 한권의 책을 번역하여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물론 수면과 관련된 책들입니다.

제가 주목한 것은 첫 번째 책을 세상에 내놓기 위한 저자가 얼마나 노력했는가 하는 점입니다. 초고와 출판기획서를 무려 150여 곳에 보냈다는 것입니다. 완곡하게 거절의 뜻을 보내오는 곳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뜻을 접을 만도 한데 거절을 거절하는 집념을 보였다고 합니다.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를 거듭한 끝에 책을 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조금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100일 정도 매달려서 쓴 초고를 3곳의 출판사에 보냈는데, 두 곳에서 거절의사를 보내왔지만, 마지막 한 곳에서 당장 계약하자는 제안을 받아 원고를 넘겼던 것입니다. 치매에 관한 책이었는데, 초판이 4쇄를 찍었고, 두 차례에 걸쳐 개정판을 내서 20년 동안 만3천권을 내는 건강 서적 부문에서는 손에 꼽히는 책이 되고 있습니다.

저자가 지난해에 내놓았던 <잠 좀 잤으면 좋겠다>를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저자의 책에서 아이디어를 훔쳐(?) 제가 작년에 냈던 책에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저자가 이번에 낸 <나는 자다가 성공했다>는 저자가 겪은 사업실패담을 바탕으로 실패를 극복하는 비결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두 차례 창업을 시도했는데, 첫 번째 사업은 IMF파동을 넘지 못해 실패했다고 합니다. 좌절하지 않고 남은 돈을 털어서 일본에 가는 비행기 안에서 숙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메모리폼 베개를 기획하여 두 번째 창업을 시작하였다는 것입니다.

메모리베개 사업은 독특한 아이디어로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어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 대박상품이 되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저가로 치고 들어오는 업체에 물량을 빼앗기면서 시작된 자금압박으로 부도의 위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파산신청을 하고 빚잔치를 할 수도 있겠지만, 좋은 상품을 그렇게 사장시킬 수 없었던 것과, 함께 해온 직원들을 생각해서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무려 8년의 각고 끝에 법정관리에서 벗어나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업이라는 것이 냉정한 면이 있는지 결국 대표자리를 내놓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책을 읽어가다 보면 사업을 일으키는 것보다. 유지발전시키는 것이 더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잘나가는 순간 위기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사업이 위기를 맞았을 때 좌절하지 않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 등, 저자가 경험한 것들을 배울 수 있겠습니다. 저야 사업적 재능이 없어서 그저 직장인으로 일하고 있습니다만, 사업이 위기를 맞으면 ‘내가 왜 사업을 시작했지?’하는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다니던 직장을 걷어치우고 창업을 할 때의 심정과 관련해서는, 저 역시 직장을 여러 차례 옮긴 전력이 있기 때문인지 남의 일 같지가 않았습니다. 한때는 그런 결정을 후회한 적도 있습니다만, 덕분에 다양한 분야에서 열정적으로 일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으며, 일곱 권 째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물론 써놓은 원고는 열대여섯 권의 분량입니다만, 출판시장이 어려워서 책으로 내놓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잠을 잘 자는 일에 관심을 둔 덕분에 지금에 이르렀다는 황병일님의 인생행로에서 얻을 것이 많아 보입니다. 잠을 잘 자야 성공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무언가가 있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퇴근길 인문학 수업 : 연결 - 오늘의 지식을 내일의 변화로 이어가기 퇴근길 인문학 수업
이종관 외 지음, 백상경제연구원 엮음 / 한빛비즈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퇴근길 인문학수업>이 책 읽는 분들의 사랑을 받아 멈춤, 전환, 전진 등 세 가지 주제를 다룬 시즌1에 이어 관계에 이어 연결을 주제로 하여 시즌2를 마무리한다고 합니다. 시즌2에서는 꼭 한 번 다루어야 할 근본적인 질문, “인문학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기획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연결편에서는 ‘인문학 코드’, ‘ 리더의 교양’, ‘시장과 문화’라는 카데고리 아래 산업과 문화 속에 스며든 인문정신이 우리 삶과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주목했다는 것입니다.

‘오늘의 지식을 내일의 변화로 이어가기’라는 부제가 이 책의 성격을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문학, 세종, 춘추전국시대, 르네상스 미술, 중국비즈니스, 유럽 명품브랜드의 변천사, 한의학 명의 열전 등의 글은 옛것을 짚어보는 듯한, 즉 미래지향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내용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특히 한의학 명의 열전의 경우 중국 전설의 명의 편작과 화타에 이어, 조선조의 전순의, 허준, 이제마 등의 한의학 명의의 삶과 업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말로는 한의학이라고 합니다만, 과거에는 한의학(漢醫學)으로 적던 것을 한의학(韓醫學)으로 바꾼 바 있으니 글쓴이가 한의(漢醫)와 한의(韓醫)의 대표인물을 고른 것을 탓할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학이 과학적이라는 주장에는 공감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병을 고쳐 건강한 삶을 지켜준다는 목적이 같다면 도구가 다른 한의학을  현대의학과 마찬가지로 과학적이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입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도구를 사용해야 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퇴근길 인문학수업; 연결>편에서 한의학을 주제로 선정한 것이 적절해보이지 않는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대의학이 각고의 노력 끝에 성취해낸 진단기기나 치료기기를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이 사용하는 것으로 한의학의 현대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글들은 주제에 잘 부합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내용이 있는 이야기의 중요성을 짚은 제2강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정보를 전달하거나 물건을 새로 내놓는 경우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더해지면 아무래도 관심도 더 끌 수 있고, 전하고자 하는 바를 쉽게 이해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타고나는 것보다는 많은 이야기를 들어서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읽기가 가장 좋은 훈련인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퇴근길 인문학수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인문학 책읽기가 결국은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길을 발견하는 방법이 된다는 것입니다.

책읽기도 많이 하다보면 비판적 책읽기와 읽는 내용을 새롭게 해석하는 방법에 눈을 뜨게 되는 것 같습니다. 셋째 아들이었던 세종이 양녕대군과 효령대군을 제치고 왕위에 오르게 된 배경이 그저 양녕대군의 패륜적 행태만을 지적하기 보다는 충녕대군의 감춰진 왕재를 살핀 두 형님의 배려가 숨어있었다는 뒷이야기도 짚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면 스웨덴의 명품 브랜드 이케아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에서 회장의 친나치 행각을 비롯하여 조세회피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이야기는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민감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제품을 내놓고서는 한국에서는 팔지 않겠다고 대응한 것들도 짚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1~5권까지 필진으로 참여하신 분들을 보면 철학자, 경제학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한문학자, 심리학자, 연극연출가, 인류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와 자신의 영역에서의 인문학 강좌를 펼쳐냈는데, 하루 30분 책읽기로 인문학적 소양이 조금씩 쌓여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왜 칸트인가 - 인류 정신사를 완전히 뒤바꾼 코페르니쿠스적 전회 서가명강 시리즈 5
김상환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관에서 <왜 칸트인가>가 눈에 확 들어온 것은 최근에 발트연안국가를 여행하는 길에 들른 칼리닌그라드에서 칸트의 무덤과 동상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인문학을 공부한다면서도 근대 서양철학의 중요한 저서들을 아직 읽지 않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서울대학교 철학과의 김상환교수님께서 쓰신 <왜 칸트인가>에는 ‘인류 정신사를 완전히 뒤바꾼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라는 부제가 붙어있었습니다. 과연 그럴까 싶었는데, 책을 읽고 나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서양철학에서 차지하는 칸트의 위상에 관한 ‘칸트 이전의 모든 철학은 칸트라는 큰 호수로 들어오고, 칸트 이후의 모든 철학은 칸트에서 시작된 물줄기다’라는 호수비유도 수긍이 간다하겠습니다. 이밖에도 칸트를 ‘철학의 코페르니쿠스’, ‘철학의 콜럼부스’라고 부르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칸트의 철학은 <순수이성비판(1781)>, <실천이성비판(1788)>, <판단력비판(1790)> 등 3대 비판서를 기본 골격으로 하는데, 이 저작들을 통하여 인식론, 윤리학, 미학, 자연관 등에서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고 합니다. 천문학 분야에서 코페르니쿠스가 가져온 혁명에 비유할 만하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칸트의 3대 비판서의 핵심내용을 요약하여 칸트가 근대철학에서 일으킨 혁명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깔끔하게 정리해냈습니다.

1부에서는 <순수이성비판>의 내용이 인지혁명으로 마음 모델을 혁신했다고 보았고, 2부에서는 <실천이성비판>의 내용이 윤리혁명으로 덕 윤리에서 의무의 윤리로 전환하는 전기가 되었다고 보았습니다. 3부는 <판단력비판>의 전반부는 미학 혁명으로 근대예술을 정초했다고 평가했으며, 4부에서는 <판단력비판>의 후반부에 대하여 생태 혁명으로 기계론에서 유기체론으로의 전환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평가입니다.

각 부의 말미에는 칸트에 관한 궁금증에 대한 설명을 더해두었습니다. 칸트가 3대 비판서를 집필한 이유를 정리한 대목이 있습니다. 칸트가 살던 18세기 후반은 노동 및 사회, 학문 및 가치의 분화가 활발하던 시기였다고 합니다. 당연히 철학에서도 고유한 위상과 정체성의 확립이 요구되던 시기였습니다. 그리하여 “칸트는 3대 비판서를 통해 이론적 지식의 객관성을 따질 때의 기준, 실천적 행동의 도덕성을 문제 삼을 때의 근거, 예술적 창작의 심미적 가치를 판정할 때의 원리를 차례대로 해명하고자 했다(153쪽)”는 것입니다.

저자는 칸트의 3대 비판서에 머물지 않고 동서양의 다양한 저서들을 적절하게 인용하여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게 합니다. <판단력 비판>의 초반에서 다루는 심미적 체험에 대한 취미판단에 관하여 칸트는 그 질적 특징을 ‘무관심한 만족감’에서 찾았다는 것입니다. 즉, 어떤 것을 아름답다고 판단할 때 우리는 만족감을 누리되 그 만족감은 무관심한 만족감이라는 것인데, 이때 만족감이란 쾌감, 기쁨, 즐거움을 말한답니다. 그런데 저자는 칸트의 ‘무관심한 만족감’을 공자의 ‘사무사(思無邪)’와 견주었습니다.

<논어>의 위정편에서 공자는 <시경(詩經)>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경 삼백 편을 한 마디로 줄여 말하면, 그 핵심은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는 데 있다.(詩三百, 一言而蔽之曰 思無邪) (193쪽)” 이 구절에 대하여 저자는 ‘사특함이란 어떤 사적인 관심에 의해 관심에 의해 구부러진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사무사‘란 개인적인 욕심에 의해 비뚤어진 데가 없는 곧은 마음, 사특한 의도에서 해방된 순진한 마음을 가리킨다’라고 했습니다. 이 대목에 눈길이 오래 머문 이유는 최근에 우리나라를 혼란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는 분들이 모두 새겼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칸트의 3대 비판서를 이번 기회에 읽어볼 생각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