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이성비판 / 실천이성비판 동서문화사 월드북 22
임마누엘 칸트 지음, 정명오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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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의 비판철학을 공부해보겠다고 나선 것은 전적으로 지난 여름 칸트가 활동했던 쾨니히스부르크-지금은 러시아 땅이 되면서 이름까지도 칼리닌그라드로 바뀌었습니다만-를 찾아갔을 때, 묘와 동상 등 칸트의 흔적을 두루 살펴보았기 때문입니다. 먼저 서울대학교 철학과의 김상환교수님께서 쓰신 <왜 칸트인가>를 읽어 요약된 내용을 파악했지만 번역된 내용이라도 원저를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욕심을 냈던 것입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동서문화사에서 내놓은 순수이성비판과 실천이성비판을 하나로 묶은 책을 단숨에 읽어내려 한 것은 지나친 욕심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전체의 윤곽을 잡은 셈 치고 조만간 다시 찬찬히 읽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순수이성비판과 실천이성비판의 내용이 어떻게 구성이 되어 있는지 정리해둔 목차를 먼저 보더라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야 했습니다.

<순수이성비판>에서는 서론에 이어 선험적 원리론을 먼저 설명했습니다. 여기에는 선험적 감성론과 선험적 논리학을 따로 나누었습니다. 이어지는 제1권 선험적 분석론은 모든 순수지성 개념을 발견하는 실마리와 순수오성 개념의 연역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개념의 분석론’과 순수지성 개념의 도식론과 순수지성의 모든 원칙 체계를 설명하는 ‘원칙의 분석론/선험적 판단력 일반에 대해’로 나누어 설명하였습니다. 제2권 ‘순수이성의 변증적 추리에 대해’에서는 순수이성의 오류 추리, 순수이성의 이율배반, 순수이성의 이상 등을 설명합니다. 마지막으로 선험적 방법론은 순수이성의 훈련, 순수이성의 규준, 순수이성의 건축술, 순수이성의 역사 등으로 구분하여 설명합니다.

<실천이성비판>은 <순수이성비판>에 비하여 구조가 간단합니다. 머리글/들어가는 말에 이어 순수실천이성의 원리론을 먼저 설명합니다. 순수실천이성의 원리론은 순수실천이성의 원칙과 순수실천이성의 대상 개념, 순수실천이성의 동기로 구성된 순수실천이성의 분석론과 순수실천이성 일반의 변증론과 최고선의 개념 규정에 있어서의 순수이성의 변증론으로 구성된 순수실천이성의 변증론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어서 순수실천이성의 방법론은 별도의 구분 없이 통으로 설명을 전개합니다. 그리고 맺음말로 마무리하였습니다.

책의 말미에는 번역하신 정명오교수님이 쓰신 것으로 보이는 칸트의 생애와 사상을 붙였는데, 칸트의 삶을 정리한 ‘철학연구에 바친 생애’와 칸트철학을 정리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방대한 내용을 철학서를 읽을 때는 역시 번역하신 분이 요약해놓은 내용을 먼저 읽어 개념을 정리한 뒤에 책읽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 책읽기였습니다.

칸트의 비판철학이 학문적 차원에서의 사유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과 유리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읽어가다 보면, 최근의 사태에 비추어 귀감이 되고도 남을 이야기들이 많더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여러분이 어떤 사람에게 그가 결코 거짓 약속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면, 이것은 오직 그의 의지에만 적용되는 하나의 규칙이다. (…) 그런데 이 규칙이 실천적으로 정당한 것임이 알려지면, 그것은 법칙이다. 왜냐하면, 이 규칙은 하나의 정언명령이기 때문이다(실천이성비판 587쪽)”라는 대목도 있었고, “네 의지의 준칙이 항상 보편적인 법칙의 수립이라는 원리로서 타당할 수 있도록 행위하라(실천이성비판 599쪽)”,  그리고 “네가 하고자 하는 일이 자연법칙처럼 모두에게 통용되는 원칙이 되어도 좋은지 스스로에게 묻고나서 행동하라!(실천이성비판 826쪽)”는 대목도 있습니다. 누가봐도 수긍할 수 있도록 원칙을 지키는 행동을 하도록 노력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우리네 현실은 무슨 까닭인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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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씨앗은 숲을 그린다 - 더 좋은 미래를 만드는 생각과 생각
김기철 지음 / 두앤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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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은 책을 읽는 것이 좋아서 책을 읽는 것인지 독후감을 쓰기 위하여 책을 읽는 것인지 헷갈리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책을 읽고 나서는 꼭 독후감을 적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얻은 느낌을 정리해두는 방식으로 독후감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때로는 주제를 가져온 책을 중심으로 관련된 다른 책의 내용까지도 끌어다 제 생각을 정리한 적도 있습니다. 그렇게 쓴 독후감이 280여편이 되었는데, 그 가운데 일부를 뽑아서 책으로 꾸며내게 될 것 같습니다.

매일경제신문 정치부의 김기철기자가 쓴 <모든 씨앗은 숲을 그린다>는 표지가 눈길을 끌어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바람에 날려 숲 위로 날아가는 민들레 홀씨에 ‘나는 지금 / 무엇을 위해 / 살고 있는가’라고 적은 문구가 결정적으로 책을 골라든 이유가 되었을 것입니다. ‘저자의 말’에 보면, 2016년 말 연재를 시작한 ‘김기철의 책으로 세상읽기’를 통하여 발표한 글을 엮어냈다고 합니다. 연재를 시작한 계기는 박근혜대통령을 탄핵하자는 촛불시위였다고 하는데, 당시의 상황을 마주하면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줄 모르는 지도자를 뽑은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를 쓴 얀 마텔이 한국어판 서문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문학을 읽으십시오. 그것이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충고했다는 것을 떠올렸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사람들과 더불어 ‘더 좋은 미래를 만드는 생각과 생각’을 나누고 싶어 ‘김기철의 책으로 세상읽기’를 연재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연재하는 것하고 연재했던 글을 책으로 묶은 것은 또 다른 일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주제에 따라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게 되었는데, 저자 역시 같은 맥락으로 접근한 듯합니다. 28 꼭지의 글을 다섯 개의 주제로 나누었습니다. 1. 무엇이 인생의 가치를 좌우하는가, 2.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3. 씨앗의 기다림이 숲을 만든다, 4. 성숙한 공존은 어떻게 가능한가, 5.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원했던 미래일까? 등입니다.

서문에서 인용했던 얀 마텔의 이야기는 ‘1. 무엇이 인생의 가치를 좌우하는가’의 마지막 글입니다. 얀 마텔이라는 저자는 캐나다의 스피븐 하퍼 총리에게도 소설과 희곡 그리고 시 등 문학 부문의 책을 읽으라는 편지를 보낸 바 있다고 합니다. 캐나다 예술위원회 50돌 기념행사에서 딴 짓에  몰두하는 모습을 본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하퍼 총리가 얀 마텔의 편지를 읽고 조언을 따랐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그런데 얀 마텔은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편지를 보냈고, 그 편지의 내용을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의 한국어판 서문에 소개했다고 합니다. 그 편지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해지지 않았고, 대통령은 그 충고에 따르지 않았다고 이 책의 저자는 단정하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책을 읽는 대신 드라마를 보고 피부관리에 집중했다.’라고도 썼습니다. 정말 그랬는지 저도 궁금합니다.

제가 책을 고르고, 읽고, 책이 주는 느낌에 대한 글을 쓰는 과정을 돌아보면, 모든 과정에서 저 자신의 취향이 강하게 반영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취향이라는 고상한 단어를 골랐지만, 때로는 편견이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시빗거리가 될 만한 글을 쓸 때는 시빗거리에 관한 자료를 충분히 검토하여 가치중립적인 글을 쓰려고 합니다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취향에 따라 제 생각을 풀어놓게 되는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 책을 쓰신 김기철 기자님께서는 정치분야에서 활동하시기 때문에 가치중립적 기사의 의미를 잘 아실테고, 기사에 담긴 내용이 사실에 기반하여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 잘 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책에 담긴 다양한 주제들에 관한 글을 읽어보면 책을 읽을 때 가져야 할 시선이나 책을 읽고 그 느낌을 글로 옮길 때 고려해야 할 점들을 많이 깨우치게 되는 것 같습니다. 3년 전에 시작하셨다는 ‘김기철의 책으로 세상읽기’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면 요즈음 어떤 주제를 다루고 계신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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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피스 공화국
하일지 지음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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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에 발트연안국가를 여행하면서 읽은 책입니다. 우주피스공화국은 제가 여행한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에서 1년에 단 하루, 만우절에만 존재하는 마이크로네이션(micronation)입니다. 마이크로네이션은 ‘독립국가라고 주장하지만 국제기구는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집단’을 말합니다. 하지만 독립국가를 주장하는 만큼 화폐, 메달이나 우표, 심지어는 국장, 국가, 국기, 여권은 물론 헌법, 사법부, 입법부, 행정부 등 정부조직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1997년 4월 1일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니우스 구시가에 있는 0.6㎢ 면적의 우주피스 지역에 살던 몇몇 예술가들이 공화국의 설립을 선언하면서 시작된 우주피스 공화국은 만우절인 4월 1일 하루 24시간만 존재하는 나라입니다. 거주인구 7,000명의 우주피스 구역에는 1,000명의 예술가가 살고 있다는 우주피스 공화국은 국기, 국가, 헌법, 화폐는 물론 내각을 비롯한 정부조직과 군대까지 두고 있으며 대통령이 국가원수라고 합니다.

리투아니아어로 우주피스()란 ‘강 건너편’을 의미하는데, 이승의 번뇌를 해탈하여 열반의 세계에 도달하는 경지를 의미하는 피안(彼岸)이라는 우리말과 상통하는 느낌입니다. 1990년에 <경마장 가는 길>로 등단한 이후로 경마장을 주제로 한 소설을 발표해온 하일지 작가의 <우주피스 공화국>은 환상소설의 범주에 해당하는 소설이라고 할 것 같습니다.

어느 추운 겨울에 40대의 동양인 남자 할이 고국 우주피스 공화국으로 가기 위하여 리투아니아에 입국하는 것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고국으로 가는 길을 찾아 헤매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할은 아버지의 유골을 묻기 위하여 고국 우주피스공화국으로 가는 길입니다. 한(Han)이라는 동방국가에 주재하던 우주피스공화국의 대사였던 할의 아버지는 우주피스공화국이 주변국가에 점령되자 한에 망명하여 살다가 죽었는데, 우주피스공화국이 독립되면 고국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던 것입니다.

최근에 고국이 독립했다는 소식을 듣고 우주피스공화국에 가기 위하여 빌뉴스에 도착한 할에게 이상한 일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납니다. 택시 운전사는 우주피스공화국으로 가자는 할을 우주피스라는 이름의 호텔에 데려다 주는가 하면, 블라디미르라는 사람은 우주피스공화국은 가난한 예술가들이 농담으로 만든 나라라며 놀리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피스어를 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곳곳에서 우주피스공화국의 흔적을 만나면서 할은 눈길을 뚫고 우주피스공화국으로 향하게 됩니다.

빌뉴스의 공항에서 스쳐간 요르기타라는 여성은 자신의 남편이 우주피스공화국을 찾다가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할과 인연을 맺기도 합니다. 할은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난 꽃 파는 소녀 마리아의 할머니 요르기타가 우주피스 공화국의 국민이라고 해서 그녀를 찾아 나서게 되는데, 온통 눈으로 덮인 망망한 들판 속에 숨어있는 아듀티스키스라는 마을에서 만난 요르기타 노파는 자신의 남편 역시 우주피스 공화국을 찾다가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우주피스 공화국을 찾아다니다 지친 할이 결국 머리에 권총을 겨누는 장면에 이르는 것을 보면, 할이 시간을 오가면서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엮어가는 과정을 뒤쫓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등장인물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주인공마저도 이런 정황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결국 우주피스는 시간 속에 존재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빌니우스에 갔을 때 인근의 성 안나 교회에는 가보았지만, 우주피스 지역에 들어가 보지는 못했습니다. 우주피스는 빌니우스를 관통하는 네리스(Neris)강으로 유입되는 빌니아(Vinia)강이 크게 휘감아도는 구역입니다. 따라서 우주피스가 의미하는 강 건너편은 빌니아 강일 듯합니다. 구시가에서 내려오다 만나는 개울 건너편이 우주피스 지역입니다. 웅크리고 앉은 고양이의 뒷발 근처에는 소설에 나오는 우주피스 호텔도 있습니다. 계절도 겨울이었더라면 그리고 우주피스에 들어가 보았더라면 소설 <우주피스 공화국>을 실감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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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앙 자크와 함께 하는 이집트 여행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김병욱 옮김 / 문학세계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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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에는 이집트여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하는 공부로 고른 책입니다. 제목에도 들어있습니다만, 이 책을 쓴 크리스티앙 자크는 프랑스의 소르본 대학에서 이집트학을 공부한전문가로 우리에게는 이미 <람세스>로 잘 알려진 분이기도 합니다. ‘이집트로 떠난다는 것, 그것은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꿈이 아닐까?’라고 서문을 시작하는 저자는 40여년에 걸쳐 찬탄과 열정을 품고서 수시로 드나들면서 공부하고 있는 이집트라는 한 나라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이집트는, 메소포타미아문명, 인더스 문명, 그리고 황허문명과 함께 세계 4대 분명의 발상지로 꼽히고 있습니다. 물론 기원전 3200년 무렵 시작하여 기원전 332년 그리스의 알렉산드로스대왕의 침입으로 무너질 때까지 무려 3000여년에 걸쳐 30개의 왕조가 이어져 내렸던 이집트문명은 나일강을 따라 수많은 유적을 남겼습니다. 알렉산드로스 사후에 들어선 프톨레마이오스왕조가 로마제국의 옥타비아누스에 의하여 무너지면서 이집트는 로마제국의 속주로 전락하여 지독하게 착취를 당하였고, 이후에는 다시 아라비아의 이슬람세력에 지배를 받다가 근대에 들어서는 다시 유럽제국의 지배를 받는 등 옛 영광을 되살릴 기회를 전혀 가질 수 없었던 비운의 지역이기도 합니다.

현대에 들어서도 주변국과의 긴장관계가 이어지는 등, 국내외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 고대 이집트 왕국이 남겨놓은 빛나는 유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집트 여행을 결정하기까지 상당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집트 국내외 사정을 고려하여 충분히 안전한가를 생각해보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어떻든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고대 이집트 문명이 남겨놓은 유적을 직접 눈으로 보아야겠다는 꿈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크리스티앙 자크와 함께 하는 이집트 여행>에서 저자는 서문에 이어 이집트 문명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점들을 간략하게 정리하고, 이집트 문명의 지리적 배경 그리고 나일강의 장엄함을 먼저 소개합니다. 그리고는 나일강 삼각주에 위치한 타니스에서 출발하여 나일강을 거슬러 마지막 아부심벨에 이르기까지 고대 이집트왕국이 남긴 찬란한 유적들의 모습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물론 상세하게 설명하려 들면 몇권의 책으로도 부족할 것입니다만, 이집트문명의 진면목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정도의 내용을 잘 정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제가 고른 이집트 여행상품에서 가게 될 장소들은 이 책에 소개된 장소에서도 다시 골라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일단은 제가 가볼 예정인 곳을 중심으로 하여 전반적인 윤곽을 잡는데 도움이 되는 책읽기였습니다. 나일강을 하늘에서 보면 활짝 핀 한 송이 연꽃과 흡사하다는 표현은 처음 보았던 것 같습니다. 삼각주 지역이 꽃의 상부에 해당하고, 아라비아 사막과 리비아 사막 사이에 뱀처럼 구불구불하게 나있는 너비 3~15㎞의 나일계곡은 연꽃에 달린 긴 가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이집트 문명이 삼각주를 중심으로 펼쳐진 하이집트와 삼각주에서 누비아에 이르는 상이집트로 나뉘어있다가 통일되었던 것인데, 하이집트에도 고대 이집트 왕조가 세운 수많은 유물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세월이 흐르면서 외세의 침략이 이어지는 가운데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는 지경이라고 합니다. 상이집트의 경우는 그마나 열악한 자연환경 속에서 숨겨지거나 인간의 힘으로는 파괴하기도 힘들 대규모의 유적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그 나라의 전체 모습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표적인 장소 혹은 유물을 빠트리지 않고 보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만, 여행사의 상품으로 가는 여행은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어서 원하는 것을 다 이룰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아쉬운대로 책을 통하여 혹은 인터넷자료를 통하여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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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미술관 - 잠든 사유를 깨우는 한 폭의 울림
박홍순 지음 / 웨일북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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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품을 감상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느냐고 물어볼라치면, 보다보면 가슴에 뭔가 울림이 있을 것이라는 답을 듣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슴에 뭔가 울림이 오는 그런 그림을 만나보지 못한 것을 보면 저는 여전히 미술작품을 감상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초보 축에도 들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구나 하는 자괴감 같은 것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방법은 없는지 찾아 헤매고는 있습니다.

<생각의 미술관>은 삶의 근본이 되어야 한다는 철학적 소양을 쌓는 방법으로의 그림감상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현대미술은 철학에 대한 일정 수준의 배경지식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은 애초에 그림을 통하여 철학을 하고자 했기 때문에 이런 목적의 그림감상에 안성맞춤이라고 합니다. 미학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적지 않은 숫자의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억에 남기로는 민음사에서 내놓은 밀란 쿤데라의 작품 전집을 구성하는 소설마다 마그리트의 그림을 표지에 담고 있었기 때문에 유심히 보았던 것 같습니다.

어떻든 저자는 그림을 통하여 변화, 무지, 기호, 관계, 모순, 개별성, 욕망, 비정상, 예술, 세계 등 ‘열 가지의 주제를 생각하는 사람’을 화두로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큰 제목이 적힌 쪽을 넘기면 그 다음 장에는 해당 주제에 관한 문제제기를 마그리트의 그림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보다 깊이 있는 내용으로 주제를 심화시키거나 인식의 지평을 확장하기 위하여 다른 화가의 작품을 인용하기도 합니다. 흔히 무언가를 배우기 위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배경지식의 암기보다는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즉,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기 위하여 어떤 발상이 필요한지, 생각을 어떤 방향으로 향하도록 해야 하는 지 등을 보여주려 했다는 것입니다.

책을 읽어가다 보면 저자의 이런 기획의도가 잘 드러나는 글쓰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가끔은 충돌하는 개념도 없지 않은 듯하며, 특별히 거론하지 않아도 될 듯한 점을 일부러 짚어낸 듯한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무지를 생각하는 사람’편에서 고야의 ‘마녀의 집회’와 ‘산 이시드로 순례행렬’을 인용하여 당시 스페인 사회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기독교가 지배하고 신분제도가 존재하던 당시에는 무지가 강제되던 시절이라고 설명합니다. 일종의 우민화 정책으로 일반인을 문맹 상태에 머물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문맹이라는 개념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어 무지에서 벗어났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렇듯이 넘쳐나는 정보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교육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문맹보다 나을게 없는 세상이 아닐까요? 이런 상황을 디지털 문맹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요? 이어서 ‘관계를 생각하는 사람’편에서는 현대사회가 경쟁을 강제하는 사회라는 비판적 시선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경쟁을 회피하는 사회는 결국은 또다른 우민화정책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언제부터인가 경쟁은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우리국민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심어져 있습니다. 경쟁은 나쁜 것이라고 단정지어야 하나요? 긍정적인 면은 없을까요? 따지고 보면 모든 생명체, 동물은 물론 식물까지도,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경쟁에서 이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숙명을 가진 것인데, 경쟁은 나쁜 것이라는 인식을 굳힌 것이 과연 잘 한 것일까요? 요즈음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보니, 그런 주장이 나온 배경에는 다른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은 의혹까지도 생기는 판입니다. 경쟁은 필요하지만, 다만 자족할 수 있다면 불필요한 경쟁에 휩쓸리지 않을 것이라는 교육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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