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노바 나의 편력 2 - 파리의 지붕 밑에서
자코모 카사노바 지음, 김석희 편역 / 한길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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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에서 읽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베네치아의 총독궁 옆에 있는 감옥에 수감되어 있던 카사노바가 탈옥한 과정을 <카사노바 나의 편력2; 파리의 지붕 밑에서>에서 인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2015년에 베네치아를 방문했을 때 두칼레 궁의 옆을 지나는 운하에 걸려있는 탄식의 다리를 소개하면서 두칼레 궁전 옆에 있는 누오베라 감옥에 갇힌 죄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카사노바가 탈옥에 성공했다는 안내인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수감된 이유와 탈옥한 방법에 대한 가설이 분분하다고 했기에 탈옥을 성공시킨 본인의 이야기가 가장 정확한 것이 아닐까 싶어 이 책을 읽어보기로 하였습니다.


<카사노바 나의 편력>은 총12권으로 되어 있는 카사노바의 회고록을 우리말로 옮긴 김석희 편역자가 가장 재미있는 장면을 추리고, 불필요한 부분은 요약하는 방식으로 총 3권의 분량으로 정리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1권은 베네치아의 여인들’, 2권은 파리의 지붕 밑에서’, 3권은 에스파냐 환상곡입니다. 책을 중간부터 읽은 적이 없습니다만, 카사노바가 베네치아의 감옥을 탈옥한 장면이 너무 궁금했던지 1권을 건너뛰고 2권을 바로 읽게 되었습니다. 물론 2권에서도 파리와 베네치아에서의 여성편력을 소개하고 있어서 카사노바의 진면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없을 것 같습니다.


카사노바는 1755726일 얼마 전부터 그를 감시하고 있던 베네치아 사법재판소에 의해 체포되었습니다. 그가 체포된 이유는 밀정 마누치가 재판소에 제출한 보고서에 나와 있는데 혐의가 하나둘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카사노바는 사회 불안을 조성하는 위험인물로서, 친구들을 사취하고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당국에 반항했으며, 브라가딘 씨와 그의 친구들 같은 훌륭한 귀족드을 파멸시킨데 만족하지 않고 친구의 아들까지 불행에 빠트렸다고 되어 있다. 또한 카사노바는 금서들-마술과 강신술에 관한 책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죄목-카사노바 자신은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은 그가 프랑스 리옹에서 프리메이슨에 가입했다는 사실이었을 것이다.” 이 부분은 편역자가 원서를 요약해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카사노바는 5년형을 선고받고, 당시 유럽에서 가장 견고하다는 베네치아의 피옴비 감옥에 투옥되었다고 합니다. 종신형이 아닌 것은 분명해보이며 총독궁 옆의 프리지오니 누오보(Palazzo delle Prigioni Nuove)는 피옴비(Piombi)라고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카사노바에 의하면 피옴비 감옥은 보안이 형편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카사노바는 간수 로렌초를 구워삶아 다른 방에 수감되어 있는 죄수와 소통할 수 있었고, 심지어는 탈옥하는데 필요한 장비를 주고받을 수도 있었습니다. 1차 탈옥 시도는 쇳조각을 이용하여 감옥의 바닥을 파는 방식으로 단독으로 시도하였다가 감방을 바꾸는 바람에 들통이 나 실패했습니다. 그렇다면 감시를 강화했어야 하는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다만 카사노바를 감시할 목적으로 새로운 수감자를 집어넣었지만, ᄏᆞ노바를 감시할 역량이 되지 못하는 자였습니다. 결국은 다른 방에 수감되어 있는 발비 신부를 끌어들여 50가 넘는 쇠막대를 보내 천정을 뚫어내 탈출로를 만드는 방식으로 탈옥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카사노바 나의 편력2; 파리의 지붕 밑에서>에는 탈옥기 말고도 베네치아의 수도원에서 생활하는 두 수녀와의 애정행각을 비롯하여 탈옥 후 파리로 가서 프랑스 왕국의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중책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그를 본 여성이 한눈에 반한다는 것을 보면 카사노바의 용모가 준수하여 여성이라면 누구나 혹할만했던 것 같고, 더하여 어렸을 적부터 읽어온 고전 등 다방면의 학식이 남달라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대화술도 남달랐던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면 도박에도 일가견이 있었고, 연금술을 비롯하여 심령술 등에도 일가견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돈을 방만하게 관리하여 쉽게 돈을 벌고 또 쉽게 파산도 하는 그런 생활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이야기도 읽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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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박물관 - 장소, 사람 또는 세상을 떠날 때 우리가 남기는 것은
스벤 슈틸리히 지음, 김희상 옮김 / 청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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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났던 곳에서 시작해서 성장하면서 머물던 장소에 대한 기억을 정리해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정기호교수님의 <경관기행>을 읽고서 시작한 일인데 생각보다는 지지부진합니다. 어느 책에서 언급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스벤 슈틸리히의 <존재의 박물관>을 읽게 된 것은 아마도 저의 경관기행에 참고가 될 듯하여 읽게 된 것 같습니다.


장소, 사람 또는 세상을 떠날 때 우리가 남기는 것은이라는 부제는 라는 존재가 세상에 태어난 뒤로 다양한 관계를 통하여 무엇을 남기게 되는가를 살펴보았다는 이야기임을 짐작하게 합니다. 흔히 인지기능의 손상 여부를 시간(time), 사람(person), 장소(place)에 대한 기억이 온전한지 확인하게 됩니다만, <존재의 박물관>에서는 역순으로 장소-사람-시간의 순서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기억이 예전 같지 않아서 3천권 가까이 되는 독후감을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만, 세상을 두루 여행하고 싶었던 분이 죽은 뒤에 자신의 유골을 세계 곳곳에 보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살아가면서 지나친 장소나 만났던 사람에게 유무형의 흔적을 남길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존재의 박물관>의 저자 역시 사람이 살면서 남기는 생물학적 흔적을, 정신적인 흔적을, 문화적인 흔적을, 구체적인 흔적을 찾아 여행해보는 것이 이 책의 목표라고 적었습니다. 그 여행은 곧 역사와 미래로의 여행이 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러기 위하여 손이 닿는 모든 원전에서 지식을 끌어 모으려 노력했다고 하는데, 정말 다양한 자료들을 인용하고 있어 같은 맥락의 글을 쓸 때 참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미 읽은 책들도 적지는 않습니다만 정말 많은 책들을 읽어보게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우리 나라에 소개되지 않아서 읽어볼 수 없는 책들도 적지 않은 듯합니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깜짝 놀라게 되는 순간들이 이어졌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 몸에서 떨어져 나오는 피부 세포들이 초당 30 의 속도로 공기의 흐름을 타고 흩어진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떨어져 나온 나의 흔적은 공기의 흐름을 타고 혹은 빗물에 씻겨 세상을 여행하게 된다고 생각하면 지구 곳곳에 나의 흔적이 흩어져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게 흩어진 나의 흔적은 분자 수준으로 분해되어 타인의 몸을 만드는 요소로 재활용될 것이기 때문에 영원무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파리스의 심판의 결과로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나를 꼬여내는 바람에 트로이 전쟁이 일어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알고 있습니다만, 파리스가 헬레나를 선택하기 전에 산의 요정 오이노네와 사랑에 빠졌다는 이야기는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헬레나로 인해 파리스로부터 버림을 받은 오이노네가 당신이 내 이름을 너도밤나무에 새겨주었군요. 낫으로 깎아 오이노네라고 선명하게 읽을 수 이네. 나무를 자라면서 내 이름도 높이 오르리라고 노래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서로에게 남기는 것은 유형적인 것도 있지만 기억이라는 무형의 것도 있습니다. 특히 남녀가 만나 사랑하다 헤어지면 그렇게 남긴 것들이 어떻게 되는지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특히 기억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기억을 화두로 삼고 있는 저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기억은 우리 인생과 정체성의 토대를 이룬다. 우리가 무엇을 체험했는지, 이 체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미래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정해주는 것은 기억이다라는 대목은 심리학자 줄리아 쇼가 쓴 <기만적인 기억>에 나온다고 합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도 신박한 대목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연설을 할 때 자신을 타나토이(Thanatoi)라고 했다는데 죽을 수밖에 없는 자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불멸의 영생을 자랑하는 신들과는 달리 죽을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겸허히 새긴다는 의미를 담았다는군요. 로베르트 제탈러의 <들판>이나 세실리아 아헌의 <PS, 아이 러브 유>, 주제 사마라구의 <죽음의 중지> 등도 읽어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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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6 - 팍스 로마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6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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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율리우스 카이사르에 이어 아우구스투스의 시대로 넘어갔습니다. 그는 카이사르의 누나 율리아의 외손자로 살아가면서 몇 차례 이름이 바뀌게됩니다. 태어났을 때는 가이우스 옥타비우스 투리누스였는데, 카이사르 사후에 공개된 유언에 따라 카이사르의 양자가 되면서 후계자로 지명되자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옥타비아누스고 개명하였습니다. 기원전 40년 무렵에는 임페라토르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입니다. 그러니까 로마 공화정의 마지막 프린켑스 세나투스(원로원 수장)이던 아우구스투스는 로마제정의 문을 열고 초대 황제가 된 것입니다.


사실 카이사르가 예기치 못한 죽음을 맞은 것은 공화정을 종식시키고 제정으로 로마의 정체를 바꾸려는 의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카이사르의 뒤를 이은 아우구스투스는 이런 분위기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공화정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도 내막적으로는 제정의 토대를 놓아갔던 것입니다.


사실 아우구스투스는 카이사르 등 이전의 로마를 이끌던 지도자들과 달리 군사적 능력이 부족했다고 합니다. 카이사르는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아그리파라는 걸출한 군사 지도자를 붙여 보좌를 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아우구스투스는 정치가로서는 카이사르보다 완벽하고 적절할 자질을 가졌다는 평가받습니다.


아우구스투스는 핏줄에 대한 애착이 심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혈육으로 하여금 대를 잇게 하려고 애를 썼지만 운명은 그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아서 그의 피를 이은 후계자들이 모두 단명하게 결국은 피가 섞이지 않은 티베리우스가 제위를 잇게 됩니다.


기원전 1세기 들어 로마사회는 아이를 적게 낳는 풍조가 드러나더니 아우구스투스 시절에는 아예 결혼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최근 우리 사회의 분위기와 흡사했던 모양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아우구스투스는 두 가지 법안을 성립시켰습니다. 첫 번째는 간통 및 혼외정사에 관한 법으로 간통을 공적인 범죄가 된 것입니다. 간통 당사자 뿐 아니라 알고도 눈감아 준 경우에는 간통방조죄를 물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간통을 사인간의 문제로 보아 처벌을 하지 않게 되었는데, 아우구스투스와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 법안은 정식 혼인에 관한 법으로 남자는 25세부터 60세까지, 여자는 20세부터 50세까지 결혼을 유지하지 못하면 독신에 따른 불이익을 받아야 했습니다. 홀아비나 과부의 경우도 1년 안에 재혼을 해야 했습니다. 출산에 이은 육아와 교육, 그리고 자립 등에 대한 사회적 부담이 커서 결혼을 기피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는 우리사회에서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만사가 당근만으로는 최상의 효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처럼 출산에 대한 지원의 범위를 키우는 것만으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로마인 이야기> 아우구스투스 편의 제목이팍스 로마나로 정한 것은 정복사업을 통하여 국경을 확장시키는 일보다 그동안 확보해온 국경을 안정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국경을 침범하는 적에 대하여 로마군단을 동원하여 격퇴시키거나 외교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도 했습니다.


아우구스투스가 이룩한 업적으로는 원로원의 규모를 줄여 원로원이 주도하던 공화정의 폐해를 줄인 것을 꼽아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군제를 정비하여 군사의 규모와 군비를 축소한 것과 세제를 개편하여 재정을 건전하게 운영한 것 등이 꼽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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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 프리즘 총서 29
조르주 캉길렘 지음, 여인석 옮김 / 그린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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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전립선 특이 항원검사(PSA)를 하고 그 결과 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일었습니다. 3월에 전립선암으로 수술을 받고 PSA검사를 매달 받아 재발 여부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수술을 받은 뒤에 0.007ng/mL까지 내려갔던 것이 매달 조금씩 오르고 있습니다. 오늘 검사 값은 0.059ng/mL이었습니다. 0.1 ng/mL을 초과하면 재발 여부를 조사해야 하기 때문에 감시를 철저하게 하고 있는 셈입니다. 사실 PSA검사는 전립선암을 선별하는데 이용하고는 있습니다만, 전립선염이나 전립선비대증과 같은 질환을 비롯하여 사정을 하는 경우에도 올라갈 수 있습니다. 3ng/mL까지는 괜찮다고 하는데, 조직검사를 해보면 그 아래값에서도 암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인체는 변이가 다양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면 정상이고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질병이 있다고 보아야 하는지 그 기준을 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대개는 정상인 사람들에서 얻은 수치를 통계처리를 해서 정상과 비정상, 즉 건강한 상황과 질병의 상황으로 구분하게 됩니다. 결국은 건강한 상황과 질병의 상황은 연속되는 띠와 같아서 경계를 세우는 것이 모호할 수도 있습니다.


<정상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은 프랑스의 의학철학자 조르주 캉길렘이 생리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의 차이를 철학적으로 접근하여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첫 번째 내용은 1943년에 발표된 것으로 조르주 캉길렘이 박사학위 논문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내용은 그로부터 20년 뒤에 의학의 발전에 따른 저자 자신의 생각이 바뀌게 된 부분과 심화된 사유의 결과를 정리한 것입니다.


먼저 저자는 정상을 논함에 있어 1. 의학적 정상성, 2. 정신의학적 정상성, 3. 생물학적 정상성, 4. 사회적 정상성의 측면에서 다룰 수 있겠지만, 저자는 의학적 정상성을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병리학과 진단검사의학을 전공한 까닭에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기준을 따지는 편입니다. 병리학은 형태학이기 때문에 정상인에서 볼 수 없는 형태적 변화가 생겼을 때 이와 같은 변화가 질병을 일으킬 것인가에 관심이 많습니다. 진전검사의학의 경우 검사결과가 연속적인 수치로 나타나기 때문에 특정한 수준의 검사값을 기준으로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하게 됩니다. 하지만 정상에서 볼 수 없는 형태학적 변화가 나타나거나 정상의 범위를 벗어나는 검사 결과를 보이더라도 특정한 질병에 걸렸다는 징후를 전혀 보이지 않고 정상인처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암의 경우도 이형성과 같은 암으로 전환될 수도 있는 전암 병변이 있는가 하면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미치지 않는 양성 병변이 어느 순간 암으로 전환될 수도 있습니다. 발암물질에 노출되어 유전자의 손상이 일어나더라도 우리 몸은 이상이 일어난 부위를 수복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문제는 수복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할 정도로 많은 변이가 일어났을 때는 기능적 변화를 넘어 형태학적 변화가 생기게 되며 원인이 제거되었을 때도 정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나쁜 쪽으로 줄달음치게 되는 것입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유전학을 비롯한 단백질학 등 분자생물학적 분야에서의 발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생리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 즉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개념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고 하겠습니다. 1995년에 타계한 캉길렘이 오늘날 까지 살아있었다면 이 책은 세 번째 부분이 더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저도 조만간 병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볼 기회가 있을 듯 하여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형태학을 전공한 까닭에 정신의학적, 생물학적 그리고 사회학적 측면까지 다루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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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정서웅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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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유명해서 일까요? 개요는 잘 알고 있지만 제대로 읽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공연으로는 40년 전에 국립극장에서 본 기억이 있습니다. <파우스트>는 헌사, 무대에서의 서연(序演), 천상의 서곡에 이어 1부와 2부로 구성되었습니다.


<파우스트>는 괴테가 60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라고 합니다만, 괴테의 창작이 아니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16세기에 살았다는 파우스트는 떠돌이 학자였다고 하는데, 마술과 점성술에 일가견이 있었고, 신학과 의학에서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었다는 것입니다. 규범에서 벗어난 행동과 과장된 일화 때문에 전설적인 인물로 자리잡았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16세기에 이미 파우스트를 주인공으로 하는 책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괴테는 3년에 걸친 구상 끝에 24살에 집필을 시작하여 2년 동안 이어갔지만 바이마르에 정착하고서는 10년 동안 진전이 없었다고 합니다. 이탈리아를 여행하고서 39살이 되던 해 집필을 재개했다고 합니다. 1부를 먼저 완성한 다음 48살이 되던 해에 헌사, 무대에서의 서연(序演), 천상의 서곡을 덧붙어 출판하였다. 51살이 되면서 헬레나가 등장하는 2부를 기획하여 80살이 되는 해에 2부를 완성하였습니다. 괴테는 다른 작품들을 쓰는 동안 <파우스트>의 집필이 중단되곤 했습니다.


파우스트의 비극은 주님과 악마 메피스토펠레스 사이의 내기에서 시작된 일입니다. 물론 계약은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 사이에서 맺어집니다만, 그 계약이 타인의 뜻에 의하여 결정된 셈이니 파우스트가 알았더라면 그 계약이 성립할 수 있었을까요? 계약 이후의 파우스트의 삶의 대부분은 악마가 깔아놓은 암수에 따라 결정되었을 뿐이고, 죽음 뒤에 구원을 받는 것조차도 주님의 뜻에 의한 것이라 할 것입니다.


1부는 주님과 내기를 성사시킨 메피스토펠레스가 파우스트 앞에 나타나 쾌락적 삶을 약속하는 대신 죽었을 때 영혼을 넘겨받는 다는 계약을 맺고 나서 파우스트를 쾌락의 길로 이끌어갑니다. 마녀가 제조한 약을 마시고 20대의 청년이 된 파우스트는 순진무구한 처녀 그레트헨를 쾌락의 대상으로 삼게 됩니다. 두 사람의 사랑은 지향하는 바가 달랐지만, 결국 메피스토펠레스의 농간으로 두 사람이 살인을 저지르는 파국적 결말을 맺게 됩니다.


2부의 초반은 파우스트가 잠깐씩 등장하지만 황제의 궁정을 비롯하여 평민들이 사는 모습 등 다양한 풍경이 펼쳐지는데 후반에 들어서는 파우스트가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되었던 헬레네와 사랑 맺고 아들을 얻는 등 삶의 후반부를 즐기는 모습과 죽음을 맞기까지의 과정을 다루었습니다.


1부의 경우는 읽는 줄거리를 수월하게 따라갈 수 있는데 2부 들어서는 등장인물들도 엄청 많은데다가 등장인물들이 전하는 이야기들인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읽어가는 흐름을 쉽게 이어가기가 어려웠습니다.


물론 읽히기 위한 목적으로 쓸 수도 있겠습니다만, 희곡은 무대에서 공연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분량이 엄청난 <파우스트>를 원작을 살려 무대에 올리는 일이 가능할까 싶었습니다. 대체로 우리나라의 극단에서 올리는 연극들이 2시간 이내에 공연이 끝나는 경향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합창단을 포함하여 상당수의 등장인물들이 노래로 뜻을 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2부의 경우에 거의 대부분의 대사가 노래로 이루어지는데, 악보는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파우스트>를 연극무대에서 다시 만나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억이 분명치가 않습니다만 40년 전에 본 공연에서도 원작의 일부를 뽑아서 극본을 만들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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