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체험 학습 3학년 1학기
씨앗들의 열린 나눔터 학교 엮음 / 아이즐북스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아이들과 함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갔다가 당황한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엄마는 열심히 설명 읽어주고 있지만 아이들은 한없이 지루해하면서 간식 먹을 궁리만 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이유는 단 한 가지이다.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막연히 데려가기만 하면 다 될 것 같지만 아이들은 쉽게 지루해한다. 이런 경험을 몇 번 하고 난 아이들에게 '박물관은 재미없는 곳'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안 갈 순 없고 아이들만 전문 선생님이 있는 견학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게 되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박물관이 재미있는 이야기가 무궁무궁한 장소로 인식시켜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미리 공부하는 것이다. 알고 떠나는 견학과 모르고 떠나는 견학의 차이는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하지만 어디로 갈 것인지,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막연하다면 당장 아이의 교과서를 펼쳐 봐라. 아이의 교과서에 나와 있는 장소라면 아이도 부모도 더 흥미 있게 찾아갈 수 있을 테니까.

방학 전에 3학년 1학기 교과서를 미리 받아놓고도 들여다보지 못했는데 이 책을 보고 나니 예습을 다 한 기분이 들었다. 그만큼 이 책은 철저하게 교과서를 분석해서 체험 학습지 12곳을 골라 실어놓았다. 맨처음에 어떤 교과 단원에서 필요한 곳인지, 학습 목표가 무엇인지를 알려주기 때문에 중점적으로 볼 내용에 대해 감이 잡힌다. 교과서에 있는 내용뿐만 아니라 그 체험 장소에서 빼놓으면 안 되는 중요한 정보들을 풍부한 사진과 그림을 곁들여 설명해주고 있다.

박물관마다 아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코너가 있다. 박물관 설명이 지루할 때쯤 아이들을 참여시키면 신이 나서 달려가는 곳이다. 이 책에서는 <생생 실험>이나 <생생 체험> 코너를 만들어 집에서도 해볼 수 있도록 했다. 여건상 박물관에 못 갔다면 이것들만이라도 미리 해보자. 수업 시간에 다시 한번 배운다면 아이는 엄마의 센스에 고마워하지 않을까?

<이곳에도 가 보세요!> 코너는 이미 소개한 체험 학습지와 비슷한 테마의 체험지를 전국에 걸쳐 소개해주고 있다. 책에서 소개한 곳이 거리상 너무 멀어서 갈 수 없는 이들을 위한 배려이다. 간단한 설명과 함께 홈페이지 주소가 나와 있어서 어떤 곳인지 미리 찾아볼 수 있다.

사실 이 책은 내용이 3학년이 되는 아이들이 읽기에는 좀 벅찬 감이 있다. 반드시 엄마가 읽어야 한다. 그런데 고맙게도 아이들에게 읽혀도 재미있어 할 부분이 체험지마다 들어 있다. 바로 <선생님 토크>다. 그 교과 단원에서 배울 것이 무엇인지, 어디로 견학을 갈 것인지, 무엇을 알아볼 것인지 알려준다. 아이들에게 무조건 책 읽으라고 하지 말고  <선생님 토크> 부분만 읽어보게 하자. 그러면 호기심 때문에 다른 부분도 관심을 갖게 될 것 같다.

박물관 다녀왔다고 다 끝났다 생각하면 안 된다. 반드시 체험 학습 보고서를 써 보아야 백 페센트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책은 체험 학습 보고서를 잘 쓰기 위한 방법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체험 학습 보고서를 쓰기 위해 체험지에서 챙겨야 할 것들, 보고서에 꼭 들어갈 내용, 유의할 점, 여러 가지 형식의 체험 학습 보고서, 특히 보고서에 꼭 필요한 사진 자료들을 실어 오려 쓸 수 있도록 함으로써 완벽한 체험 학습이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이 책에 나온 체험 학습지는 땅의 모양을 알 수 있는 지도 박물관(사회),

날씨의 변화를 알려주는 기상청(과학),

생활 속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가회 박물관(미술),

우리 나라 민물고기 들과 만나는 민물고기 생태 학습관(과학),

안산 어촌 민속 전시관(사회),

경쾌하고 신나는 리듬을 느낄 수 있는 세계 민속 악기 박물관(음악),

우리 나라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알 수 있는 이천 도예촌과 해강 도자기 박물관(사회),

생생한 곤충의 세계로 안내하는 곤충 박물관(과학),

광공업과 신비로운 석회 동굴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광공업 전시관과 고수 동굴(사회),

화려한 색채의 세계로 안내하는 서울 시립 미술관-천경자실(미술),

시끌벅쩍 흥겨운 정이 넘치는 성남 모란 시장(사회),  

우리 전통 놀이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하회동 탈 박물관(체육) 등 12곳이다.

 이젠 아이들과 함께 체험 학습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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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1-24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없네요,,,울 둘째한테 딱인대..방학이 끝나기 전 체험학습 갈 만한 곳 물색 중였는데...

소나무집 2007-01-24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간이랍니다. 아이세움이랑 같은 집안 출판사라서 내용이 믿을 만합니다. 희망 도서로 구매 목록에 넣어주세요.
 
샬롯의 거미줄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35
엘윈 브룩스 화이트 지음, 가스 윌리엄즈 그림, 김화곤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돼지의 마지막 운명은 뭘까요? 여기 한 돼지의 운명을 바꾸어놓은 우정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번 들어보실래요?

형제 중에 가장 작게 태어나는 바람에 죽을 뻔한 돼지를 농장집 딸아이 펀이 구해줍니다. 펀은 그 돼지에게 윌버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정성껏 돌보았지요. 어느 정도 자라 주커만 씨네 헛간으로 간 윌버는 부족한 게 아무것도 없었답니다. 하지만 사는 게 어째 시들했어요. 새끼 양도, 심술쟁이 쥐 템플턴도, 수다쟁이 암거위도 윌버에게 관심이 없었지요. 윌버는 눈물이 나왔어요. 그때 나타난 게 바로 영리하고 친절하고 믿음직스럽고 의로운 거미 샬롯이랍니다. 

윌버는 샬롯과의 우정을 키워가던 어느 날 크리스마스에 햄과 베이컨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죽고 싶지 않다고 울부짖는 윌버에게 샬롯이 구해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샬롯이 거미줄에 '대단한 돼지'라는 글자를 짜 넣음으로써 윌버는 사람들의 시선을 확 끌게 되지요. 그리고 윌버는 정말 대단한 돼지가 되어갑니다. 사람들은 거미가 글자를 쓸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신의 계시라고 생각하지요. 결국 윌버는 동네에서 아주 유명해지고 농장 식구들에게 특별한 대우를 받게 됩니다.

그후 샬롯은 '근사한' 돼지, '눈부신' 돼지라는 글자를 거미줄에 짜 넣음으로써 윌버의 운명을 슬슬 바꾸어줍니다. 대단하고 근사하고 특별한 돼지를 햄이나 베이컨으로 만들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가을이 오고 주커만 씨는 농축산물 품평회에 윌버를 내보내기로 합니다. 우유 목욕까지 하고 간 품평회장에서 윌버보다 훨씬 더 큰 돼지가 나타나는 바람에 일등을 빼앗기게 되자 샬롯은 또 한 번 윌버를 위해 글자를 만듭니다. '겸허한 돼지'. 샬롯의 노력 덕분에 특별상을 타게 된 윌버의 앞날은 안전해집니다. 주커만 씨에게 큰 영광을 안겨준 윌버는 더이상 보통 돼지가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를 어쩝니까? 윌버를 죽음에서 구해준 샬롯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으니 말입니다. 거미에게 가장 위대한 작품인 알주머니 만들기를 끝낸 샬롯은 더이상 살아갈 기운이 없습니다. 윌버와 함께 농장으로 돌아갈 수도 없습니다. 샬롯이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윌버가 묻습니다. "왜 나에게 그렇게 잘 해주었니? 난 너에게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

샬롯은 말합니다. "너는 내 친구였어. 내가 너를 좋아했기 때문에 거미줄을 짰던 거야. 난 널 도와줌으로써 내 삶을 조금이나마 승격시키려고 했던 건지도 모르겠어." 몸부림치며 울부짖던 윌버는 절망합니다. 샬롯이 없는 윌버의 인생은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지요. 왜냐하면 샬롯은 윌버에게 '진정한 친구'였으니까요.  템플턴의 도움을 받아 알주머니는 무사히 농장 헛간으로 데려오지만 결국 샬롯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맙니다. 

샬롯은 비록 죽었지만 윌버와 나눈 우정의 이야기는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의 마음 속에 진한 감동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돼지의 운명은 딱 한 가지(?)밖에 없다고 믿는 어른들과 '진정한 우정'에 대해 고민하는 4학년 이상 아이들에게 읽기를 권합니다. 우리 딸은 이 책 보면서 울었답니다. 그러니 눈물이 많은 여자 아이들은 꼭 손수건을 준비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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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1-23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동화에요,,그쵸?
이 책으로 독서퀴즈를 하면서,,,아이들한테..좋은 선물을 준거 같아,스스로 참 뿌듯했었는데..흐..
눈물많은 딸,,,이뽀요,,그쵸? 저도 책 읽으면서 울 아이 울면,,,이쁘대요~~

소나무집 2007-01-23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으로 독서 퀴즈를 했었군요. 저는 애니메이션 영화로 먼저 보았어요. 그후 원작이 궁금해서 책을 샀는데 깔끔한 번역이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프레이야 2007-01-24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두고 두고 보아도 잔잔한 감동이에요. 아이들에겐 고전 같은...

올리브 2007-01-26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요즘 읽었어요. 넘 감동적이었어요. 아이도 함께 읽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나중에 영화 아이랑 꼭 보려고요

소나무집 2007-01-26 0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또 읽어도 감동적인 책이지요. 아이가 크면 꼭 보도록 하세요.

오우아 2007-02-03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범한 돼지가 대단한 돼지로 바뀌는 매우 흥미로우면서 감동적인 동화이었습니다. 이 주이 마이리뷰를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친구의 우정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느꼈으면 하네요^^ 축하드립니다

소나무집 2007-02-04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많은 아이들이 읽고 우정은 그냥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2007-02-07 1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7-02-08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정의 거미줄이란 책으로 읽은 기억이 나네요.^^ 주인공 아이와 거미와 돼지의 좌충우돌 어린 시절이 참 아름다운 추억이었단 생각이 듭니다.^^ 잘 읽었습니다.

소나무집 2007-02-09 0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비에서 '우정의 거미줄'로 번역되었지요. 하지만 시공주니어에서 나온 것이 훨씬 번역이 좋은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07-02-13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좋아. 어른들이 보아도 좋은 동화들 흔치 않은데 상상력이 참 부럽습니다.

소나무집 2007-02-13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셨군요. 저는 이 책을 딸아이 친구들 생일 선물로 항상 준비해준답니다.
 
헨젤과 그레텔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14
앤서니 브라운 그림, 그림 형제 원작, 장미란 옮김 / 비룡소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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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동화 중에 <헨젤과 그레텔>을 모르는 아이들은 별로 없을 거예요. 수많은 출판사에서 <헨젤과 그레텔>이 나왔으니까요. 여기 알라딘에서도 검색하면 열 권이 넘게 나옵니다. 거기에 또 하나 보탰다고 우습게 보진 마세요.  이 책은 그동안 나온 책들과는 다른 매력이 가득합니다. 스토리는 똑같지만 그림이 독특합니다. 앤서니 브라운의 눈으로 본 <헨젤과 그레텔>이기 때문이지요. 

새엄마를 한 번 보세요. 아주 세련된 외모에 분홍색 옷을 입고는 안락 의자에 앉아 새로운 가족들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칙칙한 집안 풍경과  우울해 보이는 아빠랑 도무지 어울리지 않습니다. 침실에 누워 있는 새엄마의 머리 좀 보세요. 고데기를 감고 아빠 얼굴을 외면하고 있군요. 새엄마의 화장대는 화려한 물건들로 가득하지만 정신없이 어질러져 있네요. 집안이랑 어울리지 않는 물건들이 자꾸만 보입니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전신 거울과 그 옆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빨간색 하이힐은 어떤가요? 이런 여자가 어떻게 나무꾼 아빠를 만나게 되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산으로 아이들을 버리러 가는 장면을 좀 보세요. 아이들은 작아져서 깡똥해진 옷을 입고 불안한 얼굴이지만 새엄마는 세련된 옷차림에 담배까지 입에 물고 있습니다. 나무꾼의 아내가 아니라 해외 여행이라도 가는 것 같은 경쾌한 모습입니다. 조약돌 덕분에 집으로 돌아온 아이들을 맞이하는 새엄마의 얼굴은 마녀보다도 더 으시시하고 차갑기만 합니다. 뒤에 나오는 마녀가 새엄마를 많이 닮은 걸 보면 둘은 같은 인물이 틀림없어요. 가난하다고 아이들을 버릴 생각을 하다니 그건 온전한 사람이 할 짓이 아니지요.

두번째 숲에 버려져 나무에 기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습니다.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 <숲속에서>에 나오는 한 장면이라는 사실을 아이들이 먼저 찾아내네요. 마녀를 죽이고 집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맞이하는 사람은 고개를 푹 숙인 아빠랍니다. 새엄마의 꼬임에 넘어가 아이들을 숲에 버렸지만 늘 죄책감에 시달렸을 아빠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요. 우중충하고 시커먼 기둥으로 둘러싸였던 집도 파란 하늘 아래 말끔해져 행복한 결말을 예고합니다.

반전은 맨마지막 페이지에 있습니다. 벽에 웅크리고 있는 생쥐 한 마리는 뭘까요? 화려한 전신 거울이 있던 바로 그 자리입니다. 죽고 없다던 새엄마가 생쥐가 된 게 확실하군요. 이 생쥐는 돌아온 아이들에게 어떤 대접을 받을지 궁금합니다.

앤서니 브라운의 새로운 해석, 현대판 <헨젤과 그레텔>의 매력에 빠져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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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1-22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릴라]도 그림이 참 멋지잖아요,,,그림 속에 많은 것들을 담아두는 앤서니 브라운의 쎈쓰~~
고릴라에서는 액자에도 인형도 고릴라인것이...인상적였는대.ㅎㅎㅎㅎ
그러다가 아빠랑의 관계가 잘 이뤄진 후에는 사진이 가족사진으로 바뀌었지요,,,
꼭 보고 싶어요~~

소나무집 2007-01-23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제가 앤서니 브라운의 팬이 되었답니다. 책 나오면 무조건 사게 되더라고요.

호야맘 2007-02-07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에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을 봤을 땐 좀 으시으시하던데...자꾸보니...그림에서 이야기하는게 있어 아이가 재미있어하더군요..

소나무집 2007-04-25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서니 브라운의 책은 글도 글이지만 그림을 보는 재미가 더 크답니다. 아이들도 정말 좋아하고요.
 
 전출처 : 프레이야 > 산책

 

아침부터 빗줄기가 내린다. 겨울비는 차가운 공기 때문인지 오히려 더욱 촉촉하고 따뜻하여 가슴에 스미듯 내린다. 비가 오는 날이면 나무 냄새가 짙어진다. 영화 <산책>은 푸르른 나무 냄새가 시원하게 콧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면서 차츰 근심이 사라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다. 장면 하나하나가 방금 깨끗이 세수를 하고 화장을 전혀 하지 않은 사람 같다. 전혀 꾸미지 않고 수수하니 말쑥한 얼굴로 웃고 있는 얼굴에 몸에서는 비오는 날 스미듯 배어나오는 나무냄새가 은은하게 풍겨 나오는 사람을 연상한다.

 



이정국은 1997년 최진실, 박신양이 나온 ‘편지’를 만든 감독이다. 2000년에 나온 ‘산책’을 처음 본 건 몇 년 전이었다. 작년에 히트한 <라디오 스타>의 분위기처럼 착한 사람들의 소박한 이야기가 생각지도 않은 감동을 몰고 오는 영화다. 지금은 티비에 나오지 않는 김상중(영훈 역)과 싱그러운 매력이 있는 박진희(연화 역)가 주연을 맡았다. 그 외에도 영훈의 오랜 친구로 세 명의 조연이 나오는데 한 명은 양진석, 두 명은 이름을 모르겠다. 티브이에서 낯은 익었지만.


산책은 영훈의 죽은 어머니가 생전에 바라던 것이다. 남편과 함께 손을 꼭 잡고 산을 오르거나 산책을 하고 싶어했다 . 영훈의 아버지(박근형 분)는 그 소원을 들어주지 못하고 아내를 먼저 보낸 걸 자책하며 초라한 모습으로 산을 혼자 헤매고 다닌다. 그런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연민으로 괴로워하는 영훈은 말도 꺼내보지 못한 첫사랑에 대한 아픈 기억까지 가슴에 묻고 홀로 산다. 그를 말해주는 건, 지금은 12기 후배가 배출된 대학 노래동아리 창립멤버로서 친구들과 4인조로 해마다 소박한 공연을 해 왔고 노래말과 곡을 쓰는 능력이 있다는 점, 그리고 마음이 무지 따뜻하고 느긋한 성격이라는 점이다.

 



사소해 보이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여러 인물들의 아픔을 호들갑스럽지 않게 보여주면서, 작은 계기로 스스로 치유해가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그 감동은, 마치 숲에 들어가면 자연치유의 느낌을 받는 것처럼, 물기 머금은 초록공기가 폐부로 스며들어오는 것처럼, 소리도 들리지 않고 그림자도 없다. 숲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가 숲을 지나는 사람들의 발을 붙들어 미소 짓게 한다. 마지막엔 윤도현의 목소리로 노래가 나오고 선한 사람들의 평범한 얼굴이 편안하다. 역시 착한 마음은 미덕중에서도 최고의 미덕이지 뭔가. 자신의 삶의 무게가 무겁다고만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몸도 마음도 편안한 자세로 이 영화를 보며 마음속의 산책을 해보면 좋겠다. "운전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달리는 게 아니라 어떻게 멈추느냐에요." 라는 연화의 말이 귀에 걸린다.

 



배우들의 연기하지 않는 것 같은 연기가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주절거림처럼 보이지만 튀지 않으면서 돋보인다. 숲은 평창의 국유림이다.

 

산책 / 2000년 / 이정국

 

- 2007년 내가 본 일곱 번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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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스쿨버스 11 - 아널드, 아인슈타인을 만나다 신기한 스쿨버스 11
조애너 콜 지음, 이강환 옮김, 브루스 디건 그림 / 비룡소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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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신기한 스쿨 버스 첫 발간 20주년에 맞춰 11권이 나왔다는 소식에 아이들의 성화가 이어졌습니다. 저도 11권의 내용은 뭘지 너무 궁금했고요. 언제 사도 살 건데 하며 일찌감치 주문을 했는데 역시 잘한 것 같습니다. 여전히 복잡하고 어지러운 말풍선 편집으로 아이들의 시선을 확 잡아끕니다. 프리즐 선생님의 독특한 옷차림은 여전하지만 이번엔 스쿨 버스 대신 종이 버스가 '번쩍 번쩍' 활약을 펼치는군요.

11권에서는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코페르니쿠스나 갈릴레이, 뉴턴, 파스퇴르, 퀴리 부부, 아인슈타인 등 많이 들어본 과학자도 있고, 레벤후크처럼 잘 모르는 과학자도 있네요. 이런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호기심, 즉 질문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과학자들의 다양한 연구 방법도 소개해 줍니다. 글쎄 있잖아요, 동상으로 서 있던  과학자들이 살아서 움직여요.

당연히 태양이 지구의 주위를 돈다고 믿던 시대에 코페르니쿠스는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도는 건 아닐까?'라는 질문을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사실을 증명하진 못해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받았죠. 갈릴레이는 '지구가 움직인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끊임없이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관찰한 결과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돈다는 것을 증명해냅니다. 뉴턴의 질문은 '어떻게 행성은 궤도를 지키며 도는 걸까?'에 있습니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깨달은 것은 바로 중력입니다. 중력이 없으면 궤도를 이탈하고 만다는 실험을 통해 이 사실을 증명하게 되죠.

과학자 중엔 아주 작은 것에 관심을 갖고 연구한 이들도 있습니다. 현미경을 만든 레벤후크의 질문은 '우리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작은 생물들이 진짜 있을까?'였죠. 그 결과  레벤후크가 발견한 건 미생물이랍니다. 모 회사의 우유 때문에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파스퇴르는 '병의 원인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 결과 병의 원인이 되는 박테리아를 발견하고 병을 퇴치할 수 있는 백신도 만들어냈다는군요.

노벨물리학상을 두 번이나 받은 퀴리 부부의 질문은 '왜 어떤 물질에서는 광선이 나올까?'였죠. 그런데 안타깝게도 자신이 발견한 라듐에서 나오는 방사선이 몸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계속 연구를 한 끝에 병에 걸리고 말았대요.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아인슈타인의 한마디가 명언입니다. "중요한 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앞에서 나온 책들보다 10페이지 정도가 늘어났습니다. 말풍선에 중요한 노트까지 읽어 주다 보니 30분이 훌쩍 지나가던데요.  특히 과학자들의 이야기까지 들어 있어 아이들에겐 아주 유익합니다. 이 책에서 본 과학자들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조만간 책을 더 봐야 할 것 같네요. 책을 보다 보면 이렇게 또 책을 부릅니다.

신기한 스쿨 버스와 프리즐 선생님에 열광하는 아이들에게 무조건 권합니다. 이번에 한국을 찾은 부루스 디건과 조애너 콜이 그랬답니다. 12권에서는 한국의 어린이들도 등장시켜 주겠노라고요. 여전히 문장과 그림 속에서 작가들의 재치가 끊이질 않으니 조애너 콜과 브루스 디건이 환갑을 넘겼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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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 2007-01-17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신기한 스쿨버스를좋아해서 주문할려고해요. 님의 글을 보고 클릭해야겠어요..한국의 어린이들도 등장시켜주겠다는 12권이 더 기대되네요 ^*^

소나무집 2007-01-17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좋아하면 사 주세요.
프리즐 선생님과 함께 과학 여행을 떠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즐거워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