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리벗 잭슨 - 부끄럼 타는 아이 아이즐 그림책방 4
데이비드 루카스 지음, 최재숙 옮김 / 아이즐북스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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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이들이 이렇게 좋아할 줄 몰랐습니다. 딸아이가 하도 부끄럼을 잘 타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꺼려하는 통에 제목만 보고는 덥석 고른 책이지요. 이 작품은 모래 바닥에 몸을 숨기고 살아가는 '넙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썼다는군요. '헬리벗'이 바로 넙치라는 뜻이래요.

헬리벗 잭슨은 부끄럼쟁이라서 누가 쳐다보는 것도 싫어하고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 있길 좋아합니다. 그래서 공원에 갈 때는 꽃밭 그림이 있는 옷을, 가게에 갈 때는과일 무늬가 있는 옷을, 도서관에 갈 때는 책장 그림이 있는 옷을 입고 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로 가고 싶어하던 궁전에서 초대장이 옵니다. 물론 부끄럼을 타는 헬리벗 잭슨이 사람이 많은 파티에 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요. 하지만 금과 은으로 꾸며진 궁전은 꿈속에도 나타납니다. 결국 헬리벗 잭슨은 금과 은으로 꾸며진 궁전 모양의 옷을 만들어 입고 궁전으로 갑니다.

그런데 파티가 궁전 내부가 아닌 정원에서 열리는 바람에 헬리벗 잭슨은 모든 사람들의 눈에 띄고 말았습니다.  이 부끄럼쟁이를 바라본 사람들의 반응이 어땠을까요? 왕과 왕비까지 헬리벗 잭슨의 옷을 보며 감탄하고 옷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지요.

결국 헬리벗 잭슨은 옷가게를 차리게 되었어요. 옷가게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아세요? 부끄럼쟁이의 이름 그대로 '헬리벗 잭슨'이었답니다. 그후 헬리벗 잭슨에게는 친구도 많이 생기고 부끄럼을 조금 타긴 했지만 큰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대요.

부끄럼을 많이 타는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해줍니다. 자기를 드러낸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 수 있게 해주지요. 유아부터 부끄럼을 타는 모든 아이들에게 읽어 주세요.

그림도 재미있습니다. 그림 속에 숨어 있는 헬리벗 잭슨을 찾아 보세요. 아이들이 정말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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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우산 2006-08-24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미있어요.
 
치로누푸 섬의 여우
다카하시 히로유키 글 그림, 사람주나무 옮김 / 정인출판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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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빠가 퇴근해 들어오는데 일곱 살 아들 아이의 눈은 책 안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아빠의 섭섭해하는 목소리를 듣고도 아이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다가가 보니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중에서 뽑아 든 한 권이 바로 이 책이었다.

아직 한글도 제대로 떼지 못한 아이이기에 그림이나 보고 있겠지 했다. 그런데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하는 말. "진짜 슬픈 책이에요. 엄마도 읽어 보세요." 아이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글썽 했다. 난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어느새 아이가 그 많은 글을 다 읽었단 말인가! 덜렁대기만 하는 아이가 책 한 권을 다 읽은 것도 기특하고, 자기가 느낀 슬픔이란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할 줄 아는 모습도 예뻤다. 

일본의 북쪽 어느 섬에서 있었던 일이다. 여우 네 마리가 평화롭게 사는 작은 섬에 늙은 어부 부부가 찾아온다. 이 부부 앞에 길을 일은 꼬맹이 여우가 나타나 한동안 함께 살아간다. 추운 계절이 다가오자 부부는 여우를 처음 만났던 자리에 데려다놓고 섬을 떠난다.

그런데 이 평화로운 섬에까지 전쟁이 찾아온다. 결국 군인들의 총성에 오빠 여우가 죽고 만다. 안타깝게도 먹이를 찾아나선 꼬맹이 여우마저 군인들이 놓은 덫에 걸리고 만다. 군인들이 다가오자 아빠 여우는 군인들을 다른 곳으로 유인하다 결국 죽고, 엄마 여우만 남아 덫에 걸린 꼬맹이 여우에게 먹이를 잡아다 주며 겨울을 맞이한다. 아기 여우를 감싸안고 엄마 여우 위로 쉴새없이 눈이 쌓인다.  봄이 몇 번이나 지나갔지만 치로누푸 섬엔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

전쟁이 다 끝나고 여러 해가 지난 후에야 늙은 어부 부부가 찾아왔다. 언덕 위에는 여우 벚꽃이 하얗게 피어난 채 이들 부부를 맞이했다. 몇 년 전 함께했던 아기 여우가 생각난 부부의 눈에 아주 예쁘게 피어난 두 무리의 여우 벚꽃이 보였다. 마치 엄마 여우가 아기 여우를 감싸안고 있는 듯한 모습 그대로 피어난 벚꽃. 작은 꽃 무리 옆에는 녹슨 쇠사슬과 그들 부부가 꼬맹이 여우에게 묶어준 리본과 똑같은 색깔의 빨간 꽃 한송이가 피어 있었다.

전쟁에 관한 이야기라곤 군인이 두 번 다녀간 것과 몇 번 들린 총성 외엔 아무런 표현도 없다. 하지만 총성 후에 돌아오지 않는 오빠 여우와 아빠 여우, 녹슨 채로 남아 있는 쇠사슬 앞에선 누구라도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정말 아이 말대로 눈물이 핑 돌았다. 흑백 그림 속에서 빛나는 붉은 빛깔의 여우 가족이 더 슬픔을 불러일으켰다. 전쟁은 인간에게도 자연에도 두루두루 가슴 아픈 일을 남길 뿐이다.

어부 부부가 겨울을 넘기기 전에 한번쯤 치로누푸 섬에 찾아왔더라면 엄마 여우와 꼬맹이 여우는 목숨을 건졌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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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제비야 - 봄나무 자연 그림책 1
윤봉선 그림, 이상대 글, 원병오 감수 / 봄나무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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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제주도에 갔다가 아이가 사고를 당해 그곳의 한 병원에 한달 여 동안 입원을 한 적이 있었다. 5층 병실에 있으면 하늘을 시커멓게 날아다니는 새들이 있었다. 처음엔 까마귀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제비였다. 그렇게 많은 제비떼를 본 건 어린 시절 이후 처음이었다. 제주도는 아직 청정 지역이라서 그런지 제비가 많고 그로 인한 피해도 많다고 했다.

우리 나라에서 제비가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봄날 아침이면 전깃줄에 앉아 재잘대는 제비 소리에 잠이 깨곤 할 정도로 많았는데 지금은 특별한 곳에나 가야 볼 수 있단다.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으면 제비가 돌아온다고 하는 걸 보면 무분별한 농약 사용이 시골에서마저 제비를 몰아내고 만 것 같다.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다줘 복을 주기도 하는 제비를 우리 아이들은 동화책 속에서나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 제비는 사람을 좋아한다. 사람이 사는 집 추녀 밑에 집을 짓고 새끼를 기른다. 그래야만 뱀 같은 적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할 수도 있다.

나는 제비가 집을 짓고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는 것을 직접 보며 자랐다. 하루하루 제비가 커가는 것을 보며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어미가 다 자란 새끼를 데리고 떠나버리면 섭섭하기까지 했다. 봄이면 제비가 돌아와 아무 집 추녀 밑에다가 집을 짓고 새끼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제비가 진흙으로 집을 짓고 알을 낳아 새끼를 키우는 과정을 꼼꼼하게 그려내었다. 한번쯤 아이들과 읽고 좋은 환경에 대해 이야기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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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연필깎이가 갖고 싶어 생활그림책 4
이상교 글, 김영수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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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물건을 집으로 들고 오는 아이 때문에 고민해 본 엄마들이 많을 거에요. 우리 아이도 사실 그건 적이 많거든요.  여자 아이라서 그런지 머리핀, 예쁜 장식들, 구슬, 반짝이는 색종이....주머니나 가방을 정리하다 보면 뭔가 예쁘다 싶은 것들이 보였어요. 물론 자기 것이 아니었지요. 너무 사소한 것들이어서 그냥 넘어간 적도 많았어요.

그런데 하루는 주머니에 오백원짜리 동전이 하나 있는 거예요. 친구 집에 갔다가 굴러다니고 있는 걸 가져왔다고 하더라고요. 엄마가 먼저 이성을 잃고 앞뒤 안 가리고 아이를 혼냈어요. 그러면 아주 나쁜 짓이라고 말입니다. 큰 도둑질이나 한 것처럼 아이를 닥달하고 그 친구집으로 보내 동전을 돌려주고 오도록 했죠.

사실 아이는 별 생각 없이 그걸 들고 왔을 수도 있는데 엄마가 너무 무식한 반응을 보여 아이가 더 상처를 받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게 나쁜 짓이라는 걸 스스로 깨닫게 만들어줬어야 하는데 그때 이런 책을 보았더라면 좋아을 걸 그랬어요.

이 책에 나오는 한결이 엄마는 "누가 남의 물건을 말도 없이 가져가겠니?" 라고 말합니다. 솜이네서 가져온 악어 연필깎이을 돌려줄 생각을 하는 한결이가 정말 예쁩니다. 자신의 기린 연필을 찾다가 악어 연필깎이를 찾고 있을 솜이 마음을 이해한 거죠.

남의 물건을 함부로 가져오는 것도 아이들의 발달 단계상 유아기에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을 이해하면서 슬기롭게 아이들을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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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려도 괜찮아 토토의 그림책
마키타 신지 지음, 하세가와 토모코 그림, 유문조 옮김 / 토토북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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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딸아이 참관 수업에 갔던 날 저는 딸아이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런 수업은 원래 엄마에 게 보이기 위해서 발표 위주의 수업으로 진행하잖아요. 그런데 한 시간 동안 딸아이가 한 번도 손을 안 드는 거예요. 2학년 수업에 뭐 어려운 거 했겠어요? 흉내내는 말 발표하기였는데 이제나저제나 손을 들까 하고 기다리기만 하다가 수업이 끝나고 말았습니다. 일곱 여덟 번씩 발표하는 아이도 있었는데...

집에서 생활하는 것을 보면 학교에서 그렇게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게 믿어지지 않더군요. 나중에 왜 손을 한 번도 안 들었냐고 물었더니 엄마도 와 있는데 틀릴까 봐 그랬다네요. 사실은 평소에도 발표 같은 건 거의 안 한다는 말과 함께요.

얼마 전 선생님을 만났을 때 들은 얘기는 더 충격적이었답니다. 우리 아이처럼 말썽도 안 피우고 발표도 안 하고 별로 드러내지 않는 아이는 일 년 동안 선생님에게 이름을 불릴 일이 없다는 거예요. 그런 아이는 학년이 끝나갈 때나 되어야 아이에 대한 파악이 가능하대요. 결국 선생님이 신경을 써주지 않으면 아이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거지요.

틀릴까 봐, 아이들이 웃고 놀릴까 봐 발표를 못하는 아이, 바로 이런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책입니다. 선생님이 시킬까 봐 고개를 수그리고 있는 내 아이의 모습이 보이는 듯합니다. 어쩌다 한 번 발표를 하게 되면 가슴은 쿵쾅쿵쾅 얼굴은 화끈화끈 온몸에 힘이 빠지고 다리는 후들후들. 이 부분에서 우리 아이가 한 말. "사실은 나도 이래."

그래요. 말 잘하고 외향적인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아이들은 할 말을 속으로만 뇌이고 삽니다. 속에 있는 말들을 밖으로 끄집어낼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틀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던질 수 있도록 아주 재미있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아이들이 있는 교실에 정답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틀린 답을 말하고도 절대 기죽지 않는 아이들이 있을 때 더 멋진 교실이 되고 살아 있는 교육 현장이 되겠지요? 틀리더라도 절대 기 죽으면 안 돼!  틀린 걸 알았으니까 고치면 되지 뭐.

이 책을 읽고 딸아이와 저는 약속을 하나 했습니다. 2학기가 되면 자꾸자꾸 손 드는 연습을 해보겠다고요. 한두 번 하다 보면 두려움도 사라지고, 틀려도 같이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거라고요. "틀려도 괜찮아." 이 한 마디가 손 한 번 못 들고 작게 움츠러드는 우리 아이의 손을 번쩍번쩍 들게 해줄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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