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려도 괜찮아 토토의 그림책
마키타 신지 지음, 하세가와 토모코 그림, 유문조 옮김 / 토토북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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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딸아이 참관 수업에 갔던 날 저는 딸아이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런 수업은 원래 엄마에 게 보이기 위해서 발표 위주의 수업으로 진행하잖아요. 그런데 한 시간 동안 딸아이가 한 번도 손을 안 드는 거예요. 2학년 수업에 뭐 어려운 거 했겠어요? 흉내내는 말 발표하기였는데 이제나저제나 손을 들까 하고 기다리기만 하다가 수업이 끝나고 말았습니다. 일곱 여덟 번씩 발표하는 아이도 있었는데...

집에서 생활하는 것을 보면 학교에서 그렇게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게 믿어지지 않더군요. 나중에 왜 손을 한 번도 안 들었냐고 물었더니 엄마도 와 있는데 틀릴까 봐 그랬다네요. 사실은 평소에도 발표 같은 건 거의 안 한다는 말과 함께요.

얼마 전 선생님을 만났을 때 들은 얘기는 더 충격적이었답니다. 우리 아이처럼 말썽도 안 피우고 발표도 안 하고 별로 드러내지 않는 아이는 일 년 동안 선생님에게 이름을 불릴 일이 없다는 거예요. 그런 아이는 학년이 끝나갈 때나 되어야 아이에 대한 파악이 가능하대요. 결국 선생님이 신경을 써주지 않으면 아이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거지요.

틀릴까 봐, 아이들이 웃고 놀릴까 봐 발표를 못하는 아이, 바로 이런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책입니다. 선생님이 시킬까 봐 고개를 수그리고 있는 내 아이의 모습이 보이는 듯합니다. 어쩌다 한 번 발표를 하게 되면 가슴은 쿵쾅쿵쾅 얼굴은 화끈화끈 온몸에 힘이 빠지고 다리는 후들후들. 이 부분에서 우리 아이가 한 말. "사실은 나도 이래."

그래요. 말 잘하고 외향적인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아이들은 할 말을 속으로만 뇌이고 삽니다. 속에 있는 말들을 밖으로 끄집어낼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틀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던질 수 있도록 아주 재미있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아이들이 있는 교실에 정답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틀린 답을 말하고도 절대 기죽지 않는 아이들이 있을 때 더 멋진 교실이 되고 살아 있는 교육 현장이 되겠지요? 틀리더라도 절대 기 죽으면 안 돼!  틀린 걸 알았으니까 고치면 되지 뭐.

이 책을 읽고 딸아이와 저는 약속을 하나 했습니다. 2학기가 되면 자꾸자꾸 손 드는 연습을 해보겠다고요. 한두 번 하다 보면 두려움도 사라지고, 틀려도 같이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거라고요. "틀려도 괜찮아." 이 한 마디가 손 한 번 못 들고 작게 움츠러드는 우리 아이의 손을 번쩍번쩍 들게 해줄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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