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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의 방에 놀러가요? ㅣ 민화그림책시리즈 3
윤열수.이호백 지음 / 재미마주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재미마주에서 민화 시리즈 세번째 그림책 <선비의 방에 놀러가요?>가 나왔다. 책거리그림이라는 말이 좀 낯설다 싶었지만 그림을 보고 있자니 역사 드라마 속에서 종종 본 선비의 방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요즘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공부 잘하라고 책을 사주고 공부방을 만들어주듯 옛 부모들은 책거리그림을 방에 걸어주었다고 한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글공부를 하는 선비의 방이나 서당에 병풍으로 둘러놓아 항상 책을 가까이 하고 싶은 소망을 표현했다. 한 장 한 장 책을 넘겨보고 있자니 옛 선비들이 무엇을 좋아했고 그들의 방에 무엇이 놓여 있었는지 알겠다.
이 책에서는 처음부터 대뜸 책거리그림을 보여주지 않는다. 책거리그림을 방에 들여놓았던 선비가 어떠한 사람인지 알려주고 그의 일생을 따라간다. 어려서는 서당에서 글을 배우고, 자라서는 과거에 합격하여 벼슬길에 나아가고, 늙으면 고향으로 돌아와 자연을 벗삼아 살아가는 과정을 옛 그림 <평생도>에서 가려 뽑아 보여주고 있다. 이 그림들을 본 우리 아들이 한 말 "그럼 우리 엄마도 선비네!" 라고 말해서 한참을 웃었다. 장원 급제한 적은 없지만 시골에 내려와 유유자적하고 있으니 그 말도 맞나 싶다.
맨 처음 소개한 책거리 그림은 어떤 선비의 방인지 화려하기 짝이 없다. 붓과 벼루는 물론이고 촛대에 공작깃털, 부채, 향로, 안경까지. 이 방의 주인은 한때 세도 꽤나 부렸던 모양이다. 심지어는 인도나 아라비아에서 가져온 도자기랑 코기리상, 시계, 거울까지 있으니 가난하고 검소한 선비의 방에 있었을 것 같은 그림은 아니다. 설명에 보니 진귀한 물건들을 실물이 아닌 그림으로 감상하려는 청빈한 의도였다고 한다. 어쩌면 이름 높은 선비가 되고 싶은 마음을 그림 속에 다 담아 이렇게 표현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빨강색과 노랑색 등 밝고 화려한 색을 많이 쓴 그림은 아주 강렬한 느낌을 준다. 어디에 두어도 금방 눈에 띌 것 같다. 하지만 서민들의 생활 공간을 장식하기 위해 이름 없는 화가들이 그린 민화여서 그런지 더 정이 가고 느낌 또한 소박하다.
이 책은 일종의 팝업북이다. 선비가 책 보는 그림을 들추면 책대신 거문고를 타는 그림이 나오고, 호피 무늬 벽가리개를 들추니 호피가 깔린 선비의 방이 나오는 식이다. 텅 빈 선비의 서가가 점점 책으로 채워지는 모습도 재미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 건 스티커다. 선비의 방에서 볼 수 있는 물건들을 모아놓고 군데군데 직접 스티커를 붙여 완성하도록 해줘서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다.
맨 뒤엔 이 책에 등장한 그림에 대한 설명을 실어줘서 궁금증을 풀어주고, 저자인 윤열수 선생님의 민화 강좌까지 있어 민화에 대한 공부도 곁들여 할 수 있다. 책상 위에 펼쳐놓을 수 있는 4폭짜리 미니 책거리그림 병풍은 이 책의 보너스이다. 아이들에게 좀 어렵지 않나 싶었는데 의외로 좋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