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드레스 입을거야 비룡소의 그림동화 182
크리스틴 나우만 빌맹 지음, 이경혜 옮김, 마리안느 바르실롱 그림 / 비룡소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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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온통 분홍색이다. 딸아이는 책을 보자 "웬 분홍?" 하면서 살짝 거부 반응을 보인다. 이젠 분홍색이나 공주 패션을 멀리할 정도로 아이가 컸구나 싶어 좀 의젓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저도 2~3년 전만 해도 옷장 문을 열면 눈이 아플 정도로 분홍매니아였건만 그때 일은 벌써 까맣게 잊은 모양이다.

3학년 딸아이의 옷 입는 취향은 확실히 변했다. 예쁘고 화려한 옷, 리본이나 레이스가 달려 있는 옷은 무조건 NO다. 치마도 거의 입지 않는다. 작년에 애지중지하며 입었던 옷도 유치해서 입기 싫다며 엄마와 신경전을 벌이곤 한다. 이젠 아침마다 실랑이를 하는 것도 귀찮아 예쁘던 밉던 본인 보고 골라 입으라고 내버려 둔 지 오래다. 벌써 이렇게 딸아이 옷 하나 마음대로 고를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옷가게에 걸려 있는 귀엽고 예쁜 옷을 쳐다보고 있으면 "엄마, 나 저런 옷 안 입어!" 하며 미리 못을 박는 우리 딸, 밉다 미워!

이 책의 주인공 엘리어트는 공주처럼 예쁘고 화려한 옷을 좋아한다. 날씨가 추운 날도 장밋빛 스타킹에 나풀거리는 드레스에 화려한 나비 장식이 달린 구두가 신고 싶다. 하지만 엄마는 두꺼운 양말에 멜빵바지에 낙타털 외투에 목도리를 두르고 에스키모 털신을 신으라고 한다. 날씨와 상관 없이 예쁘게만 입고 싶은 딸과 딸을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은 이렇게 다르다.

마지못해 엄마가 권해준 대로 옷을 입고 나간 엘리어트는 낙타털 외투로 썰매를 타고, 목도리로는 타잔 놀이를, 헐렁한 스웨터를 뭉쳐 공을 만들고, 양말은 눈사람 머리를 만들면서 신나게 논다. 예쁜 옷을 입고 나왔다면 이렇게 즐겁게 놀 수 있었을까? 잠깐이지만 엘리어트도  엄마의 선택이 쓸모있다는 걸 인정한다.

하지만 내일도 이렇게 입고 나오라는 사촌의 말에 "반짝이 스타킹에 나풀나풀한 드레스에 진주 팔찌하고 소꿉놀이할 거야." 라며 예쁜 옷을 입고 싶은 여자 아이의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엄마도 내일은 어쩔 수 없이 엘리어트의 마음대로 옷을 고르게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분홍색 공주 패션을 좋아하는 여자 아이들과 여자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은 남자 아이들까지 함께 읽히면 좋겠다. 초등 1학년까지만. 공주 패션을 좋아한다면 그 이상도 괜찮다. 또 옷 때문에 딸아이와 한 번이라도 실랑이를 벌인 적이 있는 엄마라면 공감하며 읽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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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5-22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핑크공주' 우리 수에게 딱~ 일것 같은데요?

소나무집 2007-05-23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여섯 살 수에게 정말 딱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