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가 싫어! 미래그림책 62
리타 마샬 지음, 유정화 옮김, 에티엔 들레세르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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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수학 백점에 과학은 80점을 받은 빅터가 읽기 시험에서 빵점을 받았답니다. 읽기 시험은 빵점을 맞은 빅터가 수학은 어떻게 백점을 받았는지 궁금하네요. 빅터의 엄마 아빠는 난리가 났습니다. 간식으로 글자 모양의 과자를 만들어주고, 책을 사주고, 읽기를 공부를 위해 주말마다 사촌형이 오지만 빅터는 점점 더 책 읽기가 싫어집니다. 책을 읽는 것보다 만화 영화를 보거나 개똥벌레를 잡으며 노는 일이 훨씬 신나는 빅터가 책을 안 읽을 수 없는 일이 생기는데 그게 뭘까요?  

어느 날 빅터가 만화 영화를 보기 위해 책을 읽는 척하는데 갑자기 책 속에서 하얀 외투를 입은 악어 한 마리가 슬슬 기어나옵니다. 외투 주머니 속엔 책을 읽는 아이들이 가득합니다. 다음에는 황금 동전이 열리는 나무를 찾아낸 이야기책을 가진 들쥐가 찾아와 모험을 떠나자고 합니다. 다음에는 다리를 절룩이는 해적 선장 앵무새 한 마리가 나타나 보물섬을 찾으러 가지고 합니다. 하지만 빅터는 끄덕도 하지 않습니다.

마법 장화를 신은 토끼까지 나타나 빅터를 데려가려 하지만 빅터는 끝까지 버팁니다. 토끼가 북쪽 나라 여왕의 파티장으로 순식간에 사라지자 궁금해진 빅터가 책장을 살짝 넘기는 순간 깃털 모자를 쓴 개구리가 나타나 책을 읽어 달라고 부탁합니다. 책 속에서 얼핏 자기가 좋아하는 같은 반 여자 친구를 본 것 같아 얼굴이 빨개지고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합니다.

책을 펼쳐놓은 채 보던 영화가 다 끝나고 날이 어두워질 무렵 새 한 마리가 창문을 두드리며 해준 말에 빅터는 귀가 솔깃해집니다. "책을 읽는다는 건 참 성가신 일이야. 하지만 책 속에서는 온갖 모험을 할 수 있어. 하지 말아야 되는 일들도 대신 해볼 수 있단다."

오늘은 참 이상하다며 눈을 감자 강아지가 무서운 괴물로 변해 책을 물어뜯고, 검은 모자를 쓴 선생님은 세상의 책을 모조리 먹어치우는 마녀로 변해버렸네요, 친구들은 읽기 싫은 책을 모조리 없애 달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그 순간 책을 읽기 싫어하는 빅터도 같이 소리를 질렀을까요? 

아닙니다. 만약 책이 사라진다면 앵무새 해적 선장이랑 황금 동전을 가진 들쥐랑 마법 장화를 신은 토끼랑 개구리 왕자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빅터는 그동안 나타났던 동물들이 잘 있는지 궁금해서 슬며시 책장을 넘겨가며 책을 읽게 되었답니다.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책 속에 수많은 보물이 숨어 있음을 은근슬쩍 알려주는 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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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행복이 뭐예요? 미래그림책 63
이자벨라 치안치아룰로.다니엘라 치안치아룰로 지음, 윤혜정 옮김, 비르기트 안토니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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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아이들이 갑자기 '행복이 뭐냐고' 물어온다면 이 책 속에 나오는 할아버지처럼 대답할 말이 쉽게 떠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뭐든지 다 알고 있는 할아버지마저 하루 종일 그 답을 찾아다녔으니까요. 행복은 골똘히 생각하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뒤적인다고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지요. 할아버지가 고민 끝에 발견한 행복은 주변 어디에나 있다는 것이었어요.

행복은 사람마다 다르거나 혹은 똑같이 느낄 수도 있고, 작을 수도 클 수도 있고, 어디에나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고, 먼 곳에 있거나 코 앞에 두고 못 볼 수도 있습니다. 잠자고 일어나서 아침을 준비하는 엄마의 뒷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행복이고,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것도 행복입니다. 단지 그 당연한 순간을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그래요. 이 책은 행복은 결코 멀리 있거나 거창한 게 아님을 알려줍니다.

이 책을 처음 읽는 순간 남편이 떠올랐습니다. 우리집에서 '행복하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집에서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화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살지만 남편은 저보다 열 배는 행복해 보입니다. 그 비결은 간단합니다. 남편은 사소한 걱정이나 하나마나한 걱정은 절대로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작은 것에 대한 고마움을 그때 그때 적절하게 표현합니다.

반듯하게 다림질한 셔츠 하나에, 맛있게 끓인 순두부찌개 한 그릇에 행복해하는 남편을 볼 때마다 저는 잔소리를 해댑니다. 우리가 부자가 될 수없는 이유는 늘 작은 것에 만족하고 행복해하기 때문이라고요. 그러면 남편 하는 말. "부자가 아니면 어때. 지금 행복한데..." 그러면 저도 할 말이 없어집니다.

이 책은 궁금한 것 중에 '행복'이 포함된 아이들과 행복은 나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엄마 아빠들에게 읽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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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벼락 사계절 그림책
김회경 글, 조혜란 그림 / 사계절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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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도 똥 이야기를 무지 좋아했다. 하지만 아홉 살이 되면서부터 더럽거나 징그러운 것은 딱 질색이라고 말하기 시작한 우리 딸. 당연히 똥이라는 말만 들어도 얼굴을 찡그리곤 한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바로 <똥벼락>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똥 이야기가 나오지만 재미가 더러운 것을 이긴 경우라고 해야 할까?

돌쇠 아버지는 김부자네 집에서 30년 동안 머슴살이를 하고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돌밭을 새경으로 받는다. 정말 착하기도 하지. 30년 동안이나 공짜로 일을 해주다니... 하지만 부지런한 돌쇠 아버지는 똥을 모아 거름을 해서 농사를 짓는다. 도깨비의 도움으로 김부자네 똥거름을 쓰게 되고 그 밭에서 추수를 하다 금가락지를 발견한다.

우리의 정직한 돌쇠 아버지는 한달음에 김부자네로 달려가 그 사실을 알린다. 김부자는 노발대발 당장 곡식을 내놓던지 똥을 내놓으라고 호통을 친다. 한마디로 똥 대신 곡식을 내놓으라는 수작이지. 그동안 김부자가 어떻게 해서 큰 부자가 되었는지 짐작이 간다.

돌쇠 아버지는 또 다시 도깨비의 도움을 받아 김부자네로 똥을 돌려준다. 바로 이 책의 압권은 여기다. "수리수리 마수리. 온 세상에 있는 똥아, 모두 김부자네로 모여라. "도깨비의 주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김부자네 마당으로 온갖 똥들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나는 이 대목을 읽어줄 때 꼭 휘모리 장단으로 읽어준다. 한 번도 쉬지 않고 뚜르르르 똥 이름을 읊어주면 아이들도 같이 숨차하면서 너무 재미있어 한다. 한 번 해보시길.

마지막 장에 나오는 발자국을 보면서 똥산에 갇힌 김부자는 어디로 갔을까 상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우리 아이들은 도깨비를 만나 머슴살이를 30년 동안 한 후 돌밭을 새경으로 받았을 거라고 해서 한참을 웃었다.

<똥벼락>은 돌쇠 아버지처럼 착하고 부지런하게 살면 복을 받지만 김부자처럼 자기만 알고 욕심을 부리면 벌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책을 읽는 동안 그런 이야기는 한 번도 안 나오지만 아이들은 김부자처럼 살면 안 된다는 사실을 저절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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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10-16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잼나게 읽은 책...
울 직원 아기 사주라고 권했더니..똥벼락은 싫구 돈벼락,,이란 책 없어요? 해서 깜짝 놀랐었는데..ㅎㅎㅎ

소나무집 2007-10-18 10:51   좋아요 0 | URL
아이들도 벼락이란 말이 들어가는 단어를 말해 보라고 했더니 바로 돈벼락! 이러던 걸요.

miony 2007-10-16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번 읽고도 글자에만 정신을 쏟은 나머지 그 발자국을 놓치고 있었네요. 새삼스레 꺼내어 찾아보니 고양이도 같이 간 모양이더라구요. 님의 아드님,따님의 상상이 정말 멋집니다 ^^

소나무집 2007-10-18 10:52   좋아요 0 | URL
한 번쯤은 글자는 읽지 말고 그림만 보세요. 그러면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인다니까요.

세실 2007-10-20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좋아해요. 예전에 동극하는 엄마들과 마당극으로도 연출했던 책입니다. 우리 옛이야기의 백미죠~ 글구 강아지똥. 딸내미도 이 책은 좋아하겠죠?

소나무집 2007-10-20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읽어주는 맛이 있는 책이죠. 연극도 재미있고요. 딸아이는 강아지똥도 별로 안 좋아한답니다.
 
무지개 물고기 무지개 물고기
마르쿠스 피스터 지음,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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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그림이 예뻐서 한 번 들면 누구라도 쉽게 손에서 놓지 못하는 책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그 맛에 책을 보는 것 같았다. 이제 좀 크니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또 다른 맛이 있다. 그래서 책장에서 그림책을 치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이 우리집에 온 지 7년이나 되었다.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을 친구에게 나누어줄 수 있느냐고. 주저없이 두 아이 다 줄 수 없다고 했다. 충분히 이해가 갔다. 어른인 나도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누군가에게 선뜻 내어줄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무조건 친구들에게 나누어주어야 좋은 거라고 말해주지 못했다. 

무지개 물고기처럼 바다 속에서 가장 쓸쓸한 물고기가 되는 시련을 거친 후에 스스로 결정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단지 내가 혹은 이 책이 문어 할머니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고맙게도 아이들은 무지개 물고기가 외면의 아름다움을 포기하는 대신 내면의 행복을 얻었다는 사실을 책을 읽는 동안 스스로 알아냈다.

사실 요즘 어른들 세계에서는 외면의 아름다움이 더 많은 가치를 인정 받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그리고 아이들이 그것이 세상을 쉽게 사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너무 일찍 배우는 것 같아 안타깝다.

책을 읽고 나만이 그릴 수 있는 무지개 물고기를 그려보라고 했더니 반짝이 비늘이 다 떨어져 나가서 초라해진 물고기를 그렸다. 그리고 걱정스럽게 한 말.  "얼마나 아팠을까?" 미처 생각 못한 부분이었다. 한 가지 기쁨를 얻기 위해서 그런 아픔은 참아야 한다고 말해주었지만 어린 아이들이 감당하기엔 벅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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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10-08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이나 낼 서점가서 다시 봐야겠어요.

소나무집 2007-10-09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은이도 분명히 좋아할 거예요.

치유 2007-10-09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참 이뻤어요..내면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사는 아이들이 많아야 할텐데..말입니다..

소나무집 2007-10-10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 - 3~8세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29
존 셰스카 글, 레인 스미스 그림, 황의방 옮김 / 보림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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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돼지 삼형제> 이야기를 모르는 아이들은 많지 않을 거예요. 출판사에 따라 내용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은 첫째 돼지와 둘째 돼지는 늑대에게 잡아먹히고 똑똑한 막내 돼지가 늑대에게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지요. 모든 잘못은 순전히 늑대에게 있고 늑대는 죽어 마땅한 존재로 그려집니다. 책을 읽는 아이들은 한치의 의심도 없이 불쌍한 돼지와 못된 늑대의 이미지를 가슴 속 깊이 새겨놓고 평생을 간직합니다. 저도 그렇게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 그 아기 돼지 삼형제 사건에 대해 꼭 할 말이 있다고 주장하는 늑대가 한 마리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는 모두 잘못된 거라고 하네요. 결국 아기 돼지를 잡아먹은 죄로 감방에 가게 된 늑대 알렉산더가 들려주는 진짜 이야기 한 번 들어보세요. 고정 관념이 확 깨져버립니다.

늑대는 단지 할머니의 생일 케이크를 만들다 설탕이 떨어진 걸 알았고 마침 근처에 사는 셋째 돼지네 집으로 설탕을 빌리러 가게 되었다는군요. 처음부터 돼지를 잡아먹을 생각은 아니었다는 거지요. 문제는 그때 마침 늑대가 감기에 걸려 있었다는 데 있습니다. 첫째가 문을 안 열어준 건 누구나 아는 사실. 그런데 그냥 돌아서려던 늑대의 코가 간질간질하더니 요란한 재채기가 나온 거예요. 그 바람에 지푸라기로 만들어진 집이 홀라당 날아가버리고 그 충격으로 돼지가 죽어버린 거죠. 좋아하는 음식이 눈앞에 있으니 늑대 입장에선 안 먹을 수가 없었던 거고요.

설탕을 구하지 못한 늑대는 둘째 돼지네 집으로 갔답니다. 초인종을 누르고 돼지를 불렀지만 둘째 돼지는 문도 열어보지 않고 예의 없이 꺼져버리라고 소리만 버럭 질러댔지요. 그때 마침 또 재채기가 터져나왔고 나무로 지은 둘째 돼지네 집도 무너지고 말았대요. 그때의 충격으로 둘째 돼지가 죽은 사실을 믿어 달라는군요.

돼지 두 마리를 먹은 늑대는 배가 엄청 불렀어요. 그래도 설탕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첫째 돼지네 집으로 갔지요. 문을 두드리며 돼지씨를 불렀지만 고함과 함께 돌아온 건 "너희 할머니 다리나 부러져라!"라는 저주였답니다. 그래서 늑대는 화가 날 수밖에 없었대요. 화를 참지 못하고 돼지네 집을 부수려는 순간 경찰이 들이닥쳤고 결국 감방 신세를 지게 된 거죠.

그럼 왜 우리가 늑대의 이야기와 다른 <아기 돼지 삼형제> 이야기만 알게 된 것일까요? 문제는 신문 기자들에게 있었답니다. 감기에 걸린 늑대가 설탕 한 컵을 얻으러 갔다가 생긴 사건이라고 하면 흥미를 끌지 못할 것 같아 이야기를 꾸며 늑대를 고약한 존재로 만들어버렸다는 거죠. 그러니 늑대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기가 막힐 일이지요. 수염이 성성한 늙은 늑대가 될 때까지 감방에 있었으니 왜 억울하지 않았겠어요. 이 대목은 작가가 은근히 신문 기자들의 말은 다 믿을 게 못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는 것 같네요.

종종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라고 말할 때가 있는데 사실 자기 중심적인 사고만 하는 아이들에겐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그런 때 슬쩍 읽어주면서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어떨까 싶네요. 유아용 그림책이지만 책을 읽고 조금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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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7-10-09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저도 아이를 키우고 있으면서도 입장 바꾸어 생각하는것은 늘 늦으니...

소나무집 2007-11-16 0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