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똥벼락 ㅣ 사계절 그림책
김회경 글, 조혜란 그림 / 사계절 / 2001년 2월
평점 :
우리 아이들도 똥 이야기를 무지 좋아했다. 하지만 아홉 살이 되면서부터 더럽거나 징그러운 것은 딱 질색이라고 말하기 시작한 우리 딸. 당연히 똥이라는 말만 들어도 얼굴을 찡그리곤 한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바로 <똥벼락>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똥 이야기가 나오지만 재미가 더러운 것을 이긴 경우라고 해야 할까?
돌쇠 아버지는 김부자네 집에서 30년 동안 머슴살이를 하고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돌밭을 새경으로 받는다. 정말 착하기도 하지. 30년 동안이나 공짜로 일을 해주다니... 하지만 부지런한 돌쇠 아버지는 똥을 모아 거름을 해서 농사를 짓는다. 도깨비의 도움으로 김부자네 똥거름을 쓰게 되고 그 밭에서 추수를 하다 금가락지를 발견한다.
우리의 정직한 돌쇠 아버지는 한달음에 김부자네로 달려가 그 사실을 알린다. 김부자는 노발대발 당장 곡식을 내놓던지 똥을 내놓으라고 호통을 친다. 한마디로 똥 대신 곡식을 내놓으라는 수작이지. 그동안 김부자가 어떻게 해서 큰 부자가 되었는지 짐작이 간다.
돌쇠 아버지는 또 다시 도깨비의 도움을 받아 김부자네로 똥을 돌려준다. 바로 이 책의 압권은 여기다. "수리수리 마수리. 온 세상에 있는 똥아, 모두 김부자네로 모여라. "도깨비의 주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김부자네 마당으로 온갖 똥들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나는 이 대목을 읽어줄 때 꼭 휘모리 장단으로 읽어준다. 한 번도 쉬지 않고 뚜르르르 똥 이름을 읊어주면 아이들도 같이 숨차하면서 너무 재미있어 한다. 한 번 해보시길.
마지막 장에 나오는 발자국을 보면서 똥산에 갇힌 김부자는 어디로 갔을까 상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우리 아이들은 도깨비를 만나 머슴살이를 30년 동안 한 후 돌밭을 새경으로 받았을 거라고 해서 한참을 웃었다.
<똥벼락>은 돌쇠 아버지처럼 착하고 부지런하게 살면 복을 받지만 김부자처럼 자기만 알고 욕심을 부리면 벌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책을 읽는 동안 그런 이야기는 한 번도 안 나오지만 아이들은 김부자처럼 살면 안 된다는 사실을 저절로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