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많이 풀렸다. 부쩍 게을러진 걸음걸이와 긴장이 풀린 허리춤 사이로 삐져나오는 살집이 그 증거라면 증거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른한 오후 햇살에 주춤주춤 졸음이 쏟아지는 걸 보면 계절은 조금씩 봄을 향해 기울고 있음이다. 가벼운 바람에도 둥실 떠오르는 갈잎을 보며 산책을 나온 반려견이 영문도 모른 채 컹컹 짖고, 공원을 거니는 사람들의 표정이 햇살처럼 밝았다. 땅에 부딪히며 힘차게 공명하는 농구공의 진동과 아이들의 웃음이 뒤섞인다. 더께더께 번지는 버짐처럼 마른 햇살이 공원 가득 부서지고 있다.


심리학자 스티븐 힌쇼가 쓴 <낙인이라는 광기(Another Kind of Madness)>를 읽고 있다. 중증 정신질환을 앓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당사자인 동시에 아버지의 정신질환이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심리 전문가로서 저자는 우리 사회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은 듯했다. 정신질환과 낙인의 폐해를 고스란히 떠안은 한 가족의 구성원 중 한 사람으로서 그의 이야기는 깊은 울림과 먹먹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지만 그에 앞서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 환자를 둔 가족을 어떻게 돕고 돌보아야 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사회적 수용도를 알아보는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나지만, 현대사회에서 가장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세 가지 속성이 바로 노숙, 마약중독, 그리고 정신질환이다. 대중은 이런 속성을 가진 개인과 직접 접촉하길 꺼리며 이들에 대해 강력한 사회적 거리감을 드러낸다. 게다가 이런 설문지에 응답할 때 대체로 사람들은 편협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절제하는 경우가 많다. 즉 응답자 내면의 실제 수용도는 훨씬 낮을 수 있다는 말이다."  (p.61)


"훗날 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아무도 자신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뿐만 아니라 어쩌면 자기는 도움을 받을 자격이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했다. 낙인찍힌 집단의 구성원은 필연적으로 그 집단을 향한 사회의 메시지에 노출되게 마련이며 어느새 그 관점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다시 말해 사회적 낙인이 자기 낙인으로 변하여 악순환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처럼 내재화한 낙인, 자신이 근본적으로 잘못되고 무가치한 인간이라는 관점은 끔찍한 결과를 가져온다. 비주류 집단의 일원이라는 것도 충분히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그런 개인이 자신의 약점과 도덕적 결함을 탓하게 되는 것이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지만 정신질환자의 경우 낙인의 내재화가 심각해지면 치료를 받아도 소용없을 거라고 지레짐작하거나 이미 치료를 시작했더라도 조기에 중단해버리기 십상이다."  (p.167)


오후 시간에 접어들자 바람은 점차 차가워지고 속도를 더하며 거칠어졌다. 우리가 삶의 이면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것처럼 정신질환은 일정 부분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모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사람을 멀리하고 당사자와 가족 전체를 낙인찍는다는 건 얼마나 부당한 일인가. 인간은 그 누구도 완벽하다 자신할 수 없는데 말이다. 볼에 닿는 바람이 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0. 무능은 어디에서 오는가?


자원도 많지 않고, 국토의 면적도 좁은 대한민국의 경제 여건 상 국제 무역을 통한 수익의 창출은 필수적입니다. 달리 먹고살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에서 남쪽보다는 북쪽에 더 많은 자원이 매장된 것은 사실이지만 통일이 되지 않는 한 그마저도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북쪽을 통하지 않고서는 대륙과의 연결이 요원한지라 우리가 사는 남쪽은 마치 하나의 섬과 다를 바 없다 하겠습니다. 바다를 통한 교역은 물류비용도 비용이지만 많은 위험이 뒤따르기도 합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내가 아랍 에미리트에 파견된 싸움 멧돼지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혹은 그들 앞에서 가오 좀 잡아보려는 차원에서 했던 중대한 실언으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우리의 배들에 나포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위험에 처하도록 하였습니다. 이 모든 게 술 때문입니다. 요즘 들어 술을 많이 먹은 다음 날이면 유난히 말이 많아지고 실수도 잦아지는 걸 보면 이제 내 몸도 예전과 같지 않은 모양입니다. 알코올 중독을 넘어 알코올성 치매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튼 나의 실수로 기인한 일들이지만 똘마니 멧돼지들이 어떻게든 수습을 하겠지요.


다른 건 별로 부럽지 않은데 전임 리더 멧돼지의 능력 중 부러운 게 딱 하나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던 능력입니다. 나는 리더 멧돼지로 취임한 이래 단 한 달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하였는데 그는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어떻게 그와 같이 탁월한 능력을 선보일 수 있었을까요. 그 능력만 제외하면 내가 그보다 못할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뒷골목 멧돼지들을 동원하여 나의 지시에 저항하는 멧돼지들을 잡아들이거나 겁을 주는 능력, 소문내기 멧돼지들로 하여금 나를 찬양하는 기사만 쓰도록 하는 능력, 나와 뜻이 같은 멧돼지들을 집으로 불러 밤마다 술을 마시는 능력 등 내가 자신할 수 있는 능력은 차고도 넘치니까 말입니다. 결혼 전에는 여러 암컷 멧돼지들과 어울리는 능력도 탁월했으나 지금은 젊은 멧돼지들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아무튼 무역수지 적자가 매달 이어지고 누적액도 점차 커지다 보니 환율이 폭등하고 수입 물가가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문제는 나와 내 주변의 부자 멧돼지들은 사는 데 별 어려움이 없지만 수입 물가가 오르고 날씨마저 강한 한파가 이어지다 보니 난방비 폭등이라는 둥 교통비며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이 웬 말이냐는 둥 사사건건 반기를 드는 일반 멧돼지들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내가 능력이 없어서 수출이 안 되는 걸 어쩌란 말인지요. 없는 능력을 전임 리더 멧돼지로부터 꿔올 수도 없고 말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뒷골목 멧돼지들을 동원하여 다 잡아들이라고 명령을 내리고 싶지만 그것만은 안 된다는 똘마니 멧돼지들의 만류와 다른 나라의 소문내기 멧돼지들이 나에 대한 비판 기사가 연일 계속되는 바람에 꾹 참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우리 편 멧돼지들의 대표를 뽑는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내가 지명한 멧돼지의 인기가 높아지지 않아 걱정입니다. 여러 멧돼지들이 모인 자리에서 단상에 올라 다른 멧돼지를 치받는 퍼포먼스 한 방이면 당선이 될 텐데 그게 뭐 어렵다고 절절매는지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고 리더인 내가 대표 멧돼지로 출마할 수도 없고 말입니다. 생각할수록 속에서 열불이 납니다. 등신 같은 놈들!!


*경고 : 이 글은 단지 허구에 의한 소설일 뿐 특정 사실이 아님을 엄중 고지함.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ingri 2023-01-29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수는 어찌 보낼지ㅋㅋ

꼼쥐 2023-01-30 17:33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아무래도 철수 땜시 밤잠을 설칠 듯한데...

라로 2023-01-29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등신같은 놈들!!! 아 넘 웃겨요!ㅎㅎㅎ

꼼쥐 2023-01-30 17:34   좋아요 0 | URL
주인공에 빙의되어 글을 쓰다 보니 본의 아니게 본심이 나온 듯...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파랗습니다. 몸 안에 스미는 공기도 더없이 맑고 깨끗한데 다만 코끝을 스치는 쨍한 추위가 어깨를 움츠러들게 합니다. 가뜩이나 명절 연휴 이후의 하루는 더욱 고되고 힘든 시간인데 동장군의 기세가 희미하게 남은 의욕마저 꺾어버립니다. 다 올랐다 싶은 산의 정상에서 가파른 계단을 만난 셈입니다. 삶은 이렇게 예상치 못한 의외의 현실로 인해 무너지곤 하는 법이지만 긴 시간으로 보면 이것은 다만 하나의 해프닝에 불과할 뿐일지도 모릅니다.


아들은 명절 연휴의 마지막날이었던 엊그제 새벽 친구들과 일본 여행을 떠났습니다. 대입 재수를 한 3명의 친구들을 위로하는 차원인지, 아니면 그들보다 1년 먼저 대학 생활을 경험한 선배로서의 입장인지 나로서는 알 수는 없지만 3박 4일 일정의 여행 계획을 세워 나에게 알렸을 때, 아비로서 혹은 삶을 먼저 살아 본 선배로서 거절할 명목은 딱히 없었던 듯합니다. 물론 아껴 쓴다고는 하지만 만만치 않은 여행 경비가 부담이 되었던 건 사실이지만 말입니다. 게다가 아들은 일본 여행 다음으로 제주도 여행이 잡혀 있습니다. '2023 제2회 전국 장애·非장애 대학생 창업경진대회' 참가 목적으로 2월 7일부터 2월 10일 일정의 제주도 여행이 있었던 것입니다. 같은 대학 여학생의 코딩 과제를 도와준 인연으로 함께 대회에 참가하자는 제안을 받고 얼떨결에 참가하게 된 행사인데 오프라인에서 미처 얼굴도 보지 못한 팀원들과 잘 지내게 될지 조금 걱정이 되긴 합니다. 게다가 팀원들 대부분이 여학생들인 듯한데 숫기 없는 아들이 어떻게 버텨낼지...


이번달에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생각자도 못한 도시가스요금 청구서를 받았던 일입니다. 집에서는 겨우 잠만 자고 나오는 나에게 있어 도시가스는 난방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오른 고지서를 받고 보니 그저 웃음만 나왔습니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많았던 듯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렸습니다. 1년에 월급이 2배씩 오르는 것도 아닌데 생활 물가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니 대통령 하야 투쟁이라도 해야 할 듯합니다. 지하철 요금, 도시가스 요금, 전기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은 우리와 같은 서민의 생활을 위협하는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하늘은 맑고 동장군의 기세는 매섭기만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요즘도 그런지 알 수 없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학생들을 동원하는 웅변대회가 많기도 했다. 웅변대회의 주제는 대개 정부를 찬양하거나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내용이 주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웅변 원고를 쓰는 일도 만만치 않아서 온전히 학생에게 맡기기에도 미덥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교내 웅변대회야 자체적으로 하는 행사이니 참가하는 학생들이 스스로 원고를 쓰고 자발적으로 웅변 연습을 하게 마련이지만, 군 대항 혹은 도 대항 나아가서 전국 대항일 경우에는 학교의 명예가 걸린 문제이니 선생님들도 뒷짐을 진 채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학생이 쓴 원고에 첨삭을 가하고, 방과 후에 남아서 웅변 연습을 지도하고, 다른 학교의 출전자 정보를 빼내는 등 온갖 노력을 다했었다. 학교 대표로 선발되는 학생은 주로 학업 성적과 비례하는 경향이 있었다. 성적이 좋은 학생이 선생님의 말귀도 잘 알아듣고, 주제에 맞게 원고도 잘 쓴다고 판단해서 그렇게 했을 테다.


소심하여 남 앞에 서는 걸 무척이나 꺼리고 두려워했던 나도 웅변대회라면 지겹도록 많이 참가했었다. 대개는 담임 선생님의 강요에 의한 것이었지만 그 덕분에 발표력이 조금씩 좋아졌던 걸 감안하면 소득이 아주 없었다고는 하지 못하겠다.


최근 아랍에미리트를 국빈 방문한 대통령의 연설이 야당과 일부 언론의 도마에 올랐다.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에 파병된 아크부대 장병들에게 "아랍에미리트는 바로 우리의 형제 국가"라면서 "합동훈련을 하고, 작전을 하고, 교육을 하는 이 현장은 바로 여기가 대한민국이고 우리 조국"이라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무난했다. 이어서 말하길 "형제국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며 "아랍에미리트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는 맥락에도 맞지 않는 다소 엉뚱한 말을 내뱉고 말았다. 이에 대하여 야당과 일부 언론은 '외교 참사'라는 평가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이란과 아랍에미리트는 한때 관계가 좋지 않았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관계를 완전히 복원하였고, 이를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런 면에서 '아랍에미리트의 적은 이란'이라는 대통령의 발언은 국제 정세를 모르는 무식의 발로는 맞지만 그게 만약 '아랍에미리트의 적은 이스라엘'이라고 했더라면 어쩔 뻔했는가. 전 세계적으로 난리가 나지 않았겠는가. 게다가 '아부다비 지속가능성 주간' 개막식 기조연설에서도 '원전 생태계를 빠르게 복원하고'와 같은 행사 주제와 맞지도 않고, 의미도 없는 말을 연설 전문에 끼워 넣음으로써 우리나라 대통령의 무식을 전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무식함이란 한 개인의 쪽팔림으로 끝날 수 있다. 물론 그가 대통령이라면 그 무게가 다르겠지만...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연설만 했다 하면 실수를 반복한다. 그건 아마도 자신이 모르는 내용에 대하여 다른 사람이 써준 원고로 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수를 줄이려면 공부를 해야 하고, 공부를 하기 싫으면 아는 내용만 말해야 한다. 예컨대 모든 연설에서 폭탄주 제조법이라든가 대한민국의 술문화 등에 대하여 말한다면 실수는 거의 없거나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물론 연설의 주제에 맞지 않아 코미디 같은 느낌이 약간 들긴 하지만 그래도 뭐 어떠랴. 실수를 무한반복하는 것보다 남들에게 웃음을 주는 게 더 좋지 않은가. 국익에도 그리고 듣는 이의 정신건강에도...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은하수 2023-01-17 16: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뉴스를 보셨군요^^
제 생각이랑 어쩜 이리도 일치하시는지..
매번 실수 실수 실수..
대통령이 무식하고 무능한거 죄악이지 않습니까?
남편은 아니라고... 용서가 가능하다는데 전 그말에 반대합니다
참 너그럽기도 하죠!
제발 공부 좀 합시다!

꼼쥐 2023-01-17 18:27   좋아요 1 | URL
대통령을 대신하여 변명하자면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라서 그런 듯합니다. ㅎ
사법시험에 9수를 한 것처럼 대통령 선거에서 9번쯤 떨어져 봤거나 대통령을 두 번쯤 연임했더라면 좀 잘하지 않았을까요? 그래도 늘 술만 마셨을까요? 이에 대한 대답은 잘 모르겠네요. 대통령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해서. ㅎ

singri 2023-01-17 16: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죽하면 아무것도 하지말고 관저에서 술만 먹어라 하고싶은심정입니다

꼼쥐 2023-01-17 18:28   좋아요 1 | URL
그게 국익을 위해서는 백 번 옳은 선택인 듯합니다.
해외순방만 나갔다 하면 사고를 치니...

북프리쿠키 2023-01-17 1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란이 아니고
˝이런˝으로 우기지 않을까요 ㅎㅎ

꼼쥐 2023-01-17 18:29   좋아요 1 | URL
그러면 이란이라고 최초 보도한 방송국을 먼저 찾아야 할 듯하네요. 그게 만약 TV조선이라면 어쩌죠? 정정보도를 요구할 수도 없고...

DYDADDY 2023-01-17 1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설만 코메디면 좋겠습니다. 대통령의 정치는 코메디를 넘어 흉측해진지 오래라서 차라리 연설만 코메디면 좋겠습니다.

꼼쥐 2023-01-17 18:31   좋아요 3 | URL
다른 나라 국가가 나올 때도 가슴에 경례를 하고 있고 흠을 잡으려 들면 모든 게 코미디인 듯합니다. 이건 뭐 국격을 떨어트려도 너무 떨어트리고 있으니 대통령이 아니라 북한의 X맨이 아닐까 의심스럽습니다.

잉크냄새 2023-01-18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지지리도 모자란 놈이란 생각만 드네요.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앉는 인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더니 그 머저리로 인하여 대통령의 자리가 참 우스워졌어요.

꼼쥐 2023-01-20 15:03   좋아요 0 | URL
대통령 본인도 대통령이란 자리를 우습게 생각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죠. 그렇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그런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겟죠. 해외 동포들이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는 말을 여러 번 하더군요.

기억의집 2023-01-18 0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러니 지금 미국이 상대도 안 하죠. 우리 나라 북한문제를 우리 나라만 빼고 미일만 회담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지금 기업들이 대량 구조조정해서 지금 난리라던데.. 노인분들은 자기 자식들 짤려서 좋겠어요!!!

꼼쥐 2023-01-20 15:02   좋아요 0 | URL
미국이 자국의 경제만 우선시하니까 잘나가는 기업들 대부분이 미국으로 미국으로 떠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에도 미국 말이라면 뭐 하나 반박도 하지 못한 채 끌려다니는 꼴이란 정말 가관도 아닙니다. 게다가 일본에게 우리가 빚진 게 없는데 일본이 하자는 대로 모든 걸 양보하는 걸 보면 정말 화가 납니다.
 

9. 권력의 서열과 아내 멧돼지의 질투


진흙 목욕을 즐기는 우리 멧돼지들에게 있어 날씨는 꽤나 민감한 문제입니다. 웬만하면 참고 견디는 게 일상인 우리들입니다만 춥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날씨는 멧돼지들에게도 견디기 힘든 조건이지요. 그런 날에는 가뜩이나 먹이를 구하기도 어려운데 추위를 견디기 위해서는 몇 배의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며칠 따뜻했던 날씨 덕분에 2023년 새해를 기분 좋게 시작했습니다만 어제부터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지역마다 편차가 심해서 어떤 곳은 침수가 되기도 했고, 어떤 곳은 비가 눈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날씨는 여전히 푸근합니다. 비가 그치고 다음 주에는 다시 또 추워진다고 합니다만 나는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아내 멧돼지와 함께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나기 때문입니다.


사실 나는 집에서건 밖에서건 아내 멧돼지가 무섭습니다. 이처럼 아내 멧돼지를 극도로 두려워하기 시작한 것은 무척이나 오래된 일입니다. 소심하고 겁이 많은 나의 성격과는 다르게 아내 멧돼지는 앞뒤 가리지 않는 괄괄한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그런 차이에서부터 나는 아내 멧돼지의 말을 무시할 수 없는 처지이긴 하지만 아내 멧돼지를 두려워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성격 차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뒷골목 시절 내가 저질렀던 온갖 비리를 아내 멧돼지가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꼼짝도 할 수 없는 처지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인간 세계의 속담이 멧돼지 세계에서 통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내가 털끝만 한 흠이라도 잡혀 갈라서는 날에는 나의 비리가 만천하에 밝혀지는 걸 감수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보다 두려운 것입니다. 이런 약점을 아내 멧돼지라고 모를 리 없습니다.


다른 멧돼지들은 모르는 사실입니다만 리더 멧돼지로서의 나의 권력은 한낱 허울뿐인 권력일 뿐 모든 권력은 아내 멧돼지에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멧돼지의 속성 상 다산과 개체수 조절에 별 관심이 없는 관계로 나는 한때 나와 공부도 같이 했고, 뒷골목 생활도 했던 암컷 멧돼지 한 마리를 다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 임명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일로 인해 나는 아내 멧돼지로부터 온갖 욕설과 비난을 들어야만 했고, 어떻게 하면 그 암컷 멧돼지를 자를 수 있을까 기회만 엿보고 있었는데, 마침 사직서를 제출한다기에 나는 단칼에 해임하고 말았습니다. 내가 그 암컷 멧돼지에게 특별한 애정이나 관심이 없다는 걸 아내 멧돼지에게 간접적으로 알리기 위함이었습니다. 사실 그 암컷 멧돼지는 머리도 좋고, 얼굴도 예뻐서 젊은 시절 많은 수컷 멧돼지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아내 멧돼지인지라 그냥 두고 볼 리가 없던 것입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나는 사실 세계 최강이라는 날리면 멧돼지를 두려워하기는 하지만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날리면 멧돼지보다는 일본의 기시감 멧돼지에게 더 큰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그가 하는 정책이라면 뭐든 강력하게 지지하고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와 같은 의사는 아내 멧돼지와 나의 선대 멧돼지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나의 선대 멧돼지뿐만 아니라 나의 똘마니 멧돼지들의 조상들 역시 과거 일본 멧돼지들이 우리나라를 지배했던 식민지 시절 당시 많은 보살핌과 지원을 받았으므로 그 은혜에 보답하는 게 멧돼지의 도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 우리나라의 많은 멧돼지들이 죽고 강제 노동에 끌려갔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일본의 기시감 멧돼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나의 생각에 반하는 야당의 멧돼지들이나 일반 멧돼지들의 저항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강력하게 막으라고 지시했습니다. 그것이 어쩌면 내가 알던 암컷 멧돼지를 부위원장직에 임명했던 나의 실수를 만회하고 아내 멧돼지로부터 신뢰와 애정을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경고 : 이 글은 단지 허구에 의한 소설일 뿐 특정 사실이 아님을 엄중 고지함.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잉크냄새 2023-01-15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이 5년 동안 연재 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꼼쥐 2023-01-15 14:29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물론 그 전제는 대한민국의 존립이 위태로운 지경에 처하지 않는 것이 되겠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