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가 긴 슬픔이 가슴을 헤집어놓고 사라질 때가 더러 있습니다. 인간이란 본디 기쁨보다는 슬픔에 더 익숙한 까닭에 슬픔이 찾아올 때면 오히려 따뜻하고 안온한 느낌이 들게 마련입니다. 이를테면 아주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슬픔이 지나간 뒤의 후유증은 만만치 않은 것이어서 온몸에 힘이 빠지고 만사에 의욕이 사라지곤 합니다. 한번 그렇게 떨어진 의욕이 다시 보통 사람의 그것으로 회복하는 데는 꽤나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가슴을 열고 슬픔이 무시로 드나들 수 없도록 가슴을 꽁꽁 걸어 잠그는 게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어디 현관문을 잠그듯 필요할 때마다 그렇게 잠가 놓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문지기를 세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지요.
오늘 아침은 생각보다 춥지 않았습니다. 나는 탁하고 텁텁한 미세먼지의 온기에 기대어 비교적 수월한 산행을 했습니다. 어제 내렸던 비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워낙 적은 양의 비가 내렸던 탓일 테지요. 다만 어제 불던 바람은 잦아들어 어둠에 싸인 숲은 그저 고요했습니다. 나는 사실 요 며칠 뉴스를 뒤덮었던 내란 재판 변호사들의 난동과 대한민국의 종교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난동을 부렸던 변호사들 역시 종교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믿는 개신교는 자신들의 돈에 대한 탐욕을 교묘한 언어로 숨겨왔습니다. 자유민주주의라거나 자유시장경제 등의 언어를 교묘하게 섞어 사용함으로써 자신들의 돈과 권력에 대한 탐욕을 그와 같은 언어 뒤에 숨겨왔습니다. 사리사욕을 위해 전두환과 같은 살인자에게 '각하'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목사도 있고, 피고인 김건희와 함께 사찰을 방문하여 절을 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 종교는 뒷전이고 오직 자신의 권력과 돈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아니할 수 없습니다. 사실 나는 대한민국 개신교의 발전사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다만 그들이 자신의 종교를 단순히 돈과 권력을 획득하는 용도로 사용해 왔다는 데 화가 날 뿐입니다. '그게 어제오늘의 일도 아닌데 왜 갑자기?'라고 반문하실 분도 있겠습니다만, 윤석열 정권을 지나오면서 그들의 행태는 선량한 국민들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난동을 부렸던 변호사는 "일본 제국주의가, 그렇기 때문에 일본이 선진국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진관이 같은 놈을 데리고 있으니까 우리가 선진국이 못 되는 거죠. 저 같잖은 놈이, 안경 쓴 키 작은 남자라고 써 놓고서 자기 얘기인지도 모르고. 얼마나 어리석은 인간입니까?"라는 말 속에는 자신을 감치한 판사를 조롱하는 것과 더불어 그의 뇌리에 뿌리 깊이 박힌 일제에 대한 찬양과 동경의, 얼룩진 역사 인식이 존재합니다. 말하자면 그는 폴란드를 침공했던 독일 나치에 대해 오직 자신의 돈과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대중이 용납할 수 없는 언어로 나치를 찬양하는 폴란드 유태인과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대한민국의 반역자인 동시에 인류 보편적 인권에 반하는 언어를 내뱉은 자입니다. 이와 같은 행위는 국가인권위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들 역시 종교를 방패막이 삼아 장애인이나 동성애자와 같은 소수자를 차별하고 혐오하며 증오를 부추깁니다.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해야 할 그들이 앞장서서 인권을 파괴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행태는 박근혜 정권을 넘어서면서 일부 불교 종파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말하자면 종교의 가면을 쓰고 자신들의 돈과 권력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모습입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돈에 눈이 먼 그들이 대중에게 돈을 받고 면죄부를 팔 날도 그리 멀지 않은 듯합니다.
종교를 방패로 삼는 이들의 특징 중 하나는 그들의 언어가 주로 욕설과 저주의 언어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진실한 종교인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입니다. 혐오와 차별, 그리고 증오의 언어로 어찌 신의 사랑이나 자비를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결국 그들은 사이비 종교인일 뿐입니다. 나는 비록 세례를 받은 천주교인이지만 그들처럼 인간에 대한 증오의 말을 쏟아낸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신실한 종교인으로 살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우리는 서로 종교가 다를지라도 인류애라는 보편적 가치는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라면 언제든 조국과 민족을 배신할 수 있고, 같은 민족을 향해 저주의 말을 쏟아내는 그런 비열한 인간은 되지 말았으면 합니다. 적어도 종교를 믿는 사람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