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사노요코의 하느님도 부처님도 없다, 라는 작품이 있다면 혹시 빌려줄 수 있느냐는 댓글이 달렸다. 그 댓글을 읽고, 저 작품이 꽤 오래 전(2007년작) 작품이라 일단 집에 있는지 찾아보았지만, 집책장에는 없었다. 창고에 책들을 박스에 넣고 보관에 둔 게 있었지만 창고까지는 엄두가 나지 않아, 그 분께 혹시 나중에라도 찾게 되면 빌려드리겠다고 했다.
지금은 예전처럼 절판된 책을 어렵사리 구해 읽지 않지만, 한 때 나는 저분처럼 절판된 책을 구해 읽고 싶어 몇날 며칠을 절판도서를 찾고자 하는 열망에 들뜬 적이 있었다.
물론 하느님도 부처님도 없다, 란 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알라딘도 외치지 않나, 책의 우주점에 이 세상에 없는 책은 없다라고 말이다. 문제는 중고책 가격이 오만원에서 십만원 넘게 책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 분은 무려 십칠만원대!!!
그래서 갑자기 떠오른 책이 내가 한때 읽고 싶어 열에 들떠 구하려고 노력했던 다카무라 가오루의 마크스의 산과 석양에 빛나는 감이었다
아마 우리 나라 최고의 쟝르문학 리뷰어인 물만두님의 리뷰를 읽고 저 전설의 책들을 구해서 읽어 보고 싶었었을 것이다. 무척이나 읽고 싶어 어떻게 구했는지 지금은 기억 나지 않지만, 마크스의 산,을 구해서 읽었다.
하지만 조시(석양에 빛나는 감)은 도저히 구할 수가 없었다. 두 작품 모두 구십년대 중반에 출간된 책들이라, 2000년대 중후반에는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였다. 여튼 마크스의 산을 어렵게 구했는데, 그 책을 양도한 분이 딱 출간 당시의 금액만 받으셨다.
몇만원 훌쩍 넘기며 흥정할 줄 알았는데, 출간 당시의 금액을 지불하고 감사히 마크스의 산을 읽었다. 읽고 나서 전설적인 작품이 될만 하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지게 썼다. 구해 읽길 잘했다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어느 분이 나처럼 마크스의 산을 애타게 구하시길래, 나도 똑같이 출간 당시의 금액 그대로 인천에 사시는 분께 넘겼다. 마크스의 산을 애타게 찾던 분 또한 어느 정도의 높은 가격대를 예상했다가 출간 금액 그대로 불렀을 때 좀 놀라셨던 것 같다. 고맙다고 했던 것 같다.
끝내 석양에 빛나는 감,은 구하지 못했지만, 마크스의 산을 읽고 난 후 몇년 후에 운 좋게도 손안의 책출판사에서 마크스의 산과 동시에 조시(석양에 빛나는 감)가 출간 되서 읽었는데, 나는 솔직히 조시, 읽는 동안 형사가 맘에 안 들어 읽는 내내 짜증이 났었다(사실 이걸 기억할 정도면 엄청 불쾌하게 읽었다는 반증!).
우씨, 이런 재수 없는 형사가 나오는 책을 내가 애타게 구하려 했다니 뭐야 이거 짜증나….. 가 조시의 한줄평 독후감이었다.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느냐하면, 사노 요코의 하느님도 부처님도 없다도 조시의 경우와 같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도 부처님도 없다, 가 딱히 기억에 남지도 그렇다고 애정해 마지않는 에세이도 아닌 거 보면, 인상적인 에세이는 아니였던 것 같다. 읽고 실망할 수 도 있다.
차라리 100만번 산 고양이, 가 전율을 느꼈던 작품이었고 저 그림책으로 인해 한 때나마 사노 요코의 에세이를 다 읽으려고 했으니깐 말이다. 물론 책에 대한 평가는 각자의 몫이긴 하지만, 헌책 가격이 십칠만원대의 명품책인지는 나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하느님도 부처님도 없다,를 읽고 싶어하는 애타는 마음은 안다. 나도 한 때 그랬으니깐, 읽고 싶은 책을 구하고 싶어하는 그 마음의 여정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익명님이 그 책을 꼭 구하시길 바란다.
덧 : 혹시 사노 요코의 하느님도 부처님도 없다,가지고 계신
분 있으시면, 빌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