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리언2가 80년대 개봉했을 때에는 잘 몰랐는데,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에 대한민국이 비디오 대여로 젊은 세대들을 영화광으로 만들었던 그 때쯤이었다.
에이리언2 비디오를 보고, 재미도 재미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감독이 여전사를 만들어냈다는 것에 신선한 충격을 받었다. 리들리 스콧의 에이리언 1을 보지 않은 상태였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여성의 역활은 사랑스러운, 귀여운, 보호해주어야하는 여리여리한 대상이었다.
시고니 위버처럼 한 손에는 아이를, 다른 한 손에는 큰총(라이플총??)을 든, 기존에 남자가 했던 역활을 여자가 그대로 미러링(이땐 이 단어도 모름)해서 이끌어 갔다는 점이 너무나 신선한 충격이어서 감독이 무슨 생각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을까 궁금했다.
남성의 역활을 여성에게 줌으로써, 단순히 영화의 히트를 위한 화제성 성역활 전복인가? 아니면 카메론 감독 자체가
여성지향적인가? 아니면 기존 영화에 대한 도전인가?
80년대 어드벤처나 sf 영화 속 여성은 남성의 보조역활에 지나지 않었다. 70,80년대 흥행의 최고점을 찍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인디애나 존스나 조지 루카스의 스타 워즈도 여성이 전면에 나오지 않는다. 주인공의 사랑스런 존재고 보호해야할 대상이지, 땀과 먼지로 뒤범벅이 된 체, 적과 싸워야하는 능동적인 역활은 아니였던 것이다.
아니 이렇게 생각해 보자. 80년대의 헐리웃에서 여배우는 이쁘고 매력적인 멋진 역활만 맡는 것이 최고의 이력이지. 침범벅에 바퀴벌레같이 생긴 괴물과 싸우는 건 남자 배우의 역활일뿐 여자배우의 역활이 아니라고 말이다. 이런 생각이 대세고 여전사란 단어는 그들 세계에서는 낯선 단어일뿐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터미네이터의 흥행에 자신감이 붙은 카메론 감독이 sf 이야기를 만들면서, 왜 남자만 괴물과 싸워야할까?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었던, 괴물과 싸우는 여전사를 한번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남여라는 이분법적인 세계에서 탈피해서 남여를 동일 선상에 놓고 같은 권력, 같은 힘, 같은
전투력의 세계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해서 에이리언2의 리플리가 탄생했을지 모르겠다.
카메론 감독은 기존의 세계관을 부수고 여전사가 탄생할 수 있는 다른 가능성의 세계를 만들어보고자 했다. 지금의 밀레니얼 세대들은 다른 세계관의 제시가 뭐가 그렇게 중요해? 라고 생각하겠지만, 기존의 세계에서 다른 가능성의 세계를 만들어 보여준다는 도전은 반발의 저항도 크기 때문에, 쉬운 결정은 아니였을 것이다.
기존의 영화들과는 다른 이미지의 여성, 무장한 체 괴물과 싸워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최초의 영화였으며, 카메론 감독은 그 후 터미네이터2에서 근육질의 사라 코너를 만들어냄으로 여성이 남자의 보조적이거나 종속적인 관계가 아닌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이런 이미지을 만들어냈다는 건 감독의 영화적 아이디어로 치부할 게 아닌 그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이미지을 계속해서 전 세계인들이 소비하고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둬야할 것이다.
영화사에서 카메론이 만들어낸 에이리언 2와 터미네이터2에서 보여준 여성의 모습과 역활이 사회 역사적으로 분명 영향을 끼쳤고 더 강인한 여성으로의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고 생각한다.
(다락방님 페이퍼 읽고 영감받아 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