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했다가 죽이겠다고 했다가 - 양을 치며 배운 인간, 동물, 자연에 관한 경이로운 이야기
악셀 린덴 지음, 김정아 옮김 / 심플라이프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날 문학가는 양치기가 되었습니다. [사랑한다고 했다가, 죽이겠다고 했다가]



스톡홀름에서 문학 강사였던 그에게 갑작스런 소식이 전해졌다. 양을 기르셨던 아버지가 은퇴 선언을 하시면서 양과 목장을 물려받으라는 것이다. 일본 드라마를 보면 좋은 직장을 다니다가도 가업을 이어야 한다며 시골로 귀향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볼 수 있었는데, 유럽의 한 복판에서도 이런 일이 있다니 신기했다. 아버지의 뜬금없는 은퇴 소식으로 목장을 물려받은 저자가 3년 동안 쓴 양치기의 일기라는 소개에 흥미로웠다. 분명 양치기의 고단함이나 불평불만이 많겠지. 혹은 양치기의 전원생활의 즐거움과 찬사만 있을 것이 뻔 하겠지. 하지만 일기는 자극적인 내용이 전혀 없다. 그저 어느덧 양치기가 된 그의 하루의 기록이 전부이다. 처음부터 양치기였던 것처럼 때론 능숙하게 때론 서툴게 양과 함께하고 있었다.



문학 강사였던 그에게 목동의 하루가 단순하지는 않다. 살이 빠지는 양들을 체크해서 살을 찌개 해야 하고, 무리를 이탈하는 양들을 관리해야 한다. 두 마리의 양을 낳은 어미양은 단 한 마리만 선택하기 때문에 나머지 양을 관리해서 키워야 하고, 다시 어미에게 보내야 한다. 어미 양에게 돌아간 새끼 양이 무리 속에 잘 적응을 할 것인지 지켜보며 가슴을 졸이는 일도 그에게 중요한 일중의 하나였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키웠던 양들을 도축을 하기도 했다. 그와 같이 함께 했던 양을 도축하는 일에 그도 갈등이 있었지만 한 사건으로 인해 없어진 것 같다. 유독 그를 괴롭혔던 한 마리의 숫양은 늘 골치였지만 결국 그 양을 도축하면서 수컷 양과 그의 싸움은 종지부를 찍었다.



“진화의 법칙이든, 양 떼의 신이든, 우연이든, 마치 초자연적인 무언가가 이렇게 되도록 정해 놓은 것만 같다. 우리가 숫양을 죽일 수 있는 건 숫양이 이렇게 구제 불능 상태에 빠져 주는 덕분이다. 사람이 양을 죽이지 못한다면, 애초에 기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78쪽



이 책의 제목에도 나오는 “사랑한다고 했다가, 죽이겠다고 했다가”도 이런 부분이 있다. 한 양치기는 자신이 키웠던 양을 도축한다는 것에 마음이 아팠고 갈등을 일으키며 꼭 도축을 해야 하느냐고, 사랑스러운 것들이라고 했다가 어느 날은 도축하기에 좋은 칼을 발견했다며 주문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양 말고 다른 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다. 예컨대 개를 키우는 사람은 개 한 마리 한 마리에게 애착을 느끼는 것 같은데 양을 키우는 나는 그렇지 않다. 양을 키우는 생활 전체에 애착을 느낄 뿐이다.” 91쪽



양을 키우는데 문제가 생기면 양치기들은 그 문제의 양을 도축하자고 하지만 그는 자신이 관리하는 양을 어찌되었던 조금 더 푸른 들판에 머물기를 원했던 것 같다. 울타리를 넘어 자신의 목장으로 찾아온 양에게도 문제가 있어 도축하자며 그 품번을 얘기 했던 순간에도 그는 양에게 속삭였다. “이렇게 시간을 끌자”



양들이 탈출하고 그 탈출을 막기 위해 애쓰는 과정은 성가심이라고 하지만, 그 성가심이 그와 양을 이어주고 있으며 그것은 그의 생활 전반에 나누어져 있다. 그래서 어쩌면 그의 일기에는 고단한 양치기의 불평이 많이 없는 것일까. 양치기의 삶을 사랑하는 것도 그렇다고 싫어하는 것도 아닌 양과 이어진 양치기의 삶을 누리며 살았나보다. 자신이 도축한 양을 다음날 저녁으로 먹었던 그의 모순된 삶에 염증을 느낀 그는 더 이상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가 되기도 했다. 그와 양이 연결되어 있는 생활 속의 양치기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침에 눈을 떠 양들에게 풀을 주고 탈출한 양을 찾고, 하루 종일 자신의 얼굴을 보았어도 낯선 사람취급을 하는 양들과의 3년이 그에겐 어떤 의미로 남았을지 궁금하다.

내게도 때론 이런 일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아무렇지 않게 훌쩍 모든 것을 놓고 갈 수 있을지 궁금하기만 하다. 간다면 우리 루키는 전원생활을 즐거워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몇 년 전 곤도 마리에의 정리 관련 책을 읽으면서 집안의 물건들을 많이 줄이며 버렸다. 물론 다시 조금 늘어났지만. 하지만 절대 줄일 수 없는 것은 오로지 책이었다. 절대 책만은 줄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몇 번의 이사를 했다. 

이삿짐 아저씨들이 대체 뭘 하는 사람이냐고 물어 볼 때도 웃으면서 죄송하다고 했는데, 그 어렵게 여겼던 책을 일주일에 한번씩 50권씩 추려서 버리고 팔고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모았던 고전문학은 이제 색이 다 바라고 낡아서 더 이상 집에 있을 수가 없어 정리하여 버리는 것을 시작으로 출판사에서 받은 증정 책들을 모두 버렸다. 증정 책들은 모두 신간이라서 주변에서 읽겠다고 하는 지인들에게 넘겼고, 중고로 팔리지 않는 책들도 지인들에게 안기거나 그마저도 가져가지 않는 책들은 모두 버렸다.



하지만 너무 많은 책들이 있어서 좀처럼 책장에 책이 줄어들었다는 흔적이 안 보인다. 이중으로 쌓여진 책들을 골라서 버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수고로운 일을 서너 달 동안 계속 하기로 했다. 이렇게 책을 버리겠다고 생각이 든 이유는 오로지 “루키” 때문이다.



그간 캣타워 없이 이곳저곳 올라 다니며 잘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잠을 자다 아침에 눈을 뜨니 루키가 안방 문 위에 올라가서 나를 보고 있는 것이다. 화장대에서 점프해서 올라가 앉아 있는 녀석을 보면서 캣타워 사야할 시기가 늦었음을 반성 했다. 좀 더 일찍 사줬어야 했던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집에 있는 짐을 줄여야 했다. 책장의 책들을 줄이고 루키가 올라 다닐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요즘 분주하다. 이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세상에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것도 버릴 수 있는걸 보면 세상에 ‘절대’라는 것은 없는 것 같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얄라알라 2019-02-25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중으로 쌓여진 책....저도 3월오기 전에 정리한다고만 하고 끌어안고 삽니다....계기가 분명하셔서 행동에 옮기셨군요^^

꽃핑키 2019-02-25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길 어떻게 올라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심지어 저렇게 우아하고 예쁘게 ㅋㅋ 자리 딱 잡고 말이지요 ㅋㅋㅋ
루키 정말 미모롭네요 ㅠㅠ 실제로 보고싶땅 ㅠㅠㅠ

오후즈음 2019-03-02 23:10   좋아요 0 | URL
간혹 더럽지만 나름 미모 포텐 터지심 ㅋㅋ
 
엔도 슈사쿠의 동물기
엔도 슈사쿠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음을 함께 나누는 일 [엔도 슈사쿠의 동물기]




엔도 슈사쿠가의 글을 읽으면서 다정하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는데, 에세이는 역시 그의 다른 면을 볼 수 있다. 그가 키웠던 혹은 스쳐갔던 동물들 식물들의 얘기에 내게도 왔다 갔던 아이들이 생각이 났다. 그의 시바견의 얘기는 흐뭇하게 읽다가 화들짝 놀랐다가 슬펐다. 어엿한 부인도 있었던 녀석은 동네 떠돌이 개와 돌아다니다가 성병까지 걸리고 말았다. 사실 그도 개에게도 성병이 있다는 것에 놀랐겠지만, 나 또한 놀랐다. 개에게도 성병이라는 것이 있구나. 교미할 시기가 되면 아무에게나 들이댄다고 생각했던 개들의 행동에도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은 그들에게도 이상형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이상형이어야만 교미가 가능하다. 그들에게도 선택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인간은 참 개보다 못한 것들인가.



그를 사색에 잠들게 했던 시바견의 아내인 흰둥이가 세상을 떠날 때의 모습은 동물과의 이별을 해본 사람은 분명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떠나는 것들에 대한 안쓰러움과 서글픔이 울렁거렸다.



“세상에는 개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거꾸로 나처럼 동물을 좋아하는 남자는 개나 새에게 얼마나 위로를 받는지……. 아마 내가 언젠가 죽을 때면 수일 전부터 인생에서 다양한 사람과의 일을 음미할 텐데, 흰둥이의 가정했던 눈동자도 선명하게 떠오르리라. 우유 가게에서 받은 눈곱투성이의 잡종 강아지. 그 흰둥이와 함께 살아 참 좋았다고, 나이 든 지금 마음속 깊이 느낀다.” 66쪽




십여 년을 넘게 정들었던 흰둥이의 무덤은 그의 목련 나무 밑이었다. 하얀 흰둥이와 목련꽃이라니. 그가 처음 이별이라는 것을 맛보았던 검둥이와의 이별 때문이었는지 늘 모든 생물이 세상을 다하는 날까지 그들을 지켜줬다. 나를 스쳤던 그들에게 나는 얼마나 책임감 있게 대해줬었는지 떠 올렸다. 유기견이었던 시츄 리치가 홍역에 걸려 세상을 떠날 때 우리 가족은 리치를 보내고 나서 알았다. 리치가 그냥 버려진 것이 아니라 병에 걸려 버려졌었다는 것을. 우리와 한 달 정도 밖에 살다가지 못했지만 그 시간이 리치에겐 행복했던 순간이 잠시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고양이 사진을 찍는 작가가 올린 인스타 사진 한 장에 얼마 전에 길을 가다가 펑펑 울었었다. 아홉 살 난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할머니는 가족이 없다고 했다. 서로 의지하며 사셨을 할머니도 늘 키우던 고양이 ‘찐이’의 남은 날들을 걱정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찐이보다 할머니의 건강이 더 안 좋아지셨고 결국엔 요양원으로 가셨다. 혼자 남겨진 찐이를 걱정하셨던 할머니와 달리 찐이는 임시보호처로 이동했다. 할머니가 입으셨던 꽃이 화려한 조끼를 덮고 잠이 든 찐이 사진을 보고 둘의 이별에 목이 아팠다.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살았을 날들이 떠올라 목이 아팠고 나도 언젠가 이런 이별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더 서글퍼졌다. 언젠가는 하게 될 그 이별을 위해 더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rhamemu037님의 인스타 사진 



그는 다시 태어난다면 사슴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일본 간사이 지방에 있는 도시 ‘나라’ 어디쯤엔가 뛰어 놀고 있을 사슴이 자기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언젠가 나라에 가서 사슴을 만나게 된다면 더 다정하게 인사 하리라. 나는 다음 생이 있다면 아무것으로도 태어나고 싶지 않다. 그 어떤 것과도 이별하고 싶지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적당한 거리를 두세요 - 내 사람, 내 인생을 지키는 관계 맺기의 기술
유카와 히사코 지음, 김윤경 옮김 / 심플라이프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때론 멀리서 보아야 아름다운 것들 [적당한 거리를 두세요 -유카와 히사코]



자세히 보아야 아름다운 것들도 있겠지만, 멀리서 보아야 아름다운 것들도 있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처럼 보이는 일들이 많을 때도 있다. 특히 인간관계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 서로가 다치지 않는데 그 거리를 좁히면 더 친근해지거나 너무 많이 알아버려 호감도가 더 떨어질 때도 있다. 그 적당한 거리를 유지 한다는 것이 제일 힘든 일인것 같다.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평범함이 가장 어렵다는 것을 알아 가면 어느덧 세상 밖으로 나가 관조의 세계에 있는 것 같다.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인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그들의 내담자들과 얘기를 하며 그간 느낀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혼을 하기 위해 찾아 왔고 그들의 대부분은 배우자들과의 관계에서 받았던 상처들에 대해 호소했고 그것들은 대부분 적당한 관계를 유지 하지 못해 만들어 낸 오해가 많았다. 누군가를 좋아했던 장점이 싫어하는 단점으로 변하는 과정은 때론 거리 유지의 완급 조절의 실패에서 오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결혼을 결심했던 사유가 이혼의 사유로 남는 것도 그런 이유 일 것이다. 그 거리의 적당성은 어떤 것일까?



저자는 타인에게 의지하며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멀어져야 한다고 얘기 한다. 사람과 사람의 잇는 것은 마음이라는 것을 가슴에 담고 그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배려와 예의가 있어야 하고, 특히 옳은 말을 할 때는 꼭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옳은 말은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혼자 자립하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나 스스로 혼자 할 수 없는 일은 남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것도 자립의 조건에 들어간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줄어 들것이고, 없는 부분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현명함도 두어야 하고, 그 도움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하며, 고마움을 표현해야 한다. 혹시 나도 누군가 나에게 줬던 호의와 고마움을 너무 쉽게 받아들이고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나 고민이 되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내게 가장 큰 울림을 줬던 부분은 관계의 정리를 하는 모습의 한 단면이었다. 어린 시절 나는 관계가 힘들어지거나 불편해지면 더 이상의 관계를 유지하지 않았다. 언쟁이 있어 풀리지 않으면 더 이상 만나지 않고 관계를 끊는 것으로 해결을 했었다. 그랬더니 어느날 주변을 돌아보니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관계 속에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그동안 내가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헤어지는 방법이 지금의 주변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많이 힘들었던 후회의 날들이 있기도 했다.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일단 가슴 한구석에 잠재워 두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수단으로서 화해를 선택하면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화해를 종용받으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이에 응하는 것 역시 자신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좋은 방법이다. 그러면 인생을 인식하는 관점이 달라진다.

마음속에 얽힌 매듭을 자꾸 잡아당기기만 하면 결국 끊어 버릴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 상황에 빠지지 말고 뒤엉켜 있는 실을 한쪽 끝부터 살살 풀어 보자. 이런 ‘화해’를 발판으로 삼아 해결로 나아갈 때 마침내 행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99쪽



저자의 소소한 얘기들이 때론 지나온 날들을 떠오르게 해서 울컥 할 때가 있었다. 지나온 관계의 허전함을 나의 오해와 소극적인 태도로 더 이상 발전 되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지난 일들의 과오를 다시 상기 시키니 그동안 나는 또 어떤 삶을 살아 온 것인가 자책을 하게 됐지만 그런 자책에 거리를 두고자 한다. 그래야 새롭게 시작 할 수 있을것 같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9-01-28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랑 안 맞는 사람은 ‘나랑 안 맞는 책’과 같아요. 더 이상 읽고 싶지 않은 책을 끝가지 읽을 필요 없이 덮으면 되는 것처럼 나랑 안 맞는 사람은 거리를 둡니다. 이제는 단순하게 살아가려고 해요.. ^^
 
퇴근길 클래식 수업 - 알아두면 쓸모 있는 최소한의 클래식 이야기
나웅준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퇴근길의 아늑함 [퇴근길 클래식 수업]



아이팟에 꽉 채운 음악을 들으며 출 퇴근했던 때와는 다르게 스마트 폰 하나면 어떤 장르도 다 찾아 들을 수 있는 요즘은 더 많은 장르 선택을 할 수 있어 편리해졌다. 그런 선택 중에 클래식은 얼마나 될까? QR코드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이 책은, 독서와 음악의 앙상블을 적절하게 잘 맞춰 놓았다. 트럼펫 연주자로 현직에 있는 저자의 생생한 음악 선택은 즐겁다.



소통과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즘의 시대에 클래식이야 말로 가장 잘 짜인 음악이라는 저자의 말에, 그 원리를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클래식의 교향곡의 음악회 프로그램은 신제품 발표회와 닮았다고 한다.


음악회 프로그램의 시작은 서곡에서 협주곡, 쉬는 시간 교향곡으로 끝이 나는데, 신제품 발표회도 사전행사, 유명한 초청, 티타임을 거쳐 제품 발표까지 그 구성이 같다. 작곡가들은 자신의 교향곡 발표를 위해 음악회를 선택하고 그 구성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클래식은 나와는 거리 있는 장르라고 하지만 주변에서 수 없이 듣고 있는 것도 클래식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시작이라고 하는 결혼식도 결혼 행진곡으로 시작하지 않던가.



독일에서 오페라 가수를 하고 있는 후배의 남편에서 오페라 내용을 많이 들었는데, 그중 칸타타의 내용이 정말 재미있었다. 책속에서 소개한 바흐의 칸타타 내용은 나의 라히프치히의 여행이 더 극적으로 다가 왔다. 바흐가 막내딸이 커피를 너무 좋아해서 그 비싼 커피로 가산을 탕진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었다는 ‘칸타타’. 그 히스토리를 알면 더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내용 소개들은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었다고 할까.

하지만 책을 통해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고전과 낭만파를 지나면서 작곡가들의 현실의 삶을 알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한 시대를 그의 음악으로 물들게 했었던 작곡가 이영훈의 투병기와 죽음의 다큐멘터리를 본적이 있었다. 지금은 지적 저작권이라는 것이 있어서 음악을 틀기만 해도 저작권을 받을 수 있는 시대다. 그 저작권으로 수십억을 벌고 있는 유명 작곡, 작사가들도 있지만 80, 90년대의 시대는 그렇지 못했다. 이문세를 유명 가수로 올려놓은 것은 이영훈이라는 음악가였지만 그는 지금처럼 저작권을 받을 수 있었던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정작 그는 돈을 많이 받지 못했고, 마지막 병원비가 없어 힘들었다고 했다. 이것은 고전시대의 음악을 했던 작곡가들도 마찬가지였다. 후원가들을 통해 수입을 얻었던 그들은 집과 작곡료까지 받으며 살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수많은 이들은 어렵게 살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그들도 누군가의 아들이고, 아버지였던 평범한 인간이었으며 가장으로 살아가야 하는 고단한 일상에 놓여 있었다. 그런 그들의 애환을 떠 올리며 듣는 음악은 또 다른 감정을 불어 넣는다.



“클래식은 아직 성장 중이다. 낭만주의 시대 이후로 신고전주의를 표방한 음악들이 나오고 있지만 반대로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현대음악들도 함께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다시 신낭만주의를 표방한 음악들 역시 만들어지고 있다.” 165쪽



이별을 하거나 사랑을 하면 떠 올리는 음악이 있듯이 클래식에도 그런 곡들이 있다. 저자가 적절하게 소개된 곡들은 QR코드로 바로 들을 수 있다.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 할 때 들어 볼 것을 권했던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3악장>을 들으며 새해를 맞았다. 삶이 무척이나 풍부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새해 들어 가장 즐거웠던 읽기의 시작, 1년의 시작이 좋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9-01-02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