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곤도 마리에의 정리 관련 책을 읽으면서 집안의 물건들을 많이 줄이며 버렸다. 물론 다시 조금 늘어났지만. 하지만 절대 줄일 수 없는 것은 오로지 책이었다. 절대 책만은 줄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몇 번의 이사를 했다.
이삿짐 아저씨들이 대체 뭘 하는 사람이냐고 물어 볼 때도 웃으면서 죄송하다고 했는데, 그 어렵게 여겼던 책을 일주일에 한번씩 50권씩 추려서 버리고 팔고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모았던 고전문학은 이제 색이 다 바라고 낡아서 더 이상 집에 있을 수가 없어 정리하여 버리는 것을 시작으로 출판사에서 받은 증정 책들을 모두 버렸다. 증정 책들은 모두 신간이라서 주변에서 읽겠다고 하는 지인들에게 넘겼고, 중고로 팔리지 않는 책들도 지인들에게 안기거나 그마저도 가져가지 않는 책들은 모두 버렸다.
하지만 너무 많은 책들이 있어서 좀처럼 책장에 책이 줄어들었다는 흔적이 안 보인다. 이중으로 쌓여진 책들을 골라서 버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수고로운 일을 서너 달 동안 계속 하기로 했다. 이렇게 책을 버리겠다고 생각이 든 이유는 오로지 “루키” 때문이다.
그간 캣타워 없이 이곳저곳 올라 다니며 잘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잠을 자다 아침에 눈을 뜨니 루키가 안방 문 위에 올라가서 나를 보고 있는 것이다. 화장대에서 점프해서 올라가 앉아 있는 녀석을 보면서 캣타워 사야할 시기가 늦었음을 반성 했다. 좀 더 일찍 사줬어야 했던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집에 있는 짐을 줄여야 했다. 책장의 책들을 줄이고 루키가 올라 다닐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요즘 분주하다. 이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세상에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것도 버릴 수 있는걸 보면 세상에 ‘절대’라는 것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