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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밀리지 않고 진짜 인생을 살고 싶다 - 삶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끝까지 지켜야 할 인생 키워드 35가지
가와기타 요시노리 지음, 이정환 옮김 / 예담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전혀 다른 부분으로 이직을 한번 했었던 그때 가장 걸렸던 부분이 나이었다. 이 나이에 그냥 있었던 자리에서 조금만 더 참으면서 살면 될 것을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직을 했을까. 첫 출근을 하고 다음날 아침까지 이런 생각이 많았었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려고 해도 나는 좀처럼 쉽게 있었던 자리의 소중함만 생각할 뿐 그 순간의 자리가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그런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같이 시작한 그 자리에 있었던 동기들이 나보다 10살이나 어린 동생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조금 창피한 생각도 들었기 때문에 지난 직장에서의 지위와 경력이 아쉽기만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이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고 결정했었던 이직이 지금은 참 소중한 나의 자신이고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나이에 밀리지 않고 진짜 인생을 살고 싶다]는 이 책은 나와 같은 늦은 나이에 이직을 하려는 사람을 위해 마음을 다독이는 그런 책은 아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포기해야 하는 것과 꼭 지켜야 하는 것들을 알려주는 지침서 같은 책이라고 보면 된다.
1935년생의 나이 지긋한 남성분이 쓰신 책이기 때문에 사실 여자가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좀 많다는 것과 무엇보다 남성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단어들을 나열하면서 이것은 지켜야 해, 이것은 버려도 괜찮다고 말하는 부분은 어느 정도 가감해서 들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사실 나는 이분이 쓴 책 내용을 읽으면서 깜짝 놀란 것이 세대차이다. 아마도 나는 아직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을 인생을 살아보니 참 중요한 것이라고 느끼시는걸 보면 내가 철이 덜든 어른인지도 모르겠다.
첫 번째 후회 없는 인생을 위해 기억해야 할 9가지를 볼 수 있다. 이것에 관련한 단어들은 과거, 여유, 자존심, 대인관계, 돈에 대한 집착, 증오, 습관, 욕망, 호기심과 같은 단어들이다. 그간 읽었던 무수한 자기 계발서들과 조금 차이가 있는 단어들에 혹해서 읽었던 것들도 있다.
과거의 대한 부분들에 대해서 역시 인생의 고수는 좀 다른 것인가. 나는 유독 과거의 일들을 너무 잘 기억하며 산다. 시간이 지날수록 옛날 기억들은 점점 더 또렷해지고 잊지 않는 일들이 되어서 괴로울 때가 많다. 살아가면서 잊는데 고수가 되어야 한다는 문장에 가슴이 턱 막혔다. 나는 너무 많은 기억을 하며 살고 있다. 지난날의 그 어떤 상처를 지우지 못하기 때문에 어쩌면 나는 미래로 나아가는 일이 절름발이인 것이다.
“돌아보지 마라, 돌아보지 마라, 뒤에는 꿈이 없다.” P20
어느 날 선배를 만났더니 그 선배가 그날 있었던 자리의 음식을 계속 사셨다. 나중엔 우리가 돈을 각출해서 내겠다고 했더니 마지못해 이번은 너희가 사라고 하셨다. 책을 읽으셨는데 그 책에 나이를 먹을수록 지갑은 열고 입은 닫으라고 했다는 말에 충격정도는 아니고 나름 반성을 하셨다고 하셨다. 사실 그 얘기에 나도 어느 정도 공감을 하지만 주머니 사정에 맞게 열어주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인데 가끔은 그것을 악용하여 무조건 얻어먹으려는 후배들을 만날 때 가장 괴롭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도 이런 문장을 알려줘야 하는 것일까.
여유의 부분에서 지잡이 든든해야 여유도 생긴다는 말에 절대적 공감을 한다. 내가 좀 여유가 있어야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 남을 챙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여러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인생일 수도 있겠지만 [혼자 놀기의 장점을 잊지 말자]의 부분은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나는 부부가 매일 같이 붙어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있다면 한 번의 주말은 남편이 아이를 돌보며 아내는 자신만의 주말 산책에 나가게 되거나 그 반대의 경우를 만들어줘서 서로의 시간, 서로의 공간을 만들어서 나름의 사색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저자와 같이 너무 잦은 각자의 시간은 곤란하겠다.
두 번째 매력적인 인생을 위해 기억해야 할 9가지에서는 상승 지향성, 멋, 목표, 의협심, 과시, 색기, 우정, 존경, 색욕에 관련된 얘기들이 펼쳐진다.
“나이는 멋을 버릴 이유가 되지 않는다. ‘멋’은 매력 있는 어른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다. 물론 정신적인 부분도 포함되어야하지만, 우선 몸가짐에 충분히 신경을 써야 한다.”P77
그레이 톤의 슈트를 입고 중절모를 쓰고 고궁을 산책 나온 노신사 분을 본 기억이 난다. 정말 나이를 먹어도 저렇게 멋진 차림으로 산책을 나오는 그분이 어찌나 멋지던지. 젊음은 젊음에 맞게 움직이면 되지만 역시 나이가 주는 데커레이션도 나쁘지 않을것 같다. 그것을 이용한 멋진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내가 가장 잘 못하는 것이 포기였다. 그렇다고 지구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적당하게 지탱하고 떨어져야 할 부분을 아직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생각이 든다. 누군가 내게 이런 이것은 하지 말고, 이것은 하라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주 들때가 있는데 주입식 교육이 주는 병폐는 나 같은 사람이 아닐까. 포기해야 하는 적당한 타이밍을 간파하는 능력이 ‘손절매’ 라는 주식용어가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나의 결단력을 습득하는 어떤 경험들이 아직 부족한 것 같다.
세 번째 능력 있는 인생을 위해 기억해야 할 9가지의 부분에서는 결단력에 관련한 부분을 빼고 나머지는 사실 공감 실패한 부분이다. 성공체험, 결단력, 도전정신, 직함, 질투, 인색, 젊음, 인맥, 아부와 관련된 단어의 지침들은 작가만이 가진 경험적 재산은 인정하지만 그것을 같이 공감하기에는 시대적 흐름이 좀 바뀐 부분을 얘기해 드리고 싶었다.
네 번째 품위있는 인생을 위해 기억해야 할 8가지 중에서 품격은 천박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얘기한다. 가끔 성질에 못 이겨 얘기 할 때가 있었는데 뜨끔했다. 그 모습이 어찌 보면 천박해 보일 수 있겠다 싶었다. 어떤 행동은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의리는 바로바로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 의리 때문에 배신당했던 일들은 어찌할지. 인정, 보답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인정이라면 그렇다면 의리에 대한 배신을 이렇게 해석하면 좋을 것 같다. 수치심, 향학열, 부모의 마음, 노파심, 꿈이 마지막 단어였는데 뒷부분은 나이든 사람이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인생의 경험적인 부분이 많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광고가 한창 유행일 때가 있었다. 점점 고령화 사회가 되고 있기 때문에 나이가 들었다고 이것은 못하는 것이라는 선입견과 편견들이 많이 깨지고 있다. 그것을 떠나서 점점 나이 한 살씩 꼬박꼬박 먹고 있다 보니 가끔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이 나이에 내가 이걸 해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가 지극히 들 때가 많았는데 그런 부분을 반성을 좀 했다. 앞으로 내가 얼마큼 살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나이에 맞게 긍정적으로 삶을 대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그러니까 멋지게 끝까지 살다가 쿨하고 가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