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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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판을 가지고 있는 그때 읽었던 책을 다시 읽은 이유는 이동진의 [빨간 책방]을 다시 듣기 위해서였다. 사실 읽었던 내용이 너무 빨리 기억에서 가물거리며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다시 읽은 조르바는 그때와 좀 다르게 다가온 느낌이 난다. 나는 [어린왕자]를 몇 년에 한 번씩 읽고 있는데 간혹 이렇게 긴 시간을 두고 다시 읽는 책을 만날 때의 여운은 남다른 것 같다.

 

오래전에 읽었던 [그리스인 조르바]는 상스러운 남자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참 몰염치에 아는 척 많이 하고 남을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는 노인네라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다시 읽은 조르바는 안쓰럽고 불쌍하고 측은하기까지 했다. 젊은 내가 이해하지 못한 늙는 다는 것의 기분을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역시 나는 조르바의 여성편력까지도 그저 이해가 되어 버렸다.

 

주인공 ‘나’는 크레타 섬으로 가기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조르바를 만나고 너무나 거침없는 조르바는 자신의 살아온 세월의 얘기를 해댄다. 그리고 나와 함께 폐광에서 다시 금맥을 찾아보기로 한다. 나는 크레타 섬으로 들어가 조르바와 함께 지내는 섬 생활이 계속 되면서 섬에서 그가 원했던 사업은 그 어떤 것도 이뤄내지 못하고 모든 돈도 잃고 조르바와 헤어지는 이야기다. 내용은 참 간단한데 초반부의 조르바를 얘기해주는 부분이 사실 좀 지루하리만치 길다.

 

 

“조르바는 내가 오랫동안 찾아 다녔으나 만날 수 없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는 살아 있는 가슴과 커다랗고 푸짐한 언어를 쏟아 내는 입과 위대한 야성의 영혼을 가진 사나이, 아직 모태인 대지에서 탯줄이 떨어지지 않은 사나이였다.” P22

 

 

“조르바는 학교 문 앞에도 가보지 못했고 그 머리는 자식의 세례를 받은 일이 없다. 하지만 그는 만고풍상을 다 겪은 사람이다. 그래서 그 마음은 열려 있고 가슴은 원시적은 배짱으로 고스란히 잔뜩 부풀어 있다. 우리가 복잡하고 난해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조르바는 칼로 자르듯,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고르디오스의 매듭을 자르듯이 풀어낸다.” P 99

 

 

일자무식이지만 세상의 이치로 지혜를 배운 조르바는 책만 읽는 주인공을 참 답답하게 생각하지만 그와 나운 대화속의 우정은 후반부에 갈수록 애틋해졌다. 남자들의 우정은 이런 것일까 궁금했다.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의 만남이 초반부터 삐걱거렸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두 사람의 애증은 애틋하기까지 했다. 마지막 조르바가 나에게 마지막 편지를 보냈을 때는 그 마음의 깊음이 더 가중되었다.

 

 

여성편력이 심했던 조르바의 나이가 그때 60대였음에도 지치지 않은 정력을 지닌 그가 여자는 늘 자기 운명을 슬퍼하는 동물이라는 대사에 그가 그동안 겪어온 여자들이 어떤 여자들이었는지 느낄 수 있다. 어쩌면 그가 만난 여자들은 그의 인생이 투영된 여자들일지 모른다. 그러니까 모든 여자들을 운명을 슬퍼하는 동물이라는 대사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열린책들에서 [그리스인 조르바]가 다시 개정되어 나오면서 번역도 다시 개정이 된것 같다. 사실 나는 이윤기님의 [그리스인 조르바]밖에 읽어보지 못해서 어떤 번역이 훨씬 좋은지 비교가 안 된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을 벗어나면서 다시 다듬어진 책이 반가운 것인가 생각을 해 봤다. 언어는 세월의 흐름을 타고 있는데 그런 부분들을 수정해 주는 부분이 나쁜 것일까.

니코스 카잔차키스와 조르바 때문에 더욱더 그리스에 대한 열망이 가해졌다. 그의 묘비명에 적혀있다는 그 문장을 보고 싶어졌다.

 

 

“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이므로.”

 

 

 

죽는 순간까지 자유였던 두 사람의 모습이 어른거릴 것 같다. 10년 후 다시 그리스인 조르바를 또 읽게 된다면 그때는 조르바가 어떤 사람으로 느껴질까. 10년 후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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