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아이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십 년 전 제가 했던 말을 기억하십니까, 라마.]

 

 

 

 

발신자 칸이 비어 있는 편지. 그리고 소인은 10년 전에 미국 애틀랜타에서 온 편지라니. 이 편지를 시작으로 예언의 편지를 보낸 신가야라는 인물로 시작된 미스터리한 사건은 시작되었다.

 

 

 

[궁극의 아이]라는 소설을 두고 궁극의 소설이라는 별명까지 안겨준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작가에 대한 궁금증을 안가질 수 없다. 작가는 아주 오래전에 재미있게 읽은 [건축무한육면각제의 비밀]을 쓴 저자라니. 스토리텔링에 놀라운 감각을 지닌 사람을 만나면 살짝 그들의 재주가 너무 부러워 질투가 나는데, 그 사람 중에 하나가 장용민이였다. 그의 글을 쓰는 구성력과 방대한 자료 분석, 수집에 더욱 혀를 내두를 정도다. 궁극의 아이라는 하나의 모티브를 두고 사건을 전천후 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그가 시나리오를 쓰기위해 이 소설을 초본으로 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마도 전작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또한 영화에서 소설로 쓴 경우가 있어서인지 그런 부분이 농후하게 보여주는 면이 있다. 그렇다고 궁극의 아이가 시나리오스럽다 말 할 수는 없다.

 

 

 

 

작가의 문장력이 좋다. 문학을 많을 읽은 것 같은 작가의 문장구사력을 느끼고, 무엇보다 가끔 이런 문장 참 좋다며 밑줄을 긋게 만드는 구절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니까 이 작가는 구성도 좋고, 인물도 잘 만들어 놓았고 글을 풀어가는 문장력까지 좋은것이다. 뭐, 이런 사람 여럿 있겠지만 흔치 않은 스릴러를 재미나게 풀어 놓는 작가들은 흔치 않다는 것을 보면 장용민이라는 작가의 이번 작품은 요 근래에 읽은 어떤 책보다 재미있었다.

 

 

 

신가야라는 신비한 눈을 가진 아이, 한쪽은 흑색의 눈동자, 한쪽은 에메랄드 눈빛을 가진 신비한 한국인이라는 인물을 세워 놓고 궁극의 아이가 세상을 보게 되는 것부터 자신이 지키고 싶은 사람들을 지켜 나가는 과정이 치밀하고 매끈하다. 미래는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인물인 신가야와 과잉기억 증후군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엘리스의 만남도 상당히 조화롭다. 모든 기억을 잊히지 않고 다 기억해서 괴로운 한 여자와 미래를 볼 수 있어서 괴로운 한 남자의 로맨스 또한 극적이고 매력적이다. 이제는 퇴물 취급을 받는 FBI 요원 사이먼 또한 이들과 엮어주는 과정, 그리고 그의 사랑스러운 아내와 그 아내와 연결된 사람들 그리고 신가야가 전해주는 예언들과 맞물리는 추리와 현재가 미국 수사 물을 보는 느낌이라고 할까.

 

 

 

“모든 것이 신가야를 매개로 긴밀히 이어져 있었다. 악마 개구리, 엘리스의 과거, 그리고 모니카의 죽음. 도대체 신가야는 어떤 존재이기에 십 년이란 시간을 뛰어넘어 인간들을 체스 판의 말처럼 자유자재로 갖고 노는 것인가. 대체 무엇을 위해 이 엄청난 계획을 세웠단 말인가. 모든 답은 사건 속에 있었다. 어쩌면 사랑하는 모니카의 죽음마저도.” P 250

 

 

 

 

신비로운 소년 신가야를 궁금해 했던 사이먼이 신가야의 주변 인물들과 이어지면서 풀어가는 과정의 스릴은 멋지다. 그런데 가끔 작가도 단서와 복선에 너무 힘을 준 나머지 간혹 실수 아닌 실수를 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마지막 사건을 풀러 가기위해 마지막 비밀번호를 맞추는 과정에서 글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헛소리가 나왔다. 아니, 딸내미 생일번호로 비밀 번호를 만들어 놓는 것은 참 좋은데, 요즘 세상에 무슨 비밀 번호가 카톡 비밀번호 만들듯이 네 자리일까. 더욱이 그 집은 얼마나 무시무시한 곳이냐고. 그런 집에 비번이 꼴랑 네 자리라는 것에 실소 한번 날려주셨다. 이런 부분 때문에 장용민이라는 작가가 나는 쫌 인간다워 졌다고 할까. 고마웠다. 너무 완벽하면 정말 재미없잖아.

 

 

 

 

가끔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지대하게 드는 피가 들끓는 청춘이 아니라 그렇게 궁금하지는 않지만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은 일 퍼센트는 하고 있다. 나머지 구십구퍼 센트는 그냥 지금보다 조금 더 부지런히 살고 싶다는 생각 말고는 없다는 것이 나이를 들면서 세월을 받아들이는 무한 긍정의 자세라고 할까.

 

 

 

“운명은 바꿀 수 있어요. 벨몽이 이런 말을 했을 거예요. 운명이란 뽑을 수 없을 만큼 깊

이 박힌 거대한 뿌리라고. 그 뿌리가 바로 당신이에요. 당신이 바뀌면 뿌리가 바뀌는 거예요. 운명을 바꾸고 싶으면 당신이 바뀌면 돼요.”542

 

 

 

 

사랑하는 가족이 된 그들을 위해 희생했던 신비한 소년의 말에 살짝 울림이 있다. 나의 무지하고 게으른 구십구 퍼센트에게 조금 미안해지려고 한다. 그렇다고 이 말에 벌떡 일어나 나를 바꿔야한다며 발 빠르게 움직일 것 같지는 않지만 일정 부분 마음은 살짝 요동치듯 사라졌다. 나에게도 간혹 그 궁극의 아이가 왔다 갔으면 참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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