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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람을 얻는가 - 초한지 유방의 인재경영 리더십
신상이반 지음, 하진이 옮김 / 더난출판사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결국 모든 것은 사람이다.
언젠가 어떤 케이블 오디션에서 어떤 사람이 “우연도 그 사람의 실력이라고.” 말을 했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되었지만 나중에는 나의 입장을 생각해보니 화가 났다. 그렇다면 내가 그렇게 원했던 일이 나에게 우연이라도 오지 않았다는 것은 나의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것일까.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우연도 그 사람의 실력이라는 말은 틀렸다고 생각된다.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것이 실력인 것이다. 나는 그렇게 그 말을 고치고 싶다.
[어떻게 사람을 얻는가]라는 책은 항우와 유방과의 관계를 여러 정황에 비유하며 진정한 리더가 가져야 할 덕목들을 제시하고 있다. 초한지를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책이 읽힌다. 무엇보다 영화나, 다이제스트로 읽은 초한지에서 몰랐던 항우와 유방의 에피소드들이 참 재밌다. 모처럼 센스 있는 책을 만났다.
성공한 사람들의 인생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우연히 따른다. 그 우연 속에 항우와 유방이 있다. 작년이었나? 항우와 유방의 관계를 놓고 [샐러리맨 초한지]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한나라를 세운 유방과 그의 적수였던 항우를 현대판으로 가져다 놓았던 설정이 재미있었다. 도시와 시골로 따진다면 시골 출신이었던 유방과 도시 출신의 항우의 모습도 비슷했고 일을 풀어 나가는 모습도 오래전에 읽었던 책과 비슷해서 참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였다.
몇 번을 실패를 해도 겁내지 않고 좌절하지 않고 한나라를 세울 수 있었던 유방의 저력은 무엇일까? 모든 것을 다 가졌어도 단 한 번의 실패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좌절한 항우는 진정한 패배자로 끝이 나는 것일까. 그들의 차이점은 아마도 리더십의 차이였을 것이다.
진정한 지배자로 거듭 날 수 있었던 유방의 리더십은 지금의 경영자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다. (P28)
유방처럼 시골출신에, 배운 것도 많이 없고 뛰어난 학식을 품었던 것도 아니고 엘리트 집안에서 공부하여 대단한 배경을 가진 것도 아닌 그가 오로지 잘 한 것은 사람을 잘 들이고 거두고 관리했다는 것이다.
모든 것에 뛰어난 능력을 가졌던 사람도 아니고 제갈량처럼 철두철미하여 모든 것을 다 자신이 주관해서 처리해야 할 필요도 없이, 각 부서마다 관리 능력을 발휘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뽑는 능력, 적재적소에 전문적인 인재들을 배치하여 각자가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리더가, 유방이 이었다.
진정한 리더는 사소한 것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한들, 그들도 사람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다. 너무 대범해도 매력이 없지만, 너무 소심하면 그것 또한 큰일을 그르치는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감정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유연하게 항우와의 관계를 유지시키며 마지막에 결국 한나라를 세운 유방이야 말로 큰 인물이다. 누군들 그렇게 못할까, 싶지만 쉽지 않기 때문에 모두 리더가 될 수 없는 것일까.
한나라를 세우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필요했을 것이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유방은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전쟁에 나가 땅을 차지하면 냉혈인간이 되어 다른 나라 사람들을 모두 죽이는 항우와는 달리 유방은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며 지냈다. 다수의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항우와 달리 너무도 부족했던 그가 나라를 세울 수 있었을 것이다.
진정한 리더는 다수의 말을 듣고, 그들을 따르게 하는 힘이 필요한데, 요즘 리더들은 그들의 얘기를 묵인하고, 외면하는 실정에 답답하다.
분명 항우는 유방보다 뛰어난 인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라를 세울 수 있었던 것은 항우가 아닌 유방이었고, 그의 뛰어난 경영능력은 지금에도 비유 될 수 있다는 것이 참 놀랍다. 세상이 변했지만 수백 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진리들은 영원한 것이다.
엄격한 규율과 규칙만을 내세우는 것이 아닌 인간관계가 중요했던 유방 (P86), 전쟁을 통해 얻은 땅의 백성들을 도륙하지 않고 품에 안았던 그의 품성은 인간적인 경영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그가 모든 것을 다 수용하며 저자세로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군주의 지위를 위협하는 일 없이 순순히 복종하게 만들려면 고도의 관리 능력이 필요했던 (P136)때는 그의 관리 능력이 발휘되는 것이다. 인재들을 각자의 능력에 맞춰 직책을 주는 것이다. 네가 만들어 놓은 판을 짜고,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능력 향상을 해주는 그의 리더십은 인간적이고 창의적이다.
[한비자는 “삼류 리더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고, 이류 리더는 남의 힘을 이용하며, 일류 리더는 남의 지혜를 사용한다.” P157]
경영자는 혼자만의 기업을 꾸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하직원의 힘과 지례를 이용할 줄 알아야 훌륭한 리더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유방은 최고의 리더가 아닐까.
[이 세상에는 인재는 많다. 인재를 식별하는 것은 그 사람의 능력을 발견하는 것이고, 인재를 잘 활용하는 방법은 적재적소에 기용하는 것이다. 능력이 뛰어난 인재라는 것을 알면서 제대로 기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인적자산의 낭비이자 회사의 손실이다. P177]
많은 사람들이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가 어떤 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발휘 할 수 있는지 찾아내는 능력, 그것을 잘 써먹을 수 있는 직관은 어쩌면 타고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찌 보면 진정한 리더라고 생각되었던 유방은 끊임없이 노력했던 부분도 가지고 있었겠지만, 어느 부분은 남보다 타고난 센스와 감각이 있었던 사람이지 않았을까.
그의 폭 넓은 인맥이 결국 그의 능력이 되어 그는 그토록 원했던 한나라를 세울 수 있었고, 그는 항우에게 머리를 조아렸던 과거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오직 큰일을 위해 달려갔다. 포부 좋은 그를 보며 지금의 리더들을 떠 올려본다.
참 부끄러운 현실이다. 많은 이들이 항우가 되어가고 있다. 좋은 배경, 좋은 직장, 좋은 학벌, 좋은 환경에서 자라고 있지만 한 번의 흔들림에 좌절하고 힘들어한다.
“안색은 온화하게, 외모는 공손하게, 화가 났을 때는 앞으로 초래할 결과를 생각하며 이성적으로 대처하라.”P302
논어의 구절처럼 경영자들만 인격수양을 할 것이 아니라 그를 따르는 많은 이들도 그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