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이선희 옮김 / 예담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지속된 폭력과 따돌림을 당하다가 투신 자신을 한 학생의 유서가 공개됐었다. 그 편지에는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며 온갖 욕설과 폭력 때문에 힘들었다는 얘기가 적혀있었다. 그리고 편지 속에는 자신을 괴롭혔던 학생들의 이름이 나열되었다. 경찰서에 조사를 받으러 온 가해자 아이들은 자신들이 괴롭혔다는 부분은 일부 인정했지만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한 행동들과 기타 나머지 부분들은 모두 부정했다.

 

 

이런 기사가 처음이 아니다. 2011년에도 대구에서 투신 자실을 한 학생도 이런 비슷한 이유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몇 년 전 [6월의 일기]라는 영화 또한 따돌림과 괴로움 속에 살았던 한 학생의 죽음으로 인한 엄마가 일기를 보고 자신의 아들을 위한 복수를 그린 영화가 나오기도 했다.

 

 

간혹 인터넷의 기사를 볼 때 잊고 있던 연예인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1~2위로 나오게 되면 혹시 자살 한 것이 아닐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꼭 그렇지 않은 기사들도 있지만 절반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기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는 청소년들에게 행복지수가 가장 최악인 나라가 되었고, 자살수치는 1등인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이런 청소년 문제가 우리나라 뿐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우리나라 청소년 소설에는 자살을 다룬 소설이 많다. 김려령의 소설 <우아한 거짓말>은 자살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는 얘기도 있지만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의 소설은 그 이후의 친구들의 얘기로 남은 사람들의 허전함을 담고 있었다.

 

 

 

 

 

 

처음 읽어보는 시게마츠 기요시의 작품 <십자가>또한 따돌림을 당하며 지내왔던 동급생의 자살을 소재로 삼고 있다. 동급생 중에 힘이 센 아이들은 유독 약해 보이는 아이들을 먹잇감으로 삼으며 자신의 무료함을 달랜다. 힘으로 제압한 그들의 권력은 어쩌면 하루를 짓누르는 자신들의 세계에서 가장 달콤한 시간 일 수 있다. 그런 달콤함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때리고 괴롭히고, 돈을 갈취했을 것이다. 나약하게 주저앉은 모습이 자신의 모습일지 모른다며 때로는 그 모습이 보기 싫어 더 심한 구타를 했을 것이다.

 

소설은 그들의 모습을 담기보다 후지슌이 죽음 이후, 남겨진 사람들 특히 가족과 연결된 동급생의 남은 삶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후지슌은 죽기 전 자신이 짝사랑했던 사유리에게 전화를 했고, 사유리의 생일 선물을 챙겨주고 싶었다.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후지슌의 선물을 받는 것이 꺼렸던 사유리는 당연히 휴지순의 선물이 반가울리 없다. 사유리는 당연히 휴지순의 선물을 거부했지만 그날 후지슌은 사유리에게 주기로 이미 마음에 정했던 선물을 포장했고, 사유리의 집으로 보냈다. 그리고 사유리의 선물을 포장했던 끈으로 자신의 집 감나무에 목을 매달고 죽었다. 죽기 전 이미 써 놓은 유서에는 주인공에서 절친이 되어줘서 고맙다는 말과, 사유리에게 미안하다는 말, 그리고 자신을 괴롭혔던 두 가해자에게 용서 하지 않겠다는 말을 적어 놓았다. 그리고 간혹 불렀던 바람에 자신이 몸이 흔들리며 그렇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후지슌의 아버지는 주인공에서 아주 괴로운 얼굴을 하고 죽었다는 얘기를 해 줬다.

 

 

 

죽은자는 말이 없고, 살아남은 자들은 죽은 자가 남겨 놓은 숙제들을 풀며 살아야 한다. 후지슌은 왜 주인공을 절친이라고 생각했을까. 그 물음 때문만이 아니라 후지슌이 절천이라고 칭해 놓은 그 단어 하나 때문에 몇 년을 휴지순의 기일에 휴지순의 어머니를 찾아 봐야했고 어찌 보면 후지슌 이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척한 방관자이면서도 그의 죽음을 슬퍼하며 앉아 있어야 하는 주인공의 마음은 편치 않다. 더욱이 후지슌이 짝사랑했던 사유리 또한 마지막 전화를 받은 사람이 자신이고, 혹시 자신이 그날 좀 더 친절하게 전화를 받았다면 그렇게 무심히 세상을 떠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죄책감에 살아야 했다.

 

 

간혹 내가 했던 말들은 어떤 이에게 가시가 되어 박혀 상처가 되어 곪아진 채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어떤 이에게 받은 상처가 쉽게 아물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때로는 내가 했던 실수를 느꼈던 어떤 일들은 그 일이 십자가가 되어 나를 괴롭힌 채 등에 매달고 살아갈 수 있다.

 

 

후지슌 의 절친이 아니었던 주인공은 후지순의 절친이라는 말 때문에 그동안 자신의 방관자 입장에 있던 순간이 십자가가 되어 남은 시간을 힘들게 지냈다. 사유리는 후지순의 짝사랑 대상자였다는 이유로, 마지막 전화를 받았던 순간 그를 좀 더 따뜻하게 대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등에 진 채 살아가야 했다. 그래서 주인공과 사유리는 서로가 등에 진 십자가의 무게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가까워 질 수 없었을 것이다.

 

 

“ 십자가의 말은 평생 등에 져야 하는 말이지. 그 말을 등에 진 채 계속 걸어가야 해. 아무리 무거워도 내려놓을 수 없고 발길을 멈출 수도 없어. 걷고 있는 한, 즉 살아 있는 한 계속 그 말을 등에 지고 있어야 한은 거야.” P75

 

 

 

 

 

정작 후지슌 을 괴롭혔던 미시마와 네모토의 죄책감 따위는 책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을 응징하겠다는 아버지의 모습은 졸업식에 죽은 아들의 사진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끝이다. 범인이 정해져 있었던 왕따 놀이에 정작 괴롭고 힘든 사람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의 남은 가족들이다.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하는 일상은 그동안 남겨진 추억들이 대신해야 했지만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아프고 괴로운 일이다. 더욱이 같은 동급생인 주인공과 사유리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도쿄의 대학에 들어가고 점점 성장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모습은 얼마나 아플까. 그런 모습에 점점 지켜갔기 때문에 아픈 몸을 더 이상 아파하지 않고 숨을 거둘 수 있었을지 모른다, 후지슌의 어머님은.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빌려본 후지슌은 [세계 여행 : 유럽]편에 스코그스키르코가르덴(묘지공원)에 종이를 끼워 놓았다. 커다란 십자가가 있는 그 공원의 모습을 보고 혹시 저자가 제목을 따온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을 뒤져 공원에 커다랗게 있다는 십자가의 모습을 찾아보았다.

 

 

 스웨덴 스코그스키르코가르덴(묘지공원)

 

 

 

“언덕 꼭대기에 우두커니 서 있어서 그런지 외톨이 특유의 쓸쓸함도 겸비하고 있었다.”P153

사진을 보았을 때, 마치 자신의 모습을 본 그런 느낌을 받았을까?

 

 

떠난 자를 보내는 일은 쉽지 않다. 부모들은 더 그렇겠다. 후지슌이 가고 싶었는지 알 수 없지만 [세계 여행 : 유럽]편에 스코그스키르코가르덴(묘지공원)에 결국 찾아갔다. 그리고 20년이 넘게 떠나 보지 못했던 아들과의 만남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있었던 자리에 돌아와 남겨진 삶을 살아가겠지.

 

어느덧 주인공도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인간은 경험을 해야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는 것 같다. 자신의 아이의 노트에 절친이라고 쓴 단어를 보며 차오르는 슬픔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후지슌이 왜 나를 절친이라고 했을까. 어쩜 주인공은 떠난 후지슌의 숙제를 더 풀어야 할지 모른다.

 

 

가볍게 읽었던 책이, 가슴 무겁게 끝이 났다. 마음이 쓸쓸한 오후였다. 문득 지나버린 일들을 떠 올린다. 아이들이 더 이상 가슴 아프게 삶을 포기하고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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