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계로의 초대
수술이 가장 쉬웠다는 그 수술을 하고 퇴원한지 며칠이 지났다. 정말로 수술은 큰 고통 없이 끝났다. 다만 림프절 한 개가 전이가 되었고 비싸다고 하는 맘마프린트 검사를 하게 되었다. 입원 전에 온코타입이나 맘마프린트 검사를 하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을 했었다. 이 검사는 항암 유무를 알려주는 검사로 나의 암세포를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보내진다. 그래서 검사비가 비싸다. 퇴원할 때 보니 나의 병원비의 5배 정도의 금액이었다. 입원 전에 후회를 막기 위해 검사를 하기로 결정 했었다. 그 무섭다는 항암을 피하기 위함이다. 부디 3주후 퇴원 후 검진시에 항암은 안 해도 될 것 같다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
배액관 (수술시 달고 있는 피주머니)을 달고 퇴원을 했다. 이틀 정도 더 있으라고 했지만 5인실의 병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우리 병실은 모두 조용하고 나의 입원 생활을 방해하는 사람도 없었지만, 냄새는 그러지 못했다. 복부, 흉부, 뼈 전이 검사를 모두 하고 더 이상의 검사가 남지 않았으니 집으로 퇴원을 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배액관을 달고 집으로 가는 일이 겁이 났지만 안락한 나의 집으로 퇴원을 하고 싶었다.
입원하는 동안 5인실은 모두 커튼을 쳐 있어서 앞에 있는 환자의 얼굴을 보지도 못했다. 그러다 같이 퇴원하게 된 3명이서 서로의 얼굴을 보며 그간의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나눠주었다. 퇴원을 준비하는 나에게 아주머니가 오시며 혼자 퇴원을 하냐고 물으셨다. 그렇다고 하니 병실에서도 어찌나 씩씩하게 다니던지 기특하다며 칭찬을 해 주셨는데, 문득 내가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 들어 울컥했다.
병실을 나와 퇴원 수속을 하고 강남에 있는 병원이라 명품가방 들고 가야 한다며 루이비통 가방에 물건을 담아 온 정신 나간 나란 인간은 커다란 루이비통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다. 내 침대에 누워 있으니 세상의 모든 불만이 사라졌다.
새로운 세계로 초대된 나는 이 세계와 5년동안 잘 적응하고 떠나야 한다. 그 세계에서 아주 친절한 이방인으로 살다가 떠나고 싶다.
병실에 앉아 김훈의 새로운 소설집 [저만치 혼자서]를 읽으며 책 속에 있는 익숙한 어느 한 사내의 이야기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소설속의 그도 나처럼 초대 받은 그 세계에서 잘 살아 나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