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 수업 - 중년 이후, 존엄한 인생 2막을 위하여
고미숙 외 지음 / 서해문집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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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일 관계로 만난 여자 분이 있다. 동석하셨던 분이 이 분에게 나이를 물었다. 43살이라고 하셨다. 몇 년생이라고 묻는 추가 질문을 통하여 이 분의 나이가 41살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이가 틀렸다고 말해 줄 수도 없어서 그냥 듣고 있었는데 이 분이 하시는 말이 언제부터인가 나이를 세는 것이 그만 두었다고 하시면서 올해는 자기 나이가 43살이라고 하신다. 상당히 열심히 살고 있는 분이라서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지나갔는데 오늘 이 책을 읽고 난 다음 이 일이 떠 올랐다. 열심히 사는 것도 좋지만 자기 나이를 잊고 살아간다는 것이 그렇게 바람직한 일은 아니구나라는 생각 때문이다. 사람이 자기 나이를 기억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이 정도 나이를 먹었으니 대우해 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고, 내 삶의 궤적은 어떤가를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갖게 해주는 것이 나이이기 때문이다.

  스무살에 김광석을 참 좋아하게 되었다. 그전까지는 김광석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가, 동아리 선배들을 통해서 김광석을 좋아하게 되었고, 김광석의 다시 부르기라는 앨범은 정말 많이 샀던 것 같다. 여러개를 사서 주변에 나눠주었고, 테이프가 늘어날 때까지 듣다가, 나중에는 CD가 긁혀서 듣지 못할 정도로 들었다. 좋아했던 녀석에게 거절당하고 선배들이 불러주었던 외사랑, 아픔을 담아서 자주 부르던 그녀가 처음 울던 날...그 중에 그냥 비만 오면 불 꺼놓고 들었던 노래가 있다. 서른 즈음에...그냥 서른이라는 나이에 대해서 막연하게 생각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서른이 되었다. 그ㄸ때 느꼈던 감정은 "헉"이다. 어느새 서른이 되었고, 이제 조금 지나면 마흔이 된다. 마흔이라는 숫자 앞에서 마냥 스무살 시절의 나만 떠올리던 내가 이젠 그 두배의 나이가 된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그럼 육십이 되어서는 내가 어떤 감정을 느낄까였다. 아직은 20년을 더 가야 하지만 그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내 인생이 대답해 줄 것으로 생각된다. 60이 되어서 여전히 "헉"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싶지는 않다.

  백세 시대라고 한다. 그렇지만 백세를 준비하면서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다. 백세를 살아지는 것이다. 어쩌다보니 백세가 되고, 어쩌다보니 이 나이가 되는 것이다. 앞만 보고 정신 없이 달려가다보니 어느새 무엇을 했는지도 모르게 나이를 먹고, 아무런 준비없이 노년이라는 문텩을 넘게 된다. 고령 사회에 이미 진입했다고, 노인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은 하지만 그 노인 문제를 잘 준비하려는 시도는 거의 없었다. 그저 돈 몇 푼 쥐어 주면 된다는, 그들의 표만 얻으면 된다는 얇팍한 표 계산만이 있을 뿐이다. 이런 세태 속에서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그 나이가 되어서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떤 준비가 되어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이 들지만 뚜렷한 답은 없다. 그저 그 나이가 되는 것이 두려울 뿐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공짜가 있을리가 없다. 이 사실을 기억한다면 멋있게 나이를 드는 것도 공짜가 있을리가 없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공부해야 한다. 물론 이 공부라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그런 수학 과학 물리같은 것들이 아님은 분명하다. 이것보다 더 근본적이고, 더 중요한 공부이다. 인생에서 무엇을 남길 것인지, 얼마나 유의미한 결과물을 남길 수 있는지 생각한다는 것은 지난한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한 살의 나이를 더 먹는다는 것이 무엇을 남기는 것인지 한번 점검해 본다. 마흔이라는 시간을 살아오면서 나는 무엇을 남겼다고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 본다. 혹 나는 지금까지 그렇게도 내가 싫어하는 꼰대질은 젊은이들에게 강요하고 살아왔던 것은 아닌지? 내가 말한 것과 다른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닌지? 내가 지금까지 쏟아냈던 그 많은 말들이 그저 허공 중에 흩어져 버린 말은 아니었는지 돌아본다. 말 한대로 살겠다고 그렇게 애를 써왔는데 진짜 그렇게 살아왔는지...

  특히 책의 장 강연을 강연자였던 유경 선생의 강연을 읽으면서 그러한 생각을 더 해보게 된다. 죽음 준비학교라는 책으로 유경 선생을 접하게 되었고, 많은 공감을 했는데, 그 뒤로 10여년이 지난 뒤 다시 읽는 유경 선생의 강의는 남다르다. 내 관계를 얼마나 건강하게 유지되어 가고 있는지, 아이들과의 유대감은, 어머니와의 관계는 어떤지 생각해 본다. 아이들에게 더 잘 해주지 못한 것이 부끄럽다. 그럼에도 아빠를 자랑스러워하는 아이들이 그저 감사하다. 자주 연락을 드리지 못하는데도 전화할 때마다 빠듯한데 용돈 보내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어머니가 감사하고, 사위 고생이 많아 힘들어서 어째라고 말씀해 주시는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감사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이렇게 감사하는 마음이 변치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해본다.

  지금부터라도 한 살씩 먹어가면서 한 살 한 살의 무게를 더 하고, 의미를 싣기 위해서 조금이나마 더 애쓰고, 공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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