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목사, 두 바보 이야기 - 손석춘.김기석의 대화
김기석.손석춘 지음 / 꽃자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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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함이 넘치는 세상이다.

 

  사람도 스마트해야 하고, 옷도 스마트하고, 휴대폰도 스마트하다. 심지어는 교복도 스마트하다. 마치 스마트하지 않으면 구닥다리요, 구태의연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은 시대이다. 스마트라는 말을 통하여서 우아함과 세렴된에 대해서 말을 하고 이미지를 만들어 가지만, 난 스마트라는 말 속에서 쫓기는 듯한 다급함과 얕음을 느끼게 된다. 특별히 진중해야하는 신앙의 부분에서 스마트를 말하게 되는 순간 느끼는 감정은 안타까움을 넘어서 참담하기까지 하다.

 

  똑똑한 사람들과 어울려서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교회도 똑똑해지려고 한다. 그래야 살아남으니까. 그런데 교회는 그러면 안된다. 다른 단체들은 똑똑해지고, 세상의 가치들에 충실해야하지만, 최소한 교회는 옳음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어야 한다. 사람들이 교회에 요구하는 것도 이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교회는 이런 자리매김을 바보같다고 생각한다. 구식이라고 생각한다. 교회도 바쁘게 돌아가야하고, 유행을 선도해가야 하고 스마트하고 효율적인 단체가 되어야 한다. 투자 대비 어느 정도 성과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어느샌가 교회는 세상과 똑같이 스마트라는 명목 하에 깊이와 뚝심을 잃어버렸다.

 

  이런 시대에 두 바보가 기독교에 대해, 성경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도 주기도문에 대해서, 그 중에서도 특별히 죄의 용서와 빚의 탕감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지겹도록, 바보처럼 천착한다. 주기도문의 고갱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각자가 가진 이해와 내공을 드러내 보인다. 이 책이 다른 신앙 서적에 비하여 유명하지 않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바보스러운 두 사람이 전혀 스마트하지 않고, 전혀 트렌디하지도 않고, 깊이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기석과 손석춘이라는 내공이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성경의 진리에 대해서 천착하게 될 때 어떤 결과물들과 깨달음이 나올 것인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바보스러운 두 사람의 바보짓에 동조하게 된다. 세태에 영합하지 않고, 그저 예수가 한 말이 무엇인지, 그리고 예수가 한 말을 어떻게 삶 가운데에서 지킬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그리고 그렇게 살지 못함에 마음 아파하는 두 사람의 바보.

 

 참 바보 같은 사람이지만, 이 두 사람이 이 시대를 좀더 따뜻하게 밝혀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크리스마스이다. 아기 예수님의 오심을 기다리고, 맞았던 사람들은 모두 바보 같은 사람들이었다. 멀리서 찾아왔던 동방박사들, 천사들의 말을 듣고 찾아갔던 목자들, 마리아와 요셉도. 제자들도 마찬가지다. 참 바보같은 이들을 통해서 세상은 조금은 살만해졌다. 조금은 나아졌다. 그런데 요즘 그 바보들이 사라지고 있다. 교회도 스마트해지고, 트렌디해져간다. 그런 세상 속에 간만에 보는 한 줄기 빛이 아닌가? 아직은 희망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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