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승리, 바다의 지배자 - 최초의 해상 제국과 민주주의의 탄생
존 R. 헤일 지음, 이순호 옮김 / 다른세상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아테네와 스파르타!

 

  매우 특이한 조합이다. 둘은 닮아 있는듯 하면서 전혀 닮지 않았다.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라는 것, 동일하게 패권주의를 추구했다는 것에서는 쌍둥이처럼 닮아 있다. 그렇지만 패권주의를 실현하는 방식에서는 정말 다르다. 소수의 엘리트들과 시스템에 의해서 움직여지는 스파르타와 소수의 엘리트들과 다수의 대중에 의한 승인에 의해 움직여지는 아테네! 어찌보면 이 둘이 오랜 세월 동안 그리스 고대 국가들을 양분하여 격돌한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혹자들은 스파르타는 육군국이요, 그리스는 해군국이라고 차이점을 이야기할지도 모르지만 이는 세월이 흐르면서 구분이 모호해졌다. 스파르타가 육상전을 선호하고, 아테네가 해상전을 선호했던 차이는 있지만, 아테네를 꺾기 위해 결국에는 스파르타도 해군을 조직했고, 이를 통하여 아테네를 몰락시켰다. 물론 어떤 이들은 스파르타가 페르시아와 동맹국들의 해군을 동원했다고 주장하겠지만, 육군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약했다는 것이지 분명 아테네와의 전쟁 중후반에 들어서면서 왠만한 도시국가의 해군을 찜쪄먹는 해군을 보유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가장 기본적인 차이점은 시스템에 의해 사회가 유지되는가, 집단지성에 의해서 사회가 유지되는가에 있다. 시스템이 건전하게, 그리고 시대에 걸맞게 작동하던 시대의 스파르타가 강국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집단지성이 상식적으로 작동하게 되었을 때 아테네는 강국이 되었다. 소수의 엘리트들이 육군 증강과 해군 증강을 두고 충돌했을 때 아테네의 대중은 해군 증강파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일단 시작이 어렵지 시작을 하게 되자마자 그들은 통크게 해군을 증강했으며, 서로 다른 자산 계급에 속해 있으면서도 함께 노를 젓는 해군으로 복무하였다. 물론 시작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여러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자신들에게 부과된 임무를 받아들였다. 대중이 상식선에서 사고하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건전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스파르타의 시스템이 시대에 발맞추어 변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몰락의 길을 걸었듯이 아테네는 대중의 판단이 상식선에서 건전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소수의 엘리트들 사이의 싸움들이야 항상 있어온 것들이고,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들을 하는 사람들도 항상 있었던 것이고, 자극적이고 황당한 발언으로 대중을 선동하는 자격이 안되는 사람들도 항상 있어왔다. 다만 그들의 주장 앞에서 대중이 이성적으로, 그리고 상식적으로 판단하는가 하지 못하는가가 그 사회의 발전과 몰락을 결정한다. 아테네의 전반기는 집단 지성의 건전성과 성과를 보여줬다면, 아테네의 후반기는 집단 지성의 불건전성과 한계를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지도자의 자질 유무를 떠나서 전반기 아테네는 실패한 그들을 용인하고 후원할 것을 결정하였지만 후반기의 아테네는 유능한 지도자마저도 어이없는 이유로 끌어내리기 일쑤였다. 유능한 지도자들이 아테네를 이탈한 이유, 그리고 처형당한 이유가 감정에 휩쓸린, 소수의 사람들에게 선동된 대중들의 결정이었다. 사람은 바뀌어도 시스템은 작동하는 스파르타에 비하여 대중의 판단에 대부분의 것들을 맡겼던 아테네가 안고 있었던 불안요소가 더 컸을 것은 자명하며, 이로 인하여 아테네의 몰락이 더 빨리, 그리고 급하게 시작될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스파르타에게 패배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아테네는 그렇게 오래 버티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아테네를 보면서 집단지성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집단지성을 맹신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집단에 의한 결정이면 덮어놓고 옳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SNS에서 많은 사람들이 "카더라"고 말하면 덮어놓고 믿는다.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믿는다. 그 결과 진실이 거짓이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용기를 가지고 아니라고 진실을 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바보가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당장 위키피디아를 들어가보라. 그리고 위키피디아에 대한 기사들을 몇개 검색해보라. 집단지성의 한계에 대해서 분명하게 알게 될 것이다. 위키피디아가 집단지성을 통하여 발전하는 포맷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그 긍정적인면 속에 한계가 담겨있다. 책임을 지는 존재가 없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가 그대로 노출이 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짐으로 인해서 집단은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 쉽다. 잘못된 정보가 단순히 실수라도 문제이지만 그것이 악의적으로 의도된 것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아테네의 대중들이 악의적인 선동에 휩슬려 자신들의 유능한 함대 지휘관들을 처형하고 이탈하게 만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요즘 온통 소란스럽다. 사람들의 감정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임계점은 이미 지났고 하나둘씩 폭발하고 있다. 상식과 이성 대신에 감정이 우선시 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광화문에서,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집단으로 모이고 있다. 바로 이 순간 집단의 힘이 양날의 검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이 사회의 부조리와 적폐(많이 듣던 말이다.)를 청산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괴물을 출현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건전한 상식과 다양한 논의, 그리고 끊임없는 자기 성찰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한다. 자극적인 말로 대중을 선동하는 일베 국회의원과 pure siri party(알만한 사람은 다 알거라고 생각한다.)와 관력에 아부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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