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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르타 이야기 - 신화로 남은 전사들의 역사
폴 카트리지 지음, 이은숙 옮김 / 어크로스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헨리 포드라는 사람이 있다. 미국의 자동차 왕으로 불리는 사람으로 컨베이어 시스템을 자동차 생산에 도입했던 사람들이다. 이 사람 때문에 포디즘이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다. 이 사람의 생각은 단순하다. 각 가정에 자동차를 한대씩 팔겠다는 것, 이를 위해서 단가를 낮추어야 하고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대량 생산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의 모델로 통일하고, 컨베이어 시스템을 통하여 노동자의 업무도 단순화했다. 이 시스템은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었지만 문제점에 비하여 얻는 이익이 컸기 때문에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렇지만 모든 가정이 한대의 자동차를 소유하고 난 다음이 문제였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외면했던 시스템의 약점을 파고든 후발 주자들에 의하여 헨리 포드 왕국은 무너졌다.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일어났던 포드 왕국이 무너진 것은 그들이 자랑으로 여겼던 컨베이어 시스템 때문이다.
스파르타를 어떻게 설명할까 많은 고민을 했다. 전사들의 나라, 베일에 가려져 있고, 헐리우드에 의하여 발견된 300으로 포장된 스파르타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이 책의 저자는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리뷰를 작성한 분 중에 책이 산만하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인물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중심으로 풀어가다 보니 인물을 중심으로 풀어간 책에 비하여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삶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읽어갈 것이 아니라, 그들이 속해있던 스파르타의 시스템, 왕이 둘이 있고, 전사를 길러내는 시스템인 리쿠르고스 시스템에서 읽어야 한다. 초기의 인물들은 이 시스템에 충실했던 사람들이고, 후기에 갑툭튀한 영웅들은 이 시스템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던 시절에 돌발행동을 했던 사람들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조그마한 시골도시였던 스파르타가 그리스의 육상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리쿠르고스의 입법이다. 스파르타를 보면서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시스템을 만들어 낸 사람이다. 리쿠르고스 법의 골자는 스파르타의 공동체성을 강화하는 것, 이로 인하여 강력한 군대를 길러내는 것에 있다. 실제로 존재한 인물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는 전설적인 인물인데, 굳이 그러한 사람이 등장하지 않았다고 해서 스파르타를 이해하는데 무리가 되지는 않는다. 리쿠르고스라는 인물은 그를 굳이 개인으로 취급하지 않고 스파르타의 시스템을 통칭하는 상징적인 존재로 이해하도 무방하다.
리쿠르고스의 법에 충실한 스파르타는 강력한 군사를 길러냈고, 이 군사력을 바탕으로 주변 도시들을 점령하면서 그리스의 강대국으로 성장하게 된다. 아테네가 해상제국으로 성장하기 전에도 이미 스파르타는 그리스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강대국이었는데, 이는 스파르타에 존재했던 시스템이 아테네에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하겠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시스템도 위에서 말했듯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맞지 않게 된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라고 해도 시간이라는 변수 앞에서는 맥을 못춘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시스템을 그 시스템이 작동하는 시대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시킨다. 아주 작은 변화라도 이러한 시도들은 시스템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그런데 스파르타는 이 부분을 무시했다. 지금까지 자신들이 유지했던, 그들을 강국으로 만들었던 시스템을 마지막까지 붙잡았다. 보수적이라고 하기보다는 미련했다고 평가하는 것이 옳을 정도로 말이다. 물론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시스템을 초기의 시스템으로 다시 돌려보려는 반혁명을 추구했고, 어떤 사람들은 시스템을 뜯어 고치는 혁명의 길을 선택했다. 다만 이러한 변화들이 꾸준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다가 실패로 끝나 버리고 말았다. 결국 시스템으로 일어난 스파르타는 그 시스템으로 인하여 도태되었고, 로마 시대에는 테마파크로 전락해 버리게 되었다.
스파르타를 보면서 우리가 무엇을 깨닫게 되는가? 우리도 스파르타처럼 국가를 사랑하고, 국가의 한 부속품으로 맡겨진 사명에 충실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스파르타처럼 강대한 군사강국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가장 멍청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도 결국은 유통기한이 있으니 시대에 맞추어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가장 단순한 진리를 깨닫지 않는다면, 이 책은 재미도 없고, 산만하기만 한 시간 낭비가 될 것이다.
한국은 박정희 시대를 지나면서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외부적인 요인이 작동을 했던, 혹은 박정희 개인의 역량이었던, 그것도 아니면 재수가 좋았던 평가는 각자의 몫이다. 다만 그 당시 발전을 주도했던 시스템이 이제는 먹히지 않게 되는 시대가 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한 예를 들어보자.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라는 새마을 운동이 오늘날 적절하게 작동하는 시스템이 될 수 있는가? 낡은 집을 고쳐주고, 마을에 작은 다리를 놓고, 도로를 깔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그러한 시스템들이 오늘날 한국에 적절한가? 혹은 재벌 기업을 중심으로 온갖 특혜를 주면서 키워내는 시스템이 과연 오늘날에도 적절한가? 시장 중심 주의, 혹은 국가 주도형 산업 등등 여러가지 시스템들이 난무하지만, 그리고 우리가 한번 해봤던 경험들이 있으니 그렇게 다시 해보자는 말이 과연 옳은 선택일까? 만약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가면서 스파르타가 왜 멸망했는지를 다시 점검해 보길 권한다.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 대통령이 되면서 우려 섞인 시선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러한 시선들은 의혹이 아니고, 기우가 아니었음이 밝혀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기 아버지가 했던 그 시스템을 다시 끌어들어 부활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역사 교과서까지 바꿔가면서 눈물겨운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도 눈물겨운 투쟁을 하고 있다. 아니라고 말하면, 더 이상 그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한번쯤은 멈추어서 생각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국민들이 개돼지처럼 우매하기 때문에 자기 마음을 몰라준다고 한다. 그러면서 뜬금없이 새마을 운동을 다시 시작하고, 바르게 살자라는 비석을 세운다. 박정희 동상을 세우면서 이 길만이 살길이라고 말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대생이라서 그런지 산소 가스는 알지만 스파르타라는 역사는 잘 모르는가 보다.
오늘날 한국을 바라보면서 박정희 시스템으로 재미를 봤던 우리 나라가 그 박정희 시스템으로 인해 몰락할 것 같아 두렵다. 헨리 포드의 독선과 자신감이 자꾸 생각하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