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지옥
도이 다카요시 지음, 신현정 옮김 / 새움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친구!

 

  십대에게 이만큼 중요한 단어가 또 있을까? 아무리 경쟁 사회에 들어섰다고 해도, 모든 사람을 줄 세워 등급을 매기는 사회라고 할지라도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단어가 있다. 바로 친구이다. 특히 10대에게 친구는 정말 중요한 인간관계이다. 자기 부모에게 하지 못하는 말도 친구들끼리는 한다. 부모들이 서운해할 필요는 없다. 그 부모들이 10대였을 때에도 똑같이 행동했을테니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친구라는 단어에 "지옥"이라는 말이 붙었다. 이 얼마나 이율 배반적인 단어인가? 그렇지만 이 책을 읽어가면서 저자가 친구라는 단어에 "지옥"이라는 단어를 붙인 이유를 알게 되면 이율배반적인 이 단어만큼 이 시대를 잘 나타내 주는 단어도 없다. 10대에게 정말 중요한 인간 관계이기 때문에 10대에게 가장 큰 데미지를 입히는 관계도 친구관계이다. 특히 요즘처럼 왕따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이 시대에는 말이다.

 

  저자는 왕따(일본에서는 이지메라고 한다.)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서 과도하게 친절을 강요받는 인간관계 때문이라고 한다. 각 나라에서 추구하는 관계에 대해서 잘 보여주는 농담이 있다. 미국 사람들은 아이가 학교 갈 때 "친구들과 싸우지 말고 사이 좋게 놀다와."라고 한단다. 일본 사람들은 "친구들에게 폐끼치지 말고 와."라고 한단다. 한국 사람들은 "지지 말고 와."라는 말을 한단다. 우스개 소리이기는 하지만 일본 사람들이 지향하는 관계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그렇기 때문에 흔히 일본 사람들은 상대방과 생각이 달라고 직설적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에둘러서 표현한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의 말은 무슬림들이 하는 "인샬라"라는 말만큼 이해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다른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일본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심어주는 가장 큰 관계에 대한 진리이다. 그런데 과도하게 친절한 인간관계를 추구하다보니까 문제는 자신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자신을 잃어버리고, 친구들에게 휘둘리기 일쑤이다. 자기를 잃어버리고 친절하게 대하려고 하다보니 자신이 설 자리를 잃어버리는 것일 것이고, 그러다 보니 친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 지옥과도 같은 것일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실패하면 자신의 사회적인 위치마저 잃어버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이러한 친절한 관계에 대한 강요가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한국 사회에서도 과도한 친절을 강요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친구 관계에서 한번 밀려난 사람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큰 데미지를 입는다. 이 데미지는 결국에는 자신을 향하게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종종 이어지기 일쑤이다.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 사람도 평생을 다른 사람을 경계하고 두려워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인간관계의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는가보다 일단 자신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하는데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해야 그것을 기준으로 다른 사람과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사회는 우리에게 이것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저 말 잘듣는 아이, 친절한 아이로 가르치기 위해 애를 쓴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로 대변되는 이 사회의 가르침은 과도한 친절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리에게 잘 보여준다.

 

  친구 지옥이라는 이율배반적인 현상을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가 가장 먼저 연습할 것은 "우리가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언제 가장 행복한지를 살펴보고, 그대로 하라."는 김어준의 말을 생활화하는 것이 아닐까? 10대 자녀들을 둔 부모들이라면 한번 읽어보면 아이들을 이해하고 교육하는데 도움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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