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헤르메스가 산다 1 - 현대의 최첨단 문명과 생활 속에 살아 숨 쉬는 그리스 신화 탐색 기행
한호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개인적으로 그리스로마 신화를 상당히 좋아한다. 그래서 시중에 나와 있는 그리스로마 신화 관련 책들은 거의 사보는 수준이다. 어느날 무슨 책을 살까 알라딘을 뒤적거리던 중에 발견한 책이 이 책이다. 마침 그때는 도서 정가제가 막 시작된다고 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무수히 많은 알라디너들이 당장 읽지는 않는다고 할지라도 사고 싶은 책들을 사재ㅔ기하던 시기였다. 그때 2권 세트로 되어 있는 책을 샀다. 조만간 읽겠다는 다짐도 하면서 말이다. 그렇지만 어찌 사람의 일이 마음대로 되던가? 그렇게 사놓고 오랫동안 서재에 방치를 했다. 그러다가 이사를 오게 되었고 이런 책을 샀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시간이 되니 읽어보자면 독서를 시작했다. 게다가 글들이 길게 장편으로 이어지지 않고 2-30쪽 내외의 단편 글을 주제에 맞추어서 썼기 때문에 읽기도 무난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찰진 글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적당히 가벼우면서도 흐름을 놓치지 않고, 게다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저자의 내공이 대단했다. 군대 시절 내내 그리스 로마 신화만 팠다는 저자의 말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같은 주제를 가지고, 같은 내용을 쓰면서도 문체에 따라서,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과 태도에 따라서 글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그리고 세상을 바꾸는 것은 덕질이라는 아주 기본적인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리스 로마가 무엇인지 잘 모르던 시절에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접하게 된 저자는 좀더 이해하기 위하여 박물관을 비롯하여 곳곳에 다니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책의 곳곳에 실려있는 사진들의 대부분은 저자가 실제로 찍은 사진이라니 그리스 로마 신화를 향한 그의 마음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된다. 그렇게 하나식 배워가다가 어느날 우리 주변에 그리스 로마 신화로부터 차용된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유명한 건물 곳곳에 있는 조각상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단어들, 매일 접하는 음식들, 심지어는 니케와 박카스와 같은 유명한 브랜드들도 그리스 로마 신화로부터 빌려 온 것임을 알게 된 순간 저자는 유레카를 외쳤다고 한다. 

  저자는 단정적으로 말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알아가는 것은 그 사회의 인문 교양을 키우는 한 방법이라는 것을. 미술 작품을, 문학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그리스 로마 신화의 배경이 있어야 하며, 물건들, 브랜드들, 심지어는 무기의 이름과 그 의미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도 그리스 로마 신화적인 배경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 말의 의미는 분명하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알아가는 것은 사회를 좀더 깊이 바라보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그런데 어떤가? 요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아이들에게 읽히려는 사람들이 많다. 이를 위해서 올림포스 가디언이라는 애니메이션도 나왔고, 그리스 로마 신화를 내용으로 한 만화책들도 많이 나왔다. 그런데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히는 의도가 불순하다. 신화란 인문학이란 스펙을 쌓기 위한 도구가 아닌데 사람들은 스펙을 쌓기 위한 도구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이용한다. 누군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고 논술 공부를 했고 성적이 좋았다는 말은 들으면 누구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는다. 과거 내가 학생 시저레 삼국지를 많이 읽혔던 부모들의 태도가 이렇다.

  책에 대한 서평을 쓰다가 문득 인문학에 대한 생각까지 나가게 되었다. 요즘 시대에 인문학이 열풍이란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의도가 불순하다는데 있다. 인문학을 왜 공부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 솔직하게 탁 까놓고 이야기를 하자면 기업이 원하니까가 되어버리지 않았는가? 고대 신화들도 자본에 의해서, 기업에 의해서 팔려지는 시대에 이 책은 그와는 상관없는 재미를 준다. 글이 정말 찰 지다. 내용을 그냥 늘어 놓지도 않고, 한호림이라는 사람의 문체로 글을 재미있게 풀어 놓았다. 중간 중간에 들어가 있는 삽화도 재미있고, 무엇보다도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들은 우리가 교과서로 보는 것과는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작품의 이미지를 전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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