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 이야기 9 - 원교근공 춘추전국이야기 (역사의아침) 9
공원국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필리버스터 정국 때문에 묻히긴 했지만 테러방지법과 함께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였고, 문제이고, 문제일 것인 아이텐이 하나 있다. THAAD(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사드)이다. 눈치가 빠른 모 작가는 과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남북의 핵개발에 대한 소설을 썼던 것처럼 이번에는 사드에 대해서 썼다. 개인적으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작가인지라 소설에 관심을 두지 않아서 읽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소설가가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시대의 아이템을 가지고 소설을 썼다는 것은 그것이 꽤나 민감하여서 팔릴만한 아이템이라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인공위성을 발사했다고 주장하지만, 탄도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있어서 북한의 발사 실험은 대목임에 분명하다. 물론 인공위성의 발사체 기술이 탄도 미사일의 발사체로 사용될 위험이 있다는데에는 십본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의 핵무기 위협 운운하는 것은 잘못 짚어도 한참은 잘못 짚은 것이라고 하겠다. 게다가 이를 위한 대비책으로 사드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은 조건반사처럼 "이뭐병"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사드가 왜 문제인가? 왜 중국에서는 그렇게 강경한 어조로 사드 문제에 대해서 경고하고 있는가? 초고단파 레이저가 어떻구 저떻구하는 문제는 내가 군사 전문가가 아니니 뒤로 미루어 두자. 물론 국방부 대변인 브리핑에서 밀덕인 모 기자분께서 국방부 대변인을 와그작 씹어 드셨던 사건이 있기는 하지만 이건 좀더 전문적인 수준의 이야기이고, 상식 수준에서 파단을 해보다.

 

  사드(THAAD)라는 말은 위에서 이야기한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의 약자이다. 유식한걸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혹은 밀덕들이 좋아하는 말은 뒤로 미뤄두고 이를 한국말로 번역하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이다. 이 또한 이해하기 쉬운 말은 아니기에 좀 더 쉽게 말해보자면, 미사일을 격추시키는 미사일 방어체계라고 알면 된다. 이라크전 근처에 우리 나라에 배치된 패트리어트와 같은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상대방이 미사일을 쏘면 우리도 미사일을 발사하여 그 미사일을 맞춘다는 의미인데 대단히 어려운 문제이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가성비를 따져본다면 패트리어트는 그다지 경제적이지 않다. 패트리어드 미사일 4개와 발사대가 1개의 유닛으로 대략 8억(대충 8천억 정도? 여튼 무지 비싸다), 게다가 요격 시간은 2분 13초(pac-2의 경우, 개량형인 pac-3로 비슷하거나 약간 짧음), 요격율은 부시가 100%라고 사기를 쳤지만 대략 20%정도라고 한다. 쉽게 말해서 어마 무시한 가격을 자랑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다지 효율성이 없다는 이야기다. 북한의 그 수많은 장사정포를 어떻게 다 격추한단 말인가?

 

  그렇다면 사드는 어떤가? 한개 포대당 2조원이 들며 미사일 한발당 120-150억 정도라고 한다. 1기당 8발이 장착되고 1개 포대당 6기이니 미사일이 48발, 미사일만 5760(120억으로 잡을 때)이다. 게다가 한국에 필요한 사드 포대가 2개라고 하니 대략 4조쯤 된다. 2015년 한국 국방비 예산이 37조 4560억이라고 하니 국방비의 1/10이 넘는 금액을 사드 포대에 쏟아 부어야 한다는 말이다. 미국이 그냥 주지 않는다. 한국에서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 국방비는 육해공 모두 포함하는 금액이고, 인건비와 FX 사업 같은 굵직한 사업도 모두 포함하는 금액이다. 가성비 꽝이라는 결론이 내려진다.

 

  게다가 미사일을 요격한다는 점에서는 패트이어트와 같지만 다른 점은 미사일을 고고도에서 요격한다는 말이다. 낮은 위치에서는 요격을 해도 후폭풍에 휘말리기에 아군도 타격을 입는다. 그렇기 때문에 타격을 주지 않는 높은 곳에서 미사일을 격추한다는 개념인데 배드맨 vs 슈퍼맨을 본 사람이라면 핵무기를 슈퍼맨이 잡고 있는 둠스데이에게 폭격한 이유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지상에 영향이 없기 때문에 핵무기를 사용해도 된다는 명령을 내렸는데 사드가 이 개념이다. 대륙간 탄도 미사일은 인공위성처럼 높은 곳에 올라갔다가 폭격 지점 근처에 이르면 다시 지상으로 내려와서 폭격하게 된다. 내려오게 되는 시점을 계산하여 요격하겠다는 개념이다. 개념 자체는 틀린 것이 아닌데 여기서부터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북한에서 미사일을 발사한다. 그렇다면 그 미사일이 성층권을 뚫고 올라갔다가 타격 지점에 수직으로 떨어지겠는가? 가끔 스포를 하고 자기가 특등 사수인줄 착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마치 포트리스를 하면서 자신이 훌륭한 포수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포트리스는 게임이라 그렇게 고각으로 쏘지만 미사일을 굳이 고각으로 쏠 필요가 있는가? 게다가 노동 미사일을 쏠 필요도 없이 장사정포면 서울이 박살나는데 굳이 비싼 미사일을 쏠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북한은 장사정포로 공격하는데 우리는 태생부터 장사정포를 요격할 수 없는 사드를 그것도 한발에 수백만원도 안되는 포탄을 맞추기 위하여 100억이 넘는 미사일을 쏜다는 말인가. 8발이 한세트면 어림잡아도 800-900억이나 되는 돈을 쏜다는 것인가?

 

  바로 여기에 중국이 발끈하는 이유가 있다. 중국은 사드를 자신들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본다는 것이다. 사드 2기면 최대한 중국의 많은 부분을 감시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그렇다. 레이더를 바꾸는 것은 채 30분도 걸리지 않는 다고 하는데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는 말이다.

 

  원교근공을 이야기하면 왜 사드 이야기를 하는가? 말 그대로 미국과 친하고 중국을 견제하자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중국을 견제하기에 앞서서 우리에게는 북한이라는 당면한 과제가 있고 이렇게 본다면 북한을 견제하기 위하여 중국과 친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진나라가 원교근공이라는 외교정책으로 정책의 방향을 선회한 것은 천하통일이라는 큰 그림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진은 자기의 강력함만 믿고 좌충우돌했다. 물론 그 막강한 힘 때문에 조금씩 국경을 확장시켜가기는 하지만 효율적인 측면에서 그다지 좋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진이 원교근공으로 정책을 선회하면서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큰 그림에 맞추어서 외교정책과 전쟁을 수행한다. 사람은 바뀌어 정책은 꾸준하게 유지한다. 그리고 이때문에 진이 전국시대를 통일하는 국가가 된 것이다. 내가 원교근공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면서 사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정부의 외교 정책에는 과연 큰 그림이 있는가? 국민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외교적인 큰 틀과 계획이 있는가라는 점을 묻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는 없다. 오히려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원교근공 정책 이전의 진나라처럼 좌충우돌하면서 사방에 적을 만들고 있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북한이 우리 나라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면 북한을 견제하기 위하여 북한의 배후에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긴밀하게 가져가야 할 것인 아닌가? 중국과의 긴밀한 협조없이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자금을 동결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는가? 중국이 압록강 너머로 물자를 대주고 있는데 말이다. 우리나라 외교라인들이 최소한의 상식과 지혜를 가지고 외교 정책을 이끌어가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판국에 중국을 자극하는 사드를 들여오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더군다가 그것을 운용할 수 있는 능력도 되지 않으면서 말이다. 아무리 한류에 역풍을 맞을 것이 두려워서 쯔이를 질타해봐야 무슨 소용인가? 쯔이는 한류에 역풍을 주지만 사드는 대중국 관계에 역풍을 불러오는데 말이다. 사드는 좌충우돌하는 우리 나라 외교 정책의 실책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제발 외교라인들이 영어 공부, 중국어 공부만 하지 말고 역사 공부도 좀 했으면 좋겠다.

 

*테러 방지법 이후로 이런 글을 쓰는 것도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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